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1.물날. 낮은 하늘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2006.10.13 11:56:00

2006.10.11.물날. 낮은 하늘


강릉에는 비가 제법 내렸다데요.
여긴 하늘만 조금 낮았더랍니다.

오전이야 자기가 하고픈 공부를 하는 ‘스스로공부’지요.
자기가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 글도 쓰고 꾸미기도 하니
더 재밌게 읽히는 것 같더라고도 하데요.
오후에는 ‘국화’와 ‘국선도’가 있었습니다.
“추석여판가 봐요.”
샘들께 죄송하다싶을 만치 남자애들이
큰 녀석이고 작은 녀석이고 꼼지락꼼지락입니다.
바깥세상으로 며칠이라도 다녀오면 그러기들 마련이지요.
귀에 닿는 것, 눈에 드는 것들이
죄 균형을 흔들어놓나 봅니다.
그래도 달골에서고 배움방에서고 안에서 하는 움직임들에는
금새 제자리를 찾더니
다른 샘이 들어오시는 때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듯합니다.

늘 혼자보기 아까운 ‘연극놀이’시간이지요.
동물, 그러니까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되어보았습니다.
요즘 우리들이 관심이 많은 곤충들부터 되어봅니다.
똥 구덕에 날아든 파리 떼들이었지요.
파리들도 ‘앎’을 가진 존재들이지요.
정말 아이들이 그 존재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예서 날마다 보고 사는 구데기도 되었습니다.
영양덩어리 그들은 상처에 붙어 죽은 살을 파내주어 환자를 보호하기도 하고
기어다니며 다른 이와 엉키기도 합니다.
대해리에 사는 개들도 되어보았지요.
서로 핥아주고 낯선 개들과 대립하기도 하였으며
먹이를 놓고 으르릉대기도 하였더랍니다.
“내가 개다, 개다, 개다, 그러니까 개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겠더라구요.”
닭장에도 들어갔지요.
한 녀석이 ‘알’인가 했더니 다른 이가 와서 그를 품습니다.
팔짝 팔짝 횃대를 내려오기하고
괜히 폴짝거리며 놀기도 하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나중엔 무대에 잘 서지 않던 신기와 종훈이와 창욱이까지
제 역을 만들어 하고 있데요.
“시간이 너무 짧아요.”
아무래도 연극은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두레상’이 있는 날입니다.
대해리를 떠났다 돌아온 이들은
초록을 이고 갔는데 황금들녘이 되었더라지요.
이제 금새 눈이 내릴 것만 같답니다.
10월 막바지에 눈이 내리기도 하는 이곳이기도 하지요.
정운오아빠며 몸이 불편한 이들 때문에 아쉬워도 합니다.
수확철이니 여문 알곡들이 오라 오라 하는데
마음만 바쁜 거지요.
곶감집엔 19마리로 늘어난 닭들이
사람이 비는 틈에 고양이의 해꼬지를 받고는 하나 봅니다.
오늘은 기어이 닭 한 마리가 뵈지 않고 있다 합니다.
“짐승도 사람도 들여다보고 가꿀수록 내 것이 되는데...”
백열네 번째 계자를 취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한가위연휴도 길었고 학교 행사들도 많은 시월이라
그렇지 않아도 열 남짓 신청한 분들께 혹 취소될 수 있다 연락도 드렸던 참이었지요.
내일 있는 야은초등학교 6학년들의 현장학습으로 대신하면 되겠기도 하고.
그래서 그 아이들과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맡아 나누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너무 늦게야 준비를 하게 되어 마음들이 좀 바빴습니다.
가마솥방에선 학교 뒤에 있는 댓마와 영양에서
얼갈이가 와서 김치도 잘 담았다합니다.
하우스에 있는 채소들이 잘 자라
곧 솎아줄 때가 되었다네요.
그런데 너무 가물어 배추가 영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는 농사부 전갈입니다.

아이들은 ‘호숫가나무’를 ‘달골한데모임’으로 대신했습니다.
내일 맞을 손님을 위해 채비를 좀 하였지요.
계곡오르기에서 도움꾼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아침에 학교 안팎에 아이들 손이 필요한 곳은 어딜까 의논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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