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17-8.흙-해날. 간간이 해 보이다

조회 수 1354 추천 수 0 2007.04.02 22:28:00

2007. 3.17-8.흙-해날. 간간이 해 보이다


산에 올랐다고 더러 쉬기도 하고
손이 가는대로 학교를 구석구석 돌아보며 흙날을 보냈습니다.

해날에는 밥알모임이 있었네요.
공동체식구가운데 학교관련 사람들과
학부모들이 만나는 자리이지요.
올해는 더욱 그 얼굴이 그 얼굴이나
개념은 이러합니다.

모두 표고장하우스를 지었지요.
차유 혜린네에서 한물 간 것이긴 하나
아직 잘 쓰일 하우스 뼈대를 샀는데,
그 편에 차양막이며 필요한 것들을 죄 실어주셨습니다.
류옥하다네 외가 어르신들이 와서
남정네들한테 트렉터며 경운기 관리기 다루는 법도 일러주셨고,
된장 담는 일을 거들고
장독들도 정리해주셨네요.
아, 어머니는 한 끼 밥상을 차려내기도 하셨지요.
“그냥 하다아빠랑 하다랑 셋이서 오붓하게 살면 안 되나...”
난롯가에 앉아 혼자 이리 중얼거리시는 어머니의 한 마디는
뭐 하러 공동체 공동체 하며
이리 팍팍하게(물론 당신 보시기에) 살아가느냐는 안타까움일 텐데,
그래도 더한 말씀은 않으십니다.
“애도 가르치고 교장일도 보고 공부도 하고 부엌일도 하고,
그래 힘이 들어 어짜노?”
부엌이며 복도, 욕실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며(하필 또 대청소할 무렵 오셔서는)
연신 못마땅해라셨지요.
앞치마 두르고 오가는 것도 영 마뜩찮으신 표정입니다.

명상도 하고,
사람이 적으니 마음 쓸 일은 또 적어 좋다는
지금의 안온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살아갈 한해 움직임을 같이 그려본 뒤
너무 늦지 않게 이번 학년도 첫 밥알모임을 끝내고 달골 올랐는데,
하룻밤을 더 묵어간다던 어머니가
이내 간다고 한밤중에 일어나셨습니다.
“내가 잠이 안 온다...
부모 없는 애들 데려다 키운다는 거, 니, 함부래 그런 소리 마라.
왜 니가 그 애들 업보까지 짊어질라 카노?
누군가는 해야지?
그걸 왜 하필 니가 하노?”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야하는 올해의 상황을 보고
내내 마음 불편해하다 기어이 심중에 일던 말씀 던지고 가셨지요.
불법을 전하는 것도 사람들을 복되게 하는 거다,
이리 힘 쓰는 것 말고 그런 걸로 좋은 일 하는 건 어떠냐시며
좀 더 수월한 길을 가면 아니 되겠냐 간곡한 바램도 남기고 가셨습니다.
“아무쪼록 선하거라.
내가 좀 손해보고 살면 어려울 게 없다.”
사람들을 섬기며 살라
어릴 땐 그리 가르쳤던 분이지만
세월이 가고 딸도 나이가 드니
이제 그리 힘겨이 살 것 없다십니다.
씩씩하게 잘 살아오다 나이 마흔에 이르러 되려 걱정을 끼친다 싶어
덩달아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잘 닿았다 전화주실 테고,
격려하실 당신이시지요.

참, 흙날 학교에 손님이 다녀갔습니다.
해날 온다던 그들이었지요.
“창문도 다 깨지고...”
학교도 낡았고 이상하다며
그렇게 툴툴거리고 갔습니다.
이미 어떤 이야기도 나눌 필요가 없다는 듯 돌아가 버렸지요.
학년 중간에는 아이들을 들이지 않는 데다
올해는 더더구나 호흡을 가다듬겠다며 새로운 아이들 없이 여유로이 가자는데,
빚을 갚는 동안 아이를 돌볼 곳을 찾던 안타까운 사정을 몇 차례나 호소해와
만나나 보자 했던 그들입니다.
애들도 어른들도 짙은 그늘을 가지고 왔는데
그 그늘 짙기가 더한 채 갔지요.
나눌 게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이 원했던 건 무엇이었던 걸까,
돌아간 뒤를 오래 바라봅니다.
그리고, ‘배움의 길’에 대해 ‘삶의 길’에 대해
가만가만 생각을 기-울-여-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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