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는 꿈은 상설학교였는데 결과물은 교육자들을 키워내는 허브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

 

내 나이 스물여섯 무렵이던가, 연극하며 만난 후배 하나가 나를 노인네라 불렀다.

까닭은, 잘 모르겠다. 그때는 알았던 듯도 한데.

인터넷이 이리 활발하지 못했던 때라

사람들은 머리 하얗고 수염 기른 할아버지가 물꼬 교장인 줄 알았다지.

성별이야 이미 결정 나 있었던 거고, 세월 지나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는 곧 몇 해 물꼬에 상주하는 두레일꾼 하나가 되었더랬다.

그러다 그에게 맡겨진 큰 소임 하나가 있었으니

갓 태어난 아이를 같이 돌봐주는 일이었다.

젊은 우리들에게 유일했던 아이였던 그 아이는 내가 낳은 아들이었다.

물꼬의 도시공동체 연남리에서 모여 살았던 때.

물꼬 공동체 식구들 모두가 한 아이를 같이 키우던 때.

그 아이가 자라 의대 졸업반이 되었다.

그때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도 연극을 하고 있는 윤희샘,

연어의 날 신청을 뒤늦게 해 지인찬스 대표찬스에도 밀려 걸음을 못했다.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오간 메일에서 그가

물꼬가교육자들을 키워내는 허브아니었나 싶다고.

 

물꼬랑 인연 닿은 사람들이 줄줄일텐데 사람맞이 대사 치르는데 그거 어찌 다 감당하겠수.

물꼬가 개인 공간도 아니고, 대표님 찬스로 가는 건 더 아니지~~

이제는 사람도 많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로 꾸려져야 맞을 테고.

(...)

물꼬에서 보고 배운 대로 우리 애들 잘 키우고, 내가 연극으로 만나는 애들 잘 만나면 물꼬 물이 계속 흐르는 거라 생각해.

물꼬는 꿈은 상설 학교였는데 결과물은 교육자들을 키워내는 허브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

(...)

나는 들풀처럼 늘 잘 살고 있수.

삼풍백화점 생존자가 그냥 사는 게 행복이라고 하더라고.

게다가 나는 애정하는 가족을 만들어서 살고 있으니 얼마나 잘 살고 있는 거겠수.

우리 신랑이 윤희는 지옥에서도 꿈꿀 거라고 그랬다우^^

언니도 쭈욱 꿈꾸고 있다니, , 언니야말로 지옥에서도 꿈꾸고 뭐든 하겠군

내년엔 부지런떨어서 안 짤리게 미리 신청해 볼라우 ㅎㅎ

 


학교에는 교육청에서 팀장이 새로 와 폐교를 둘러보는 중이었고(11일 면담 건은 밀리고), 

달골에는 이웃마을 장순샘네가 농사지은 자두를 내려놓고 갔다.

아침뜨락을 만들기 시작할 때 굴착기 앞세우고 일을 거들었던 그였고,

울타리 측백나무도 그가 그네 마을의 밭에서 얻어왔더랬으며,

꽃그늘길 파이프도 그가 친구와 함께 와서 세워주었더랬다.

아침뜨락에 둘러보다 벽돌길 거의 끄트머리 아래서 새고 있는 물을 보더니

나름 방법을 조언하였더라.

그 역시도 밥못에서 관을 타고 새어오는 물 같다고 진단을 하며

아래쪽으로 새로 관을 하나 묻어 물을 돌리라고.

그 같은 방법을 생각지 않았던 건 아니나

역시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거느냐는 문제.

겨울에 오기 전에는 해야지, 마음 그리 먹었다.

 

가지치기.

창고동 앞 떡버들을 아무래도 더 쳐야겠더라, 아직 cctv를 가려.

그러고 나니 그 곁의 층층나무를 잘 살리고 싶어졌고,

그래서 그를 가리는 떡버들 가지를 더 쳐내고.

그 아래 키 낮은 단풍나무도 땅 쪽 가지를 정리해주고.

조경가위 든 김에 달못 둘레도 가다.

자잘한 버들들 다 잘라내고 다섯 그루만 남겼고,

자작나무들 아래쪽들 잔가지를 모두 쳐주다.

나오는 길에 지난 연어의 날에 풀 밀고 긁어 모아두었던

두 곳의 풀더미를 몇 차례 안아도 버려주었네.

아래 학교에서는 호박들을 돌보고 고추와 가지 둘레들에 풀을 뽑다.

 

논두렁이자 벗이 보내온 카트와 구강세정기가 왔다.

엊그제 우리 어깨도 허리도 시원찮으니, 들고 메지말고 끌고 다니자던 문자,

자기도 하나 샀다며.

구강세정기는 자기 쓰던 걸로 찾아 보냈노라 했다.

그거 놓인 세면대를 보는데,

나 좀 문명화된 느낌!

듣는 데 훌륭한데 막도 뚫을 것 같은 잘 보는 눈까지 가진 그는

언제나 잘 살피고 꼭 필요한 것들을 챙겨준다.(그것이 그가 물꼬를 지지하는 한 방법이기도 할.)

그리고 그것이 내 무심함을 돌아보도록 가르친다.

나는 그런 이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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