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 2.나무날. 맑음

조회 수 1218 추천 수 0 2006.11.03 11:30:00

2006.11. 2.나무날. 맑음


오늘 ‘숲이랑’에서는 숲에서 만났던 잎들로
구성(構成)을 하였지요.
크레파스를 써보았습니다.
보다 조화로우려면 어찌해야할까 서로 의논하면서
빈틈없이 도화지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수영’은 어느 순간 두 모둠으로 나뉜 수업이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들인 신기 종훈 창욱이와
오늘 깁스를 풀고 물리치료 삼아 물장구를 치는 류옥하다가 한 덩어리를 이루어
저랑 연습을 하고,
승환샘은 큰 아이들을 데리고 하였지요.
그런데 마치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정민이도 건너오고
승찬이도 동희도 슬그머니 건너왔습니다.
재미나게들 파닥거리고 있으니 뭔 일인가 하고들 왔겠지요.
그러다 승환샘도 이 편으로 건너와 물 밖에서 마무리 체조를 하게 되었더랍니다.
이러다 잘하지도 못하는 제가 수영샘이 되겠습니다.
담당샘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싶었지요.

바깥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한 해 두어 차례나 되려나요,
핏자집을 갔답니다.
“옥샘이 해주는 핏자가 짱 맛있는데...”
“햄버거도...”
“우리 고추김밥도 먹고 스파게티도 먹고...”
“월남쌈이 진짜 맛있었지? 몇 번이나 먹었는데...”
첫 해에 해날마다 차려주었던 밥상을 선배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마웠지요.
올해는 아이들한테 그런 상을 차릴 기회가 없네요.
홍정희엄마가 가마솥방에 손과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될 만치
잘 움직여주고 계시답니다.
정작 농사꾼이 되려고 들어온 산골에서
주로 아이들과만 움직이고 삽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게 농사지!”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있는 친구의 그런 위로가 있었기도 했지만
텃밭농사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고 사는 삶에 자꾸 끌려 다니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과 하는 작업이 보람이라는데,
어디 농사 짓는 것만 할까요...

KBS교향악단 초청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랑 김천 나간 길이라 문화예술회관에 들었지요.
마을식구들과 공동체식구들도 왔습니다.
아이들은 저들이 요즘 듣고 있던
‘세비야의 이발사’ 가운데 로지나가 부르는 ‘방금 들린 그대의 목소리’를
혹여 좌석이 없어 못 들을까 노심초사했지요.
그린카의 오페라 ‘루스란과 루드밀라’ 서곡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와 조지 거쉰의 ‘아이 갓 리듬’이 이어졌고
김성태의 ‘동심초’도 들었습니다.
드디어 롯시니의 로페라가 나왔지요.
“어!”
“로지나 노래다!”
어찌나 아는 척들을 하던지...
칠레아의 ‘아를르의 여인’ 가운데 ‘페데리코의 탄식’도 듣고
디 카푸아의 ‘오 나의 태양’도 들었지요.
역시 압권은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였습니다.
오페라 무대였다면
알프레드와 비올레타의 2중창이 다시 합창으로 더해지는
화려한 곡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알프레드역의 테너가 어찌나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던지
고교생으로 보이는 여자 무리들은 그의 사인을 받겠노라 쑥덕거리고 있었지요.
휴식시간 뒤엔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운명’ 전 악장이 연주되었습니다.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되 들을 때마다 이토록 깊은 느낌이라니...
3악장에서 4악장으로 곡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가는 대목에선
늘 숨을 죽이게 됩니다.

“음악 소리가 신비로웠어요.”
“흔히 듣는 베토벤 음악도 직접 연주하는 걸 보며 들으니까...”
“멋있었어요.”
“악기 흔드는 것도 따라 해봤어요.”
“우리가 공부하는 음악이 있어서 좋았어요.”
1학년들은 지루하긴 했지만 연주자들이 멋있었다데요.

산골살이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만나며 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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