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불날 맑음

조회 수 1270 추천 수 0 2005.03.26 02:39:00

< 3월 22일 불날 맑음 >

분수를 하다가 도형이 나왔고
도형을 하는 가운데 원을 다루게 됩니다.
몸으로 원을 정의해내고 각도도 익힙니다.
자연스러운 이 흐름들이 참말 좋습니다.
진도표가 교과서지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으니
배움의 입자가 기체처럼 움직입니다.

빛그림놀이에서 쓸 그림이 아직 덜됐다고
오후는 일을 못한다는 아이들입니다.
쇠날에 마무리해서 사진 찍고 흙날 저녁 펼쳐보이기를 할 량이니까요.
읍내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떡볶기 모둠도 오뎅 모둠도 빼 논 그림 없이 마무리를 다해놨습니다.
스스로, 라고 자주 말하지만
정말 아이들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으면 또 놀라고 만답니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어데서 난 놈들일까요...
먼저 끝을 낸 떡볶기네는 사무실일도 도왔다지요.
저들끼리 컨베이어벨트를 만들어 소식지 봉투 작업을
이백하고도 세 통을 했다나요.

저녁 때건지기 징이 울리기 전
공동체에서 맡은 일들을 먼저 끝낸 패들이 숲을 갔더랍니다.
관을 봤다고도 하고
그 관이 반쯤 열려있었다고도 하는데
전설이 난무하는 이 산골입니다려.
형들을 따라나서겠다는 다섯 살 규민이한테 발이 묶인 채은이는
강당 뒤편 개울가를 왔다갔다만 하느라
아이들에게 따라 붙지 못해 못내 서운해하면서도
누나 몫에 흥겨워합니다.

한데모임에서 툴툴이 하늘이가 영락없이 맨 먼저 손을 번쩍 듭니다.
"하다가요, 반말해요."
"도형아, 자네가 해결해 줘라."
"하늘아, 니가 형답게 굴어야 (동생들이)형님 대우를 해줘."
요새 도형이 제가 익힌 것을 형아로서 잘 조언해주네요.

건축하시는 이강만님이 서울에서 달골 아이들집 일로 다녀갑니다.
십 오년 여 만에 만난 선배이기도 한데
물꼬가 이뤄가는 꿈에 경의를 표해줍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구나,
또 생각케 되데요.

공동체 어른모임이 불날 저녁마다 있지요.
아이들은 곶감집에 어른 없이 먼저 가 잠자리로 드는 날입니다.
2005학년도의 속이 이렇게 갖춰져 가고 있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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