2021. 3.18.나무날. 눈썹달

조회 수 372 추천 수 0 2021.04.27 23:16:46


 

개나리도 활짝, 복사꽃도 열렸다.

, 아들과 대처 강변을 걸었다.

아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은 덕에

멧골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었는데,

대학을 가고나니 집으로 오는 시간까지 드물었다.

봄이 오고 겨우 두어 날만 같이 걸었던 갑다.

누군가와 걷는다는 것은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이기도.

물꼬에서 사람들과 늘 걷는 것 역시 그렇게 사람을 만난다는 뜻.

결국 그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일.

 

친구가 많지 않다,고 서른에 이른 친구가 말했다.

친구 많은 사람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가진 가치관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이해를 동반하면서

때로 서로를 객관화해서 독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 이외에는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같은 또래가 쓴 글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존대를 하지 않아도 하대가 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공평하고 공정하고 독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면

피 같은 내 시간을 투자해서 안 만난다.’

나는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친구들이 똑똑하다.

우리(세대)는 인정으로 혹은 인사치레로 사람을 만나는데 익숙했던 젊은 날을 보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치관이 다르다고 못 만날 것도 없다.

그의 이야기가 내 피가 되고 살이 될 수도 있다.”

그가 고개를 또 끄덕였다.

때로 만남은 하나의 우주가 내게 다가오는 일이기도 하다.

정성스럽게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런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가 고개를 이어 끄덕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672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242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99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537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411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353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340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319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91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253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225
6625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111
6624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102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84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653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88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76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537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465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40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