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계자 이튿날, 2010. 1. 4.달날. 눈, 눈, 눈

조회 수 1201 추천 수 0 2010.01.07 17:40:00

135 계자 이튿날, 1. 4.달날. 눈, 눈, 눈


절묘한 날씨입니다.
늘 고마운 하늘이지요.
아이들 들어온다고 비 내린 뒤 말짱한 하늘이더니
아이들 오갈 일 없다고 참았던 눈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해건지기 시간을 시작하며 내린 눈과 마치며 내린 눈은 크기가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렇게 눈이 급속도로 펑펑 내리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서현샘의 하루갈무리글 가운데서)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나서자 내리기 시작한 눈이
돌아왔다고 주먹만해졌더랬지요.
눈은 그렇게 종일 내리고 또 내렸더랍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할머니가 혼자 손수 지은 황토집까지 다녀왔습니다.
까치도 개미도 제 집을 손수 짓는데
사람도 그럴 수 있어야지 않을까,
사람 사는 데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다,
몸 누울 방 한 칸이면 족하지 않나,
그런 얘기들을 나누며 산마을 길을 걸어왔더랍니다.
‘5살 이후로 눈이 쌓인 걸 본 적이 없는데 거의 10년 만에 눈을 봤다......’
(새끼일꾼 윤지형님의 하루갈무리글 가운데서)
규민이는 눈밭의 강아지처럼 팔랑거리며
달골까지 올랐다 내려오기도 하였더랬지요.

눈이 오는데, 눈이 내리는데, 저렇게 눈이 퍼붓는데
어떻게 엉덩이를 붙여둔단 말인가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옷을 단단히 입고 몰려가자 했지요.
‘눈이 많이 와서 추울 줄 알고 집에서만 놀 줄 알았는데 밖에 나가서 움직이며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희경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밖에 눈 내리고 난롯가에 앉았는 재미도 솔솔찮았나 봅니다.
정작 나가서 뛰고 있는 아이들은 또 그리 많지 않데요.
하기야 해본 놈이 한다던가요,
자주 하는 생각입니다만 노는 것도 잘 못 노는 요새 애들 많답니다요.

11시가 되어서야 ‘열린교실’을 하려 모였습니다.
연만들기가 문을 닫은 속에 아홉 개 방이 있었네요.
새해가 되었으니 새달력(동휘 소영 자누 정원 봄)을 만들고,
북적이는 게 싫어서 한산한 곳에 온 해온이는
혼자 새해엽서를 붙였습니다.
정원이는 야무딱진 자누의 잔소리를 들어야했지요.
“너 자꾸 그러면 어떡할라구? 잘라서 쓰든지 해야지.”
도우 나연 승규 준아는 단추를 가지고
패물 하나씩 장만했지요.
한코두코에는 규한 세정 임수 현주 민지가 들어가
목도리를 떠보겠단 굳은 결심을 하였는데,
마스크라도 되기는 하려는지요.
현우를 빼고 경산패밀리라 굳어진 현곤 재혁 재훈 건웅 관용,
그리고 우석은
뜻밖에도 옷감물들이기를 하고 있었는데
먼저 아는 곳이라고 그런지 이것저것 현곤이 도움이 컸다합니다.
못이기는 척하며 재혁이 역시
필요한 일을 부탁하면 곧잘 움직이더라지요.
노란 색깔이 퍽 곱게 나왔더랬습니다.
폐강의 위기에서 기환이로 구해진 ‘종이랑’은
종이를 촘촘히 접고 오려 커다란 창문 하나를 장식하였지요.
한땀두땀에 들어간 경준 인영 수현 세인 선영이는
동전지갑과 MP3집,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바느질을 하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실을 매듭짓는 기술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될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진주샘의 하루갈무리글 가운데서)
뚝딱뚝딱에는 민상 민재 지호 현우 다니 형찬 준우 규민이가 들어가
눈썰매와 의자, 그리고 장난감을 만들었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 달라 불러대던 예전의 형찬,
많이 컸데요, 이제는 어떻게 하는지만 알려 달라 했다나요.
일환 준호 하다 석현이는 하고픈 게 많거나 아님 없었던 모양입니다.
‘다좋다’에 들어갔지요.
전통적으로 모두를 위한 가치로운 무언가를 하며 보내는 다좋다입니다.
아이들은 본관과 큰해우소 가는 길을 치우고
곳곳 사람들이 오가는 길의 눈을 치웠습니다.
그런 뒤엔 모두 수고하고 있는 교실마다 다니며
주전부리거리 하나 배달하였다지요.
열린교실에서 나온 성과물을 전시하는 ‘펼쳐보이기’,
아이들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아요.”
“왜 한 번만 해요?”
그러면 또 시간을 늘리면 될 테지요,
아직 날 많으니.

오후 ‘음악놀이’를 앞두고 있었는데,
마을방송이 나옵니다.
눈이 조금 주춤거리고 있을 무렵이었지요.
폭설주의보를 알려주시며 눈을 좀 치워두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도 누군가를 위해서도
눈써래만 아니라 싸리빗자루 대빗자루 플라스틱 빗자루에
쓰레받기와 괭이와 갈고리까지 끌고 나갔더랍니다.
그런데 우르르 끌고 나가놓으니 길이 꽉 차지요.
“아구, 밟아서 다 다져났네.”
소복한 눈이 아직 얼지 않았으니 쓰윽 쓸어내면 될 것인데
딴에는 부지런히 눈을 치운다고 이리저리 죄 다졌더란 말이지요.
좋은 일 하자고 나가서 어르신들한테 잔소리도 좀 들은 게지요.
그런데, 일이 될까 싶더니, 됩디다.
사람 손 그거 무섭지요, 고사리손이라 해도.
“아가, 여기도 좀 해봐라.”
마을 할머니한 분의 도움 요청에
일환이는 그 댁 마당에서 삽짝까지 눈을 쓸어주고 돌아섰지요.
모다 정말 열심히 움직이데요.

