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3.나무날. 맑음

조회 수 296 추천 수 0 2022.11.03 23:30:34


오늘을 살고(살아내고) 오늘을 기록하는 일이 복되다.

 

날 좋다.

놀기 좋은 날은 일하기도 좋은 날,

일하기 좋은 날은 수행하기도 좋은 날,

그래서 살기도 좋은 날.

해건지기(요새는 택견을 더해)를 정성스럽게 하고,

아침공부를 하고,

 

아침뜨락 북쪽 수로를 따라 풀을 베고,

학교의 개 두 마리 가운데 형인 제습이를 아침뜨락에 들이기 위한 준비 작업.

멧돼지를 비롯 고라니와 너구리들의 축제를 그만 보려고.

전기울타리를 칠 것도 아니고,

얻은 와이어메쉬를 세우자니 그것이 힘을 받자면 아시바 기둥쯤은 세워줘야 할 것이라

엄두도 못 내겠고,

파는 그물망을 사다 둘러치자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경사지로 내려온 멧돼지의 몸무게를 받쳐줄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다 한동안 생각했던 개를 묶어두자로 결론을 낸.

먼저 마침 물꼬에 있는 겹철사줄 15m를 측백과 측백 사이에 늘이고,

각 나무에 스텐 와이어클립으로 단단히 묶다.

더 길게 하고팠으나 줄이 딱 그만큼이었네.

그래도 움직임이 좋을 것이다.

와이어 묶은 위쪽 측백 앞이 꽃그늘 길 끝,

그 앞으로 제습이의 집을 지어주기로.

학교에 제습이의 본가 호텔 캘리포니아와 사랑방 흙집이 있으니

이곳은 임시막사.

그래서 티피처럼 세우려.

학교에서 대나무 넷에 머리 쪽으로 구멍을 내서 올라오고,

바닥재로는 나무 파레트 1000짜리를 200쯤 잘라내 800×800mm로 톱질.

잘려나간 부분 때문에 허실해진 부분을 다른 목재로 보강,

그 위로 낡은 장판을 깔다.

집터를 괭이로 다듬고, 거기 주춧돌로 보도블럭을 귀퉁이마다 깔고 파레트를 얹다.

대나무 기둥을 모아 세우고, 노끈으로 구멍마다 끼우며 단단히 묶었다.

뼈대가 완성된 위로 천막 조각들을 끌고 와

문으로 쓸 면을 제외하고 아랫단부터 두르다.

비늘처럼 아래부터 올라가며 겹치면 비가 흘러내릴.

그런데 두 단 하고 나니 날도 어두워지고, 천막조각도 모자라는데,

내일 학교를 한 바퀴 돌면 어딘가에서 방법이 나올 법도.

 

밤에도 제습이의 티피를 생각하네.

처마를 만들어야 하리.

대나무 기둥을 세 개를 더 잘라와 정면으로 연장해서 세우고

그 위로 천막이나 비닐을 내리면 처마라.

맨 꼭대기는 살이 부러진 우산 천을 써야지 한다.

오늘도 내일이 살고 싶어질세.

 

어둠이 밀어내는 달골을 떠나 학교에서 늦은 저녁밥상을 차리다.

오늘도 모다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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