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불날 옷에 튄 물도 금방 마르네요

조회 수 1340 추천 수 0 2005.05.27 19:02:00

5월 24일 불날 옷에 튄 물도 금방 마르네요

"끊어요, 제가 할게요."
대개의 사람들은 물꼬에서 전화가 가면 그리 말합니다.
살림을 걱정해주시는 게지요.
마음 참 좋아집니다.

밭에 나는 것들로 손을 풀기 시작한 아이들입니다.
차올라 오는 것들을 보면 살고 싶게 하는 그 푸성귀들 말입니다.

예린이가 엊저녁 커다란 티가 들어가서
읍내 안과를 서둘러 가게 되었습니다.
눈이니까, 감각기관에 생기는 문제는 더디지 않게 전문의를 찾을라 지요.
그런데 남은 아이들, 뭘 할지 저들이 아주 짚고 있으니
큰 흐름에 대한 안내만 있으면 챙겨나갑니다.
셈놀이도 저들이 했지요.
달력으로 만나던 수놀이를 놀이판 만들기로 넘어가
두 패로 나눠 놀이까지 신나게 했답디다.
자연스레 앞 공부와 뒷공부가 그리 넘는 고개가 신나지요.
통합교과가 가지는 장점은 참으로 많겠습니다만
교과가 넘나들고
그래서 수업이 이리 흐름을 타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겠습니다.
삶의 숱한 영역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배움 또한 무 자르듯 나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요.
마침 검도샘이 일이 생겨 못오신 걸음도
저들끼리 뛰어댕겼다데요, 뭐 딱 잘라 반시간만 했답디다.
넉살들도 좋고 유들이도 보통이 아닌 녀석들이지요,
눈을 팔 수가 없다니까요.
여지껏 그리던 포도 잎사귀와는 다른 방법 하나를 익혔고,
한국화샘은 한 잎 한 잎 꼼꼼히 잎들을 봐주셨습니다.

된장집 뒤 고구마들을 심었습니다.
"작년에는요..."
아이구 그것도 세월이라고, 경험이라고 벌써 차이를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뿌리 안난 고구마순이었잖아요..."
그래서 막대기를 사선으로 꽂아 벌려 놓고 순을 넣었더랬지요.
"올해는요, 잎도 나고 뿌리도 나서요..."
교무실에 앉은 제게 달려와 어찌나 눈에 선하게 그려주던지요.
"호미로 파서 물 넣고 고구마 넣고 흙 덮고..."

역시 힘이 남아돌지요.
어제부터 보물지도를 그려대더니
오늘은 어찌나 뛰어다니던지요, 물론 보물 찾으러.
연필도 찾고, 안마 쿠폰(그건 제가 다 얻었다지요)에다
나중에 받는 시스템도 있다 하고...
그렇게 보물을 찾아서,
강아지를 봐서, 자전거를 타서, 카드놀이 할 종이 한 장 얻어서,
앞 바퀴 들고 처음 자전거 타봐서, 곁에 있는 이가 참아줘서,
그래서 그래서 행복하다는 우리 아이들이랍니다.

"공동체 모두한데모임 해야 되지요?"
방석을 이따 만큼 주욱 깔아놓고 아이들이 확인하러 왔습니다.
이번 주 나무날 집에 가느라고들 모임을 못하니
오늘은 적절한 날일 거라 일을 가늠한 게지요.
할 말들도 많다 그거겠지요.
어찌 할라나요, 어른들한테 물으니 다들 머리 절래절래 흔들던 걸요.
그 푸념들 다 듣고 어른모임까지 하자면 오늘 불날도 자정이 후딱 넘지 하고.
그래서 저만 들어가 아이들과 한데모임을 하고
이어 공동체어른모임 있었습니다.
계자 때 어떻게 움직일까,
또, 계자에 이어지는 찔레꽃방학 동안 공동체 사람들 움직임을 짰답니다.

김해에서 또 불쑥 찾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를 입학시키려고도 하고,
이번 계자에 아이를 보내는데 먼저 '시찰하러' 오셨다더랍니다.
더구나 안에선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고
교장을 만나겠다지만 교무실에서 계자며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누구 하나 맞을 형편이 아니었지요.
교무행정 은주샘이 잠시 나가 미리 약속을 하고 오셨음 좋았을 걸 그랬다,
잘 만나 돌려보내드렸답니다.
왜 둘러볼 수 없느냐, 먼길 오신 분은 화가 나셨을 테지요.
그런데 예도 일상이 있는 곳인데,
더구나 이곳이 단순히 학교가 아니라 집과 다르지 않은 공동체인데,
연락도 않고(아는 사이도 아니고) 넘의 집 마당 안으로
불쑥 발을 들이미는 일이 어딨답니까.
제발 여기 형편을 살펴 찾아와 달라 간곡히 부탁하건만
번번이 일어나고 마는 문제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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