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7.쇠날. 맑음

조회 수 1015 추천 수 0 2006.10.31 12:05:00

2006.10.27.쇠날. 맑음


햇발동 아침 식탁이 꽉 찼습니다.
1학년을 뺀 일곱 아이들과 젊은 할아버지,
그리고
창고동 2층에 머물고 계시던 논두렁 정인철님과 황해룡님까지 앉으셨지요.
쨈을 바른 토스트에 두툼한 야채달걀말이와 우유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좋은 남미음악도 있었네요.
정인철님과 황해룡님은
아침부터 햇발동 2층 욕실을 왔다 갔다 하셨습니다.
세면대 물 빠짐이 영 시원찮던 며칠이었지요.
“또 올라고 갑니다.”
“댕겨오셔요.”
학교 목공실까지 다녀와 뭘 뚱땅거리고는
민주지산을 올랐다 돌아갈 거라며 떠나셨답니다.
저녁에 올라와보니 관이 뻥뻥 뚫렸는지
숭숭 내려가는 물이었지요.

‘숲이랑’에서 아이들은 모자이크 작업을 이어서 했습니다.
이왕이면 손 감각에도 도움이 되었음 싶어
잘게 잘게 잘라보자 했더니
우와, 정말 무슨 정교한 보석 작업하는 것만 같았지요.
“잎도 많았잖아.”
“실제 크기 비율이 달라도 돼요?”
“꽃이 진 자리도 있었어.”

‘손말’입니다.
아침을 여는 노래를 손말로 불렀고
영상으로 공부 한 편을 했지요.
그런데 맘이 편치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도대체 이번 학기 들어 손말을 제 시간에 시작해본 적이 없어.”
영상자료가 계속 말썽을 부렸지요.
어느 날은 아이들을 앉혀놓고 상범샘이 무려 삼십여 분이나 컴퓨터를 만진 적도 있고
점심시간에 미리부터 준비를 하며 교무실에선 교무실대로 애를 쓰는데
어째 손발이 잘 맞질 않았습니다.
애들 보기도 민망하고
자료가 말썽을 부려도 그것을 메울 수 있는,
수화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지 못해 스스로한테,
그리고 제 시간에 수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교사로서의 의무에 짜증을 내고,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만 슬쩍 눈물바람까지 되었더랍니다.
영어를 하고 ‘먼지풀풀’을 마친 뒤
한 주 갈무리를 할 때였지요.
한주가 빠르다, 너무 재밌는 나날이다,
그리고 수업 구석구석에서 자기 재미들을 말합니다.
‘햇발동의 밤’이 젤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지요.
‘한줄 쫘악’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안는데
오늘의 속상함이 전이되어 나현이가 그만 안으며 눈물을 흘렸지요.
“옥샘 우는 것 자주 봤어.”
정민이가 그러네요.
“아니, 얘가 울잖아.”
나현이를 손짓했지요.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 아이 때문에라도 예민하면 안되겠구나,
마음을 다잡았더이다.


‘공동체식구모임’.
홍정희 엄마가 공동체식구적응기를 훌륭하게 보내고 계십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이해도 되고 마음도 좋고 우선 편해지고
단순해지기도 하고...”
젊은 할아버지는 포도밭에 매여 있다
이제야 짬을 내어 소사의 직분으로 돌아왔지요.
학교 뒤란 널린 호스며도 치우고
꽃밭을 두루 돌보셨습니다.
희정샘은 아이 예방접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관련 책을 구해서 읽고 있다 합니다.
“이제 접종을 하는 게 무서워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교무실에서는 ‘말하기도 지겹다며’
다른 일들 틈에 하느라 진척이 없는 소식지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하고,
가마솥방에서는 장아찌 담은 얘기며
산안마을 최창호님이 항아리를 나눠주신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네요.
김장 전 먹을 김치 넉넉히 담을 계획이기도 하답니다.
포도밭 거름을 어찌 챙기나 의논도 했지요.
“‘공동체식구모임’과 ‘두레상’을 다른 이들이 진행해보면 어떨까요?”
공동체 식구모임은 상범샘이,
그리고 두레상은 두레상을 할 때 의논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실제 두레상에서 일나눔이 잘 안되는데...”
일모임이 잘 되지 않으니
그것도 두레상에서 시간대를 잡자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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