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2.해날. 비 / 네 번째 학교 안내하는 날

조회 수 963 추천 수 0 2006.10.27 12:04:00

2006.10.22.해날. 비 / 네 번째 학교 안내하는 날


2007학년도 입학을 위한 ‘네 번째 학교 안내하는 날’이 있었지요.
영동 읍내는 포도나무가 죽을까 물을 댄다 하던 요즘입니다.
마을에도 물이 귀해
배추밭에 수돗물을 뿌리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지요.
마침내 비가 왔고
이 좋은 날 대해리로 든 손님을 맞아 더 기쁨이었답니다.
그런데 그 비가 손님맞이를 위해 움직일 땐 참고 있다가
정오를 알리는 징소리에 맞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다섯 가정이 함께 했습니다.
대해리마을공동체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는 입학요강이
(대해리 인근에 살며 물꼬의 가치관을 견지하며 사는 이들)
사람들을 한 차례 걸러주었겠습니다.
터무니없이 60여가정이나 안내하는 날에 참석하려던 때와는 달라진 질이지요.
문을 열고 첫 해는 멀리서 아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부터가 반생태적이라는 반성이 일었으며
현실적으로도 오가는 비용이며가 큰일이었지요.
그 이듬해부터는
무엇보다 삶터와 배움터가 하나여야 한다는 대전제를 지키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올 해 큰 변화를 더한 건
대해리 생활권으로 무주 상주 김천 영동까지 보던 것을
이제 차로 십분 이내 거리로 한정한 일입니다.
이미 귀농을 한 이들이 다시 삶터를 이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그이들의 교육관 역시 강하여 물꼬랑 접점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요.
외려 귀농을 ‘시작’하는 이들이 더 유연하지 않나 생각하며
처음 도시를 떠날 때 이곳으로 이주하는 게 더 쉬운 만남이겠다 생각이 변한 겁니다.

삼수를 하는 이가 있었는가 하면, 논두렁이었던 이가 있었고,
공동체로 들어오려는 가정이 둘에
이미 이 학교에 큰 아이가 다니는 경우,
그리고 올해 입학을 못해도 이웃으로 지내며 준비를 하겠다는 가정이 있습니다.

1. 자유학교 노래-1
2. 아이들이 하는 학교 안내
3. 어른들이 하는 학교 안내
4. 묻고 답하기
5. 자유학교 노래-2

자유학교 노래를 부른 뒤
물꼬 아이들이 먼저 저들이 학교를 안내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 저희 학교는 일 년의 절반이 학기이고 절반이 방학입니다.
- 저희 학교에서는 스스로 합니다.
- 바깥의 많은 이들의 자원봉사로 꾸려집니다.
- 다른 나라 말을 배우듯 손말을 배웁니다.
- 곤충과 대화하는 법도 배웁니다.
- 마음을 강건하게 하기 위해 명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아이들은 배움값이 없는 무상교육입니다.
- 샘들은 월급이 없습니다.
- 시간표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하루의 반은 일하고 하루의 반은 공부합니다.
- 교과서가 따로 없고 통합수업을 합니다.
- 현장학습을 따로 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현장학습이기 때문입니다.
- 저희는 기숙사에서 형제처럼 자랍니다.
- 학기를 시작하고 끝낼 때 큰 산을 오릅니다.
아침에 부르는 노래 둘을 들려주었고
단소도 불었네요.

