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4.불날. 맑음

조회 수 1060 추천 수 0 2006.10.27 12:07:00

2006.10.24.불날. 맑음


배움방에서는 버넷의 고전 한 편을 새로 읽어나갑니다.
사회 시간에 ‘세시풍속과 민속놀이’를 다룬 뒤
고누도 하고 제기도 차고
(대구 진경샘이 만들어준 곤질고누판도 있었지요)
마당을 나온 김에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구멍 다섯 개에서 노는 구슬치기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어릴 때 사내애들이랑 놀던 경험이 이리 쓰이게 되네요.
놀다보면 알게 되고 하다보면 재밌고
재밌으면 더 발전시키게 되고 그렇지요.
저들 안에서 운동성을 가지고 규칙을 변화시키며
풍성한 놀이판이 벌어졌답니다.

‘국화(한국화)’시간에는
등꽃이 피고 연꽃이 피고 능소화가 펴 넘쳤습니다.
화선지를 아낀다고 빈틈없이 연습을 하고
질기게 점을 찍는 지루한 시간도 즐기며 하고 있데요.
‘단소’샘은 아카펠라와 단소가 만난 아이들의 공연을 보고
11월에 있는 국악대회에 아이들이 내보내보면 어떠냐 자꾸 권하십니다.
오늘은 시간도 재보시데요.
아이들은 ‘무’에서 반만 지공을 막아 ‘남’ 소리를 만들고,
지공을 다 막는 ‘협’도 연습하였습니다.

‘논밭에서’는 은행을 주웠지요.
어른들이 지나며 잠깐씩 손을 보태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올해 일을 많이 하지 않은 게 여러 가지로 표가 납니다.
담임교사가 비는 6, 7월을 위해 학기 가운데 교실을 많이 쓰게 되니
일을 위해 쓰는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기도 했고,
지금 만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며
바깥샘들공부에 욕심을 부린 까닭도 있었습니다.
날마다 일을 해도 익어지기 힘들진대
객관적 시간이 모자람이 젤루 큰 이유였겠지요.
진득하게 일이 되게 하는 것도,
일에 익숙해지는 것도 더딥니다.
“(일) 하다가 말고 하다가 말고 하는 애들이 있어서...”
그래서 하고 있던 자기도 힘이 빠지더라는 한 아이의 평가가 있었지요.
마음을 다해 하자, 일이 되도록 하자,
힘들면 쉴 수야 있지만 노느라고 곁에서 일 하는 이들을 힘 빠지게 하지 말자,
그런 갈무리를 달골에서 하였네요.
그래도 이제 청소와 양말 속옷 빠는 일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른 일도 자꾸 하면 그리 되겠지요.

오페라를 듣습니다.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없어요?”
이런 음색이란다, 하고 잠깐 들려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요.
그래서 오페라모음을 틀고 있었는데,
베르디의 ‘아이다’며 오페라 시디를 좀 구해야겠습니다.
아이들 안에서 전 곡을 듣고 싶은 욕구가 일고 있지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돌무덤에 갇혀 숨을 거두는 장면의 그림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안타까워하던지...
“새로 읽는 장편 대신 오페라 이야기를 계속 해주시면 안돼요?”

햇발동에서 읽어 내려오던 장편동화를 끝냈습니다.
물론 나눔이 있었지요.
“정말 정말 저엉말 재밌었어요.”
“옥샘 목소리가 진짜 같앴어요.”
그러니까 창욱이의 말은
인물들의 목소리와 제 목소리가 닿아있더란 말이겠지요.
아니면 제 목소리로 그 목소리가 실감났다는 건가...
“옥샘이 읽어주셔서 더 재밌었어요.”
동희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들의 교감이 더 깊어지는 시간이기도 했겠습니다.

“무서운 생각이 나면, 그때까지 네가 해 오던 방식을 한 번 바꾸어 봐라.
어쩌면 기금까지 해 온 행동 중 어딘가가 잘못되었기에
무서움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아버지 카푸젠의 말에서

우리 삶의 안내자에게 귀 기울이는 법,
다른 존재와 교통하는 법,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원망으로 샌프란시스코로 가던 걸음을 돌리고
자신의 조상들처럼 얼음 위에서의 거친 삶을 선택하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마음에도 강한 벽돌 하나 놓였을 겝니다.

달마다 한 차례 다녀가는 야마기시경향실현지의 최창호님이
어제도 하룻밤 묵고 가셨습니다.
행복한 닭들이 낳은 달걀을 나눠주셨고
닭과 계분도 주셨지요.
큰엄마의 시린 손목을 위해 침을 놓아주기도 하였답니다.
귀한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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