‘보글보글’
이때를 위해 준비해둔 묵은지가 있지요.
호떡, 떡볶이, 스파게티, 동그랑땡, 부침개, 핏자에
국물이 있는 수제비를 하기로 합니다.
물론 앞에 다 김치가 붙지요.
불나지 않은 적이 없는 호떡은
규한 선영 세인 자누 봄 소영이가 들어
통밀가루로 한 반죽을 부치고 있고
현우를 더한 경산패밀리는 떡볶이를 한 솥단지 더해내고 있었습니다.
일환 민재 준우 민지 현주 동휘 경준이네 수제비는
반죽이 너무 두껍다 한 소리를 들었으나
국물은 시원도 하였더랍니다.
배고파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잘 정리해주고 치워줘서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함께 한 샘의 칭찬 컸지요.
김치스파게티의 임수 민상 세정 하다 우석은
무언가 할 때마다 역시 아람쌤이야, 하며 진행하는 샘을 북돋우고
참다가 먹으면 더 맛있다며
침 넘어가는 우석이를 하다는 잘 달래었습니다.
“이게 동그랑땡이야?”
준호 정원 준아 석현에다 늦게 합류한 규민이는
반죽이 질어져 미니부침개를 냈지요.
그런들 어떤가요, 이름은 동그랑땡이었답니다.
김치부침개에선 해온 인영 지호 수현 형찬 준우가
부침개업을 오래한 경력자 희중샘까지 초빙하여
지글지글 맛나게도 부침개를 내고,
샘부터 하나같이 해본 적도 없다는 핏자를
희경샘 나현 승규 도우 다니 현우 기환이는
정말 정말 맛있게도 해냈지요.
규민이는 오며가며 참견도 하고
그러다 지루해지면 그가 젤 신나하는 그림을 그리다
다시 맛을 보러 나타나기도 했더랍니다.
음식이 나오면 눈 깜짝할 새 없어지고
만드는 동안에도 너무 먹어서 간수하기 힘이 들기도 하더라는
샘들의 엄살도 있었던 부산한 보글보글이었습니다.
거기 딸려 나오는 무수한 설거지는
수진형님과 희중샘을 시작으로 씻겨나가고
먼저 끝낸 샘들이 차례차례 싱크대 앞자리를 바꿔주었지요.

‘춤명상’.
물꼬에선 올 한해 절기를 따라 춤을 춰왔습니다.
올겨울은 해를 맞으며 지난 춤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경칩으로 시작하여 춘분을 지난 어제였고
오늘은 청명으로 가서 민들레춤을 추었더랬지요.

그리고 응원소리 높았던 ‘대동놀이’가 끝나고 ‘샘들 한데모임’
어제의 주제는 ‘시간은 힘이 세다’쯤이라 하겠습니다.
하루 열두 번도 더 우리 또한 천당과 지옥을 오가지 않더냐,
아이들의 감정에 다 끄달릴 게 아니다,
그러나 상처받을 만큼의 지점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
그런 말들 있었지요.
오늘은 ‘시간은 다 다르다’쯤 되려나요.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하지요,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그리고 그곳에 놓인 자신과도.
적응정도도도 다 다르다마다요.
그러니 더딘 아이들의 반응이 있다 하여 그리 조급할 게 아닙니다.
그리고, 장애가 좀 심한 친구 하나 있습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민우샘이 맡고 있지요.
동료인 희경샘 진주샘이 같이 돌보고도 있습니다.
이들이 다른 샘들에게 준 자극과 감동이 컸다고들 하지요.
그는 더러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혼자 흐름을 여러 차례 끊어두고는 하였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모두 함께 불러주기도 하였지요.
“말썽쟁이 아이와 장애가 있는 그의 방해가 서로 다르지 않다.”
그렇지 않겠는지요.
먹을거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상옥샘이 안타까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젓가락으로 안 잡히면 다 먹은 거라고,
멸치가 여섯 마리나 남았는데,
숟가락으로 떠지지 않으면 다 먹은 거라고,
들러붙은 걸 다 긁으면 한 숟가락도 더 되는데,
처음 밥바라지 도움꾼으로 와서 그게 참 안타깝다셨지요.
가마솥방 대장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넉넉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강압적인 모습을 본 적도 있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곳의 가치관이 영향을 미치며 조금씩 조금씩 덜 나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장순이(진돗개)가 있지 않은가, 그랬답니다.
밥은 하늘이라 부르는 물꼬의 가치관을 오래 지켜보아온 이이므로
남기는 것에 대해 아이들을 잘 설득해내 갈 테지요.
오전에 화목보일러 아궁이를 맡은 불지킴이 윤지형님과 연규형님은
눈을 조금만 떼면 금세 온도가 내려가고 불이 꺼져 다급해하며
밤새도록 아궁이 앞을 지키는 소사아저씨의 노고를
다시 생각했다고도 전하였습니다.
처지가 되어보면 아는 게지요,
그 처지가 된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사나운 날씨라는데 평년 같은 대해리라
아이들 있는 때여 더욱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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