사람살이 똑같다, 그런데 이곳으로 굳이 우리가 찾아든 건
그걸 관조할 수 있고 빨리 알아차리며 나날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살아내는 일이 다 힘들다, 이곳도 힘들다,
비움이 있어야 한다,
여기 산다고 해서 꼭 이 학교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얘기로 말문을 열고 학교 전반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다음은 밥알이 밥알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귀농을 하고 경제활동도 해야 되고 어려움이 많은데,
오히려 좋은 이웃으로도 들어와 살면서 아이를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분이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귀농을 하는 이들도 3년은 소출에 대한 기대없이 합니다.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1년 안에 정착한다는 건 욕심입니다.
1년 적응기로 학교 흐름도 도와도 주고 서로를 이웃을 익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 말을 받아 학교 측에서 다시 명확하게 요청을 했답니다.
“아이를 잘못되게 하지는 않겠다. 애가 자유롭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도시 살다가 이곳에 오면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큽니다.
아직은 기존에 살던 생활에 젖어 다가가지 못하고...”
“가고 싶다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오는 이들의 가치관이 남들 보기엔 이상이지요.
그만큼 다들 강합니다.
강한 사람들끼리 모이는데
부딪히기보다 강한 힘으로 모일 수 있게 녹여가야겠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게 많을 것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적응기를 보내며
살 곳인가를 천천히 결정하라고 권하는 이도 있었지요.
“주 농사를 어머님이 계시는 다른 곳에서 짓는데
생활이 하나로 묶이지 않고 산만하니까 생활구조적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물꼬인(마을식구가 아니라 물꼬생태공동체사람)으로 아예 들어왔다면 이상적일텐데
생활하는 지역이 분리되니까...
자기 삶의 구조가 정리되면 원만히 지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월에 손모를 했습니다. 버스기사도 버스 세우고 구경하고 지나던 사람들도 구경하고...
농사가 쉽지 않구나, 체력을 길러 오라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다가오면 더 많이 알 수 있습니다.”
“목금토 서울로 먹고 사는 일을 다녀오는데
기꺼이 해왔지만, 자연스럽지 않고 행복하지 않고...
빨리 이곳에서 경제적 자립을 해야겠는데 아직 가닥이 안 잡혀 어렵습니다.”
“못 따라오는 것, 처지는 것, 따라오고 같이 굴러가면 됩니다.”
“오늘 그 많은 일감을 하는 식구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살아내는 게 어디나 쉽지는 않지만
네 일 내 일 없이 하는 마음이면...
이곳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복이겠습니다.”
“기대라는 말을 최대한 낮추고 들어오면 더 쉽지 않을까,
살수록 살아볼 만한 공간입니다.
1년 수습을 편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각자 삶터에서 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물꼬 밥알 3년차 두 분의 말씀이야말로 핵심이었던 듯 합니다.
“이상이 있어 왔지만, 그 이상으로 환상을 가져선 안 됩니다.
실제 환상이 깨지는 건 본인 잘못입니다.
내가 만든 환상이지 학교가 준 것이 아닙니다.
언성 높이고 안 맞을 때도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족이 같이 상정되어야겠지요.”
공동체식구도 말을 보탰지요.
“학교와 공동체가 살아가려는 방향이 있고
물꼬가치관을 계속 견지한다면 풍랑을 만나더라도 방향타를 가지고 가는 겁니다.
살다 여기가 아니면 딴 데 가는 거지요.
앞에도 한 분이 하신 말씀처럼
여기가 내 삶터라 생각하면 마음에서 답이 나올 것입니다.”
“무슨 신입가정환영회 같은 분위기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온 이들도 한 마디씩 받았습니다.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아이들을 보듬으며 지낼 마음으로...”
“가마솥방에서 밥을 먹으며 이 밥을 평생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 무맛이며 ‘맛(참맛)’을 아는데
이곳의 무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놀랬습니다. 어려운 숙제, 문제를 열수 있을까, 공유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 어려움들은 미리 생각했습니다.
서울서 사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여기는 희망이 있잖아요!”
아, 그렇습니다, 희망!
(참, 그 무는 신기네가 나눠준 것이었지요.)

아이들은 그 사이 고래방에서 영화 한 편을 보았지요.
책방에서 벌써 한 식구처럼 반가움을 나누고도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이곳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같이 살게 된다면) 비워서 채워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갈무리 인사를 하고 자유학교 노래-2를 부르며 자리를 끝낸 뒤
이른 저녁으로 국수를 말았습니다.
미처 하지 못해 가는 걸음을 붙들고 덧붙인 말도 있었지요.
학교의 존재, 교실의 존재, 담임의 존재를 잊지 말아 달라 했습니다,
여기서 어른들끼리 사느라 정작 잊히기 쉽다고.
그러고 보니 벌써부터 할 말은 아니었네요.


저녁에 사람들과 뒤풀이를 하고 올라왔더니
젊은 할아버지와 먼저 올라온 아이들은
저들끼리 연극을 한 편 준비하고 있었지요.
더그매의 관객석에 앉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뜨겁게 무대에 오른 아이들이었습니다.
지난 흙날 저녁에 아이들끼리 본 영화<호텔 르완다>의 한 장면이었지요.
연극을 끝내고 증오가 어떻게 증오를 낳던가,
우리는 어떻게 평화를 길러갈 수 있을 것인가,
영화 본 마음들을 나누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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