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31.불날. 맑음

조회 수 1047 추천 수 0 2006.11.02 12:42:00

2006.10.31.불날. 맑음


사회시간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도로가 가진 번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본 뒤
동서로 남북으로 뻗은 도로들을 훑어보고
모두 여행가방을 싸서 떠났지요.
동희가 먼저 칠판 앞의 지도 앞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곁에 승찬이가 조수역을 맡았습니다.
뒤로 상들을 놓아 좌석으로 써
짝짝이 지도를 들고 앉았지요.
서울에서 출발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다시 진도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진도바닷길축제를 구경할 참입니다.
광명 지나 당진 서산을 거쳐 예산 지나고 홍성을 넘어
보령 서천 곁을 지나
군산 김제 부안을 달렸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휴게소에 들러 밥도 먹고
더러는 졸기도 합니다.
고창 영광 함평 무안을 지나니 목포가 앞에 있었지요.
당진에서 볼일 보고 후발대가 된 저는
밤늦게 진도의 숙소에 합류했네요.
그렇게 경부고속도로도 타고 남해고속도로를 달려도 보고
88올림픽고속도로 위를 신나게 운전했습니다,
고속도로가 멀지 않은 도시들을 구경하면서.

국화를 하고
단소와 우리가락을 엮어 했지요.
영남사물은 ‘반길군악’에 ‘별달거리’ 복습, 이제 ‘휘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쇠로 ‘그랑’소리를 만들어보기도 하였지요.
“오늘이 젤 재밌었어요.”
1학년 신기와 종훈이까지 한 시간을 넘게 두들기고 쳐서 곤하기도 하련만
환합니다.
“뭘 좀 아니까 그런 게야.”
알면 신납니다.
그런데, 사람 관계는 그게 아니기도 한 듯합니다.
뭘 알면 만만해지고 우습게 되기도 하나 봅니다.
서로를 더 아는 일이 함부로 대해지는 기재(器材)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가깝게 하는 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지요.
'별 거'라는 기대 못잖게 '‘별 거 아니네’ 라는 생각도 잘 곱씹어보아야겠습니다.
어떤 공간인들, 누군들 '별 게' 아닐까요.

가을입니다.
산모롱이 뵈지 않는 곳까지도 붉은 물이 들었겠습니다.
큰 마당 가장자리로 은행나무가 많은 물꼬입니다.
겨울이고 봄이고 여름이고 은행나무는 감동입니다.
이 가을은 샛노란 잎으로 말을 구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 아래 은행알들이 수북하지요.
아이들은 열심히 은행을 줍습니다.
긴긴 겨울밤 우리를 풍성케 할 것입니다.

가마솥방 곁 공터에서 작은 김장담그기가 있었습니다.
영양에서 실어온 김칫거리로
김장 전까지 먹을 김치를 여러 엄마들이 같이 담갔지요.

더 이상 확장이 어려운 이 산골의 한정된 공간에서
들어오는 마을 식구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지금 살고 있는 식구들은 어떻게 이동하면 좋을지 고민이 큽니다.
오늘은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동네 여러 어르신들을 만나 의논도 해봅니다.
일 년에 한 차례 편히 다녀가자고 집을 내내 비워두는 도시 사는 이들한테
전화도 넣었습니다.
하기야 시골집을 세주어 얻는 것이 도시 사람들에게야 얼마 되려나요.
그래도, 집이야 사람이 살아야 집인 거 아니냐 설득도 해봅니다.
마음만 새학년도가 바쁘고 일은 어째 진척이 없습니다려.


주마다 배움방에선 아이들이 자리를 바꾸어 앉습니다.
스스로들 좋은 방식을 찾아 앉지요.
그런데 어제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뭐, 대개 그러기 마련이지만
그저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정리가 되어있는데
어젠 나현이와 령이가 뾰로통해 있었습니다.
“무슨 일들이 있었나봐?”
난롯가에서 책을 읽어주기 위해 슬쩍 던지며 앉는데
다른 아이들이 설명을 해주었지요.
“령이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려고 해서...”
나현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령이만 그런 줄 알아?
다른 애들 몇 명도 그러는데 령이가 내 동생이니까...”
그리고 울어버렸답니다.
그렇겠지요, 저만 하더라도 꼭 같은 문제가 여러 명 사이에서 동시에 벌어질 때
만만한 아들놈을 붙들고 야단을 칠 때가 있거든요.
나는 상관없는 일이네, 하는 다른 아이들 때문에도
나현이는 속이 상했을 겝니다.
두 명씩 앉는 건데
한 사람에 하나씩 먼저 차지 하고서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꼼짝 않았던 모양이지요.
그런데도 다른 이들이 자기 문제는 아니었노라, 령이의 문제였노라 하니 말입니다.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들도 아이들대로
같은 공간에서 살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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