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6.나무날. 흐리다 비

조회 수 1294 추천 수 0 2006.10.27 18:48:00

2006.10.26.나무날. 흐리다 비


숲에 드는 대신 그 숲을 표현해보기로 합니다,
다리가 불편한 한 아이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고
맑은 찬 기운이 아니라 으슬으슬한 한기가 드는 날이라
어제부터 들인 난로 곁에 있어도 좋겠다는 날이어.
두 모둠으로 나뉘어 모자이크를 해보기로 했지요.
작업을 하면서
숲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던가를 자연스레 되짚고 있데요.

자욱한 안개사이로 수영을 갑니다.
오늘 같은 날은 썩 물에 들고픈 마음이 없었으나
하고 나오면 얼마나 개운한지를 또 알지요.
뒷좌석에 슬쩍 ‘사회과부도’ 한 권을 던져놓았더니
자연스레 그것이 화제입니다.
“야, 중국인구가 12억이래.”
“일본은?”
역시나 르완다도 묻습니다.
얼마 전 르완다내전을 다룬 영화를 한 편 보았더라지요.
각 나라의 수도,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산물까지
사회시간을 예습한 셈이었지요.
귀의 평형감각에 이상이 좀 생겨 운전을 하는 게 편치 않은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줄선 키 큰 나무에 차를 세우고 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그 틈을 이슬비 내려앉는 들의 풍광을 즐기고 있었지요.

수영 실력이 늘어서 기쁘다,
다들 그랬지요.
그래요, 하면 늘기 마련이지요.
신기 종훈 창욱이는 유아풀장에서 발차기를 열 바퀴 한 뒤
저들끼리 키판을 잡고 놀고 있다가 저를 부릅니다.
창욱이는 지난 주부터 배영을 배울 수 있겠다고 기대에 차 있었지요.
‘옥샘이 테니스를 같이 친다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서로 힘이 안맞겠다고 가버려서 서운했다.’
어느 날 창욱이의 날적이에 써있던 문장입니다.
담임이랑 같이 하는 걸 딴엔 얼마나 기다리고 좋아하는지요.
“이제 배영 배운다!”
지날 적마다 혹여 잊을까 제(자기의) 마음을 그리 전했답니다.
낮은 물에서 살짝 띄워주다
큰 풀로 왔습니다.
그런데 큰 풀의 물이 더 따듯하더라구요.
조그만 녀석들한테 물이 찼겠습디다.
배영도 가르쳐주고 자유형 팔돌리기도 했지요.
그찮아도 승환샘 혼자 좀 많은 아이들이겠다 했는데
작은 녀석들은 제가 가르치지 싶었답니다.
아들을 빼고는 남을 가르쳐본 적이 없지만
그것도 하다보면 늘겠지요.
아직은 불안함으로 잔뜩 힘이 들어가지만
힘을 빼고 물에 누울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얼마나 편안할 수 있는지를 아는 때도 오겠지요.

“참을 먹을 때가 마땅찮다.”
비가 내리니 그렇데요.
그런데 일단 출발을 합니다.
그런데 이심전심이었지요.
서로 생각하고 있던 곳이 있었던 겝니다.
어느 저수지 가에 잘 만들어놓은 정자 하나에 앉았지요.
앞에는 백일홍 흐드러지고
맞은 편으로는 긴 강처럼 저수지가 펼쳐져있고
안개 자욱하였습니다.
그 사이를 대나무 울타리가 쳐져있었지요.
“다른 나라 같애요.”
정말 중국 윈난성을 가다 만나는 강가쯤 된듯하였지요.
곶감집에서 잘 키운 찰옥수수가 오달지게도 맛있었고
포도즙도 달디 달았네요.
차에 틀어놓은 국악음반이 정취를 거스르지 않고 우리 귀에 잘 스며
더 좋을 게 없는 저녁 한 때였답니다.

정민이랑 신기랑 종훈이랑 류옥하다를 둘러싸고
종일 뭔가 모의 중입니다.
점심 밥상에선 지들끼리 넷이 딱 둘러앉아
목소리를 낮추고 작당이더라니까요.
밤에 물으니 기름종이만들기 비법전수가 있었다나요, 뭐라나요.
아이들이 아니라면 사람살이 참 팍팍하겠구나,
삶이 문득 고단타가 새삼 활짝 웃게 됩니다.

정인철님 정해룡님이 하룻밤을 더 묵게 되셨습니다.
손겪이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마음을 잘 써주셔서
어른을 모신다는 수고로움이 없어도 되었지요.
아이들을 재운 뒤 창고동 2층에서
늦도록 물꼬에서 아이들과 무엇을 하려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만남이 은혜롭다,
한참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 날씨마냥 가라앉은 마음을 끌어올려주었지요.
상을 치우고 나오는 걸음에
‘한국사회안에서 전망 갖기’가 주제였구나 싶었답니다.
걸음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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