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0.불날. 봄날 같은 볕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09.01.31 12:55:00

2009. 1.20.불날. 봄날 같은 볕


봄날 같이 볕이 다사롭습니다.
가끔 모진 겨울 속에도 이런 볕이 들어
용케 겨울을 견디게 하는구나 싶다지요.
그러면서 봄꿈을 꾸니까요.

오전에 방문한 용찬샘이랑 젊은할아버지랑
교무실에서 짐들을 좀 뺍니다.
한 쪽 팔을 잘 쓰지 못한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던 일들입니다.
모둠방에서 옮겨져 있던 책장이 나오고
여름에 쓰던 물건들이 이제야 나오고...
창고에 가까운 도예실도 치워냅니다.
그렇잖아도 낡은 짐들 쌓여 도예실이란 이름이 늘 무색하였는데,
거기에 뒤란 흙집해우소 공사 동안
아주 공사판이 따로 없었지요.

점심에는 마을 할머니도 모시고 밥을 먹습니다.
밥 한 끼 나누는 일이 늘 고맙습니다.
대전에서 풍수가 미산샘도 등장하셨더랬지요.
골짝 구석구석 누비며 이 산골에서 사는 일에
여러 말씀 보태주고 가셨습니다.

오후에는 나무를 하러 갔지요.
대해리 들머리에 길을 넓혔고
그 위로 산판을 했습니다.
베어진 참나무들이 표고목으로 쓰이지요.
남은 나무들이 적지 않았고
문중 산이라 문중 사람 몇 그 나무를 쟁여가고
발 빠른 마을 사람이 챙겨가고
그러고도 좀 남은 잔가지들이 있답니다.
그걸 주워오겠다고 식구들이 나섰지요.
며칠 쌓아두고 경운기로 실어오자 합니다.

전화가 많은 날입니다.
용산의 어느 가건물에서 철거반대 시위를 하던 이들이
강경진압으로 다섯 죽고 경찰도 한 명 사망이라나요.
분노와 안타까움을 어쩌지 못해
산골까지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서 물꼬의 논두렁 어르신 한 분도 새해 인사 건네오셨습니다.
어른이 참 달래 어른이 아니다 싶다지요.
대구서 풍물하는 선배 진규샘도 안부를 전해오셨네요.
시간이 더딘 듯한 이곳에도
그렇게 새해가 오고 날이 갑니다.

용찬샘이랑 달골 올라 햇발동 대청소도 하는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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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0.불날. 맑고 갬. <나무 모으기>
오후에 ‘최용찬’아저씨랑 나랑 젊은 할아버지랑 같이 새로 뚫은 길 가쪽(대 벌목한 곳)에서 나무를 주워오기로 했다.
최용찬 아저씨는 성실해서 열심히 하셨다. 그런데 예상보다 일이 힘들었나 보다. 이런 말을 하셨다. “이거, 산에서 나무쪼가리 가져온다 생각했는데 힘드네.” 라고 하시자 내가 “여기서는 모든 일이 그래요.”라고 했다.
중간쯤부터는 서로 역할을 나눠서 했다. 나무 있는 곳이 계곡 같은 데라서 젊은 할아버지는 나무를 꺼내서 용찬이 아저씨한테 주고, 용찬이 아저씨는 멀리 던진다. 그러면 내가 그걸 주워서 쌓는다. 덕분에 7~10일치 땔감은 모은 것 같다.
보람을 느꼈다. 힘들었다.

(4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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