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7.나무날. 흐림

조회 수 298 추천 수 0 2022.07.29 04:09:55


처마에 사는 곤줄박이네 둥지가 비었다.

알을 낳고 새끼가 날 때까지 쓰이는 용도였을.

마지막 새끼가 둥지를 나와 시렁에 앉았더니

떨어지듯 내려 폴짝거리며 마당을 나가더니만 미끄러지듯 너머 언덕으로 사라졌다.

마당 끝 편백 나뭇가지에서 어미새가 부르고 있었던.

날아보렴, 어서 와, 영차!” 그런 말들 쯤이었을.

그제부터 한 마리가 떠나고 어제 또 한 마리, 그리고 오늘 나머지 한 마리,

모두가 떠났다.

둥지 아래 현관 모서리 쪽은 나뭇가지며들이 너저분했다.

며칠 전부터는 어미새가 잡아온 벌레며를 벽 쪽으로 붙여두는 듯 보였다.

아마도 스스로 먹기 훈련이 아니었을지.

말라버린 작은 벌레들을 그들이 떠날 때까지 그대로 두었더랬는데, 오늘은 쓸었다.

둥지는? 새끼들이 떠나고도 하루이틀 어미새가 찾아든다고 들었던 듯하여

엿보고 있었는데, 보지는 못했다.

다시 쓰이는 날이 있을까?

일단 둬보기로 한다.

 

계자 자모회를 구성했다? 그런 셈이다.

굳이 무슨 조직화까지는 아니고

계자 무렵 부모들 간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물꼬의 안내 말고 부모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어 왔지만

그간 구체화되지는 않았더랬다.

윤실샘과 수진샘이 중심에 서주시기로 하다.

당장은 물꼬 누리집의 보조로 쓰고 있는 네이버 카페 자유학교 물꼬 저장소에서

채팅란을 쓰기로.

관련하여 윤실샘(이미 수진샘과 논의를 하여 창구를 하나로 통일시킨)과 통화.

계자 명단이 확정되면 네이버 채팅보다는 실시간 카톡방이 낫지 않을까 한다는.

통화를 하는 동안 마음이 퍽 좋았다.

그 기쁨은 일이 더 순조로울 거라는 기대 쪽이기보다

같이논의하고 있음에 더 즐거운.

요 몇 해 계자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행정 일이라면 하다샘이 나누는 정도였으므로.

, 이번여름 밥바라지 뒷배도 하겠다는 윤실샘한테 보냈던 문자;

물꼬 부엌이 조리사샘도 있는 부엌이여. 나여, !’

오늘 한식조리기능사자격증을 출력해두었다네, 하하.

 

계자 등록비 감액 관련 메일을 받았다.

사정에 따라 등록비가 어떻게 달라지냐는 질문과 함께

 

'그리고 혹시 아이가 계자 참여하여 등록비에 관해 듣는 일이 생길까요..?'

다른 줄보다 큰 글씨로 쓰여진 문장을 읽었다.

교장 일을 보는 이와 재정을 돕는 이, 두 사람만 안다고 전했다.

201911월에도 같은 질문을 주신 분이었다.

그때로부터 별 달라지지 않은 답변을 옮겨 보냈다.

그네 아이도 이 여름에 함께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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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입니다.

 

편하지 않은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을 메일 주셔서 고맙습니다.

 

1.

자신의 상황은 자신이 가장 잘 알지요.

어려운 형편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관련 서류 같은 걸 낼 까닭도 없습니다.

적어도 물꼬가 돈이 없어서 보낼 수 없는 곳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참가비를 형편대로 내주십사 합니다.

(다만, 이왕이면 사정을 알려주신다면

아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지요.)

 

2.

그런데 물꼬가 참가비를 안 내도 되는 곳이라 인식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예컨대 지나친 비용까지 감당하며 여행이라든지 다른 경험은 하면서

물꼬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같은 거요.

물꼬에서는 아무도 임금을 받지 않고, 모두 자원봉사로 꾸려집니다.

교사 임금이 고스란히 학교 유지비용에 쓰인다 할 수 있겠지요.

후원도 살림의 한 축이구요.

그래서 내실 수 있는 만큼 힘껏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예로 어느 어머님은 아주 어려운 한부모가정이었는데,

달마다 2만원씩 수년을 적금 붓듯 외려 더 많이 주셔서

저희를 오래 감동케 하기도 하셨더랍니다.

 

 

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훌륭한 마음공부가 되는 과정이 되더군요.

물꼬에서 일하며 그런 생각을 늘 합니다,

돈은 돈의 길이 있고 행위는 행위의 길이 있다는.

적어도 돈의 크기로 아이들을 보지는 않습니다!

 

부디 좋은 연 지어지기를 바랍니다.

 

- 자유학교 물꼬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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