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9.해날. 맑음

조회 수 1122 추천 수 0 2006.10.31 12:14:00

2006.10.29.해날. 맑음


종훈이네는 못다 옮겼던 짐을 계속 옮겼습니다.
조릿대집 아래채에 들었던 동희네가
종훈이네가 쓰던 윗채로 이사를 하였지요.
아이들은 어제부터 고무동력기 행글라이더를 만들고 날리고 있습니다.
학교지붕에까지 올라 멀리 날려보냅니다.
“아, 아, 아, ...”
글라이더는 나뭇가지 사이를 아슬아슬 지나기도 했지요.
“집까지 갔으면 좋겠다.”
집이 먼 령이의 소망이었답니다.

류옥하다 외가에서 가구들이 실려 왔습니다.
상범샘과 젊은 할아버지가 트럭을 끌었지요.
창고동에 들어갈 식탁과 의자, 그리고 책장,
햇발동에 들일 비디오장과 서랍장과 화장대가 왔고
화장지도 세 꾸러미, 부엌에서 쓰일 캔류들이며
여러 종류의 옷걸이대까지 한 차였지요.
“지난 번 된장이 얼었다 녹고 하면서 맛이 없었을 텐데...”
마음이 쓰이셨던가 봅니다.
커다란 된장 항아리도 비워주셨지요.

기숙사는 달마다 방을 바꿉니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게!”
지난번엔 저들이 바라는 대로 지냈는데
큰 아이들끼리 몰려 저들끼리 더 돈독해지느라 온통 소란의 주범이 되고는 하였지요.
그래도 달을 채울 때까지
교사 마음대로 바꾸라 하지 않은 건 정말 다행입니다.
좀 시끄럽긴 하였지만
한껏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겝니다.
“그렇지만 우리끼리만 좋은 것을 동생들과도 더 넓혀갈 수 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움을 전했지요.
“이번 달은 어떻게 할까?”
“기권!”
“나도!”
“나도 기권!”
모두가 손을 놓습니다.
“지난번에 저희들 마음대로 했으니까
이번엔 샘이 말씀해보세요.”
여자방이야 나현이 하나이니 그대로 가고,
하늘방이야 베란다에 섀시를 하고는 훨 나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방들보다 차가우니 어른이 쓴다 하고,
그래서 별방과 시방을 남자 아이들이 어떻게 나누어 쓰냐로 얘기는 모아졌지요.
“시방에 둘, 별방에 넷이 쓸까?”
그것도 좋겠다 합니다.
“그동안 별로 친하지 않은 이들이 써보면 어떨까?”
“다 친한데...”
“아니, 그게 아니라 좀 덜 놀았다 싶은 관계.”
나현이가 나섰지요.
승찬이랑 하다가, 그리고 령이랑 하다가 덜 친하다 합니다.
그래서 셋이 쓰라했지요.
“그러면 이쪽을 별방을 주고...”
덩치가 큰 세 녀석이니 별방으로,
좀 작은 동희 정민 창욱이가 시방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좀 낯설어요.”
동희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데
지내보면 또 다를 수 있겠지요.

가을이라 스치며 지나는 이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안양에서 대여섯 분의 손님이 다녀갔다지요.
같이 자리 잡을 곳을 알아보러 다니시나 봅니다.
공동체에 대한 꿈을 곳곳에서 꾸는 걸 더러 보는데,
함께 있으므로 발목이 묶이기도 하지만
같이 있으므로 힘이 되기도 하니
그 얻음과 잃음을 잘 헤아릴 수 있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겠습니다.
분명한 건 준비한다고 다 준비가 되는 건 아닌듯합니다.
살아가며 닥치는 문제들이 다 그러하듯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면 될 일이지요.
정말 서로에게 ‘애정’이 있느냐가 문제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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