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계자 나흗날, 2010. 1. 6.물날. 맑음

조회 수 1164 추천 수 0 2010.01.11 01:14:00

135 계자 나흗날, 2010. 1. 6.물날. 맑음


그간 백서른다섯 차례나 계자를 했으니 적잖이 했지요.
그런데 그 하나 하나가
집약적으로 한 장면으로 압축되어 생생하고는 합니다.
이번 계자라면 아마도 오늘의 눈썰매와 연극놀이가 아닐까 싶어요.

산에 나무에 지붕에 쌓였던 눈들이 흩날리고 있는 아침,
황토방에서 몸을 풀고 명상을 합니다.
나현이와 승규는 한번도 남의 집에 가서 자본 적이 없다는데,
잘 잤다 합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현이는 엄마가 슬슬 보고 싶어집니다.
또래 여자가 없으니 더욱 그러한 갑습니다.
샘들이 마음을 많이 쓰고 있지요.

“날마다 주세요.”
오늘 아침의 포장마차 샌드위치는 불티나게 팔렸답니다.
‘설탕이 안 들어가는데 애들이 잘 먹는 게 신기하다.’
서현샘은 하루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고,
‘여기 오니 모든 음식이 맛있어서 집에 가서두 잘 먹을 것 같아서 오길 잘한 것 같아요.’
미현샘은 그리 썼데요.

아침을 먹은 뒤 눈썰매장에 갔습니다.
‘손풀기’도 ‘우리가락’도 다 놓고
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울러메고 갔지요.
누구는 물꼬특별눈썰매장이라 하고
또 다른 누구는 물꼬 전용눈썰매장이라고도 합니다.
코스도 다양하지요, 상급, 중급, 초급.
어쨌든 물꼬는 부자인 거지요.
아이스링크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눈썰매장도 있고,
저 하늘, 저 산도 우리 거네 합니다.
들일 데 없으니 둘러치고 있다지요.
요새 애들이 놀 줄을 모른다구요,
웬걸요, 다 준비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야아, 그리 신나게 놀 수가 없데요.

그러다 모두 하나가 되어 있습디다.
‘손풀기 시간에 썰매를 타러 갔었는데 그냥 사진 좀 찍다가 옆에서 아이들 타는 모습 보다가 학교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옥쌤께서 온몸으로 썰매 길을 만들어주시고 아이들도 열심히 타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타게 됐는데 역시 물꼬의 모든 활동은 내빼지 말고 참여해야겠더라구요. 안 재밌는 게 없어요, 정말.’
아람형님의 하루정리글에서 그리 썼고,
‘겨울계자가 추워서 힘들다 생각했는데 정말 정말 눈썰매를 타기 위해 계자 와야 된다고 바뀌었다.’
연규형님은 이리 쓰고 있었지요.
중1 경준이가 자신의 즐거움을 밀치고 아이들을 살피느라 애쓰며
다가오는 여름의 새끼일꾼노릇을 준비합니다.
수현형님은 준아가 발 시렵다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형 재혁이는 옆에서 준아 손도 잡아주고 장갑도 벗어주었지요.
‘영광의 물꼬 새끼일꾼’들, 혹은 형아들이랍니다.
마을길을 오고 가는 길은 서로 알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도란도란 아이들 사는 이야기들을 듣지요.
우석이며 지호며 학원은 어찌 그리 고달픈지요.
주중에 빠지기라도 하면 주말은 보강을 한답니다.
이 시대를 건너가는 아이들 삶의 강도가 어른 못잖게 만만찮은 게지요.
현우는 하나 밖에 안 신었다고 양말 신으러 들어왔다가
들어가니 또 나오기 싫어 학교에 머물렀네요.
서현샘을 도와 책방이랑 복도를 정리해두었더랍니다.

‘보글보글⦁2’ 는 전통적으로 김치만두를 빚습니다,
그림동화도 보고 만두구경도 하고.
다니 석현 준호 봄 소영 인영 수현 형찬이는 ‘먹고 싶은 만두’를 빚고
경준 규한 세인 준우 준아 정원이는 ‘또 먹고 싶은 만두’를,
일환 민재 동휘 하다 자누 세정 해온 우석 임수는 ‘군침 도는 만두’,
‘자꾸 먹고 싶은 만두’는
승규 도우 나현 민상 민지 선영 현주 지호 기환이가 빚었답니다.
‘다 어린데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칼질하고 만두 빚고’
‘다들 골고루 먹었고 만두 빚는 것도 의욕적으로 돕고’,
샘들 하루정리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평가들이었지요.
한편 ‘마음 넓은 보자기’에서 현우와 경산패밀리는
부지런히 만두피를 밀었습니다.
새끼일꾼들도 들어와 오랜만에 아이 적처럼
무슨 산동네 부업하러 모인 엄마들마냥 수다를 떨고 또 떨었다지요.
그 끝에는 칼국수를 큰 솥단지에 끓여내
오가는 이들 다 퍼서 먹었더랍니다.

작은 사고도 있었지요.
우석이랑 형찬이가 장난을 치다
우석이가 다니를 밀친 일이었네요.
그만 다니의 안경이 부러졌습니다.
코도 상처 하나 생겼지요.
“미안해. 모르고 그랬어...”
우석이가 바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프기도 했을 다니는 금새 화를 누르기 쉽잖았을 테지요.
아무래도 또래 같은 형찬이가 만만합니다.
화를 좀 냈지요.
그런데 우석이가 얼른 말했습니다.
“아니야,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 다니도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던 게지요.
마음을 안다는 것, 그리고 그걸 표현하는 것, 참으로 중요합니다.
관계는 그렇게 풀어가는 거라고
아이들이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다니는 상처는 가벼웠고,
안경도 수습이 되었지요.

‘연극놀이’.
한 편의 이야기를 장면을 나누어 이어달리기 했더랍니다.
얼마나 웃었던지요.
겨우 한 시간여 만에 그런 작품이 다 나올 수 있다니,
만나도 만나도 아이들은 놀라운 존재들입니다.
음향에 문제가 좀 생겨 소리가 끽끽거린 게 흠이긴 했으나
훌륭했지요.
물꼬의 옷방은 연극을 위한 의상실로도 그럴 수 없이 훌륭합니다.
이럴 땐 동영상이란 걸 찍고 싶다마다요.
동네 바보형제 민우샘과 재혁이,
그 끼들을 어떻게 숨기고 있었던 걸까요?
아브라카다브라를 추는 춘향이와 이도령 역의 수현형님과 진주샘,
귀여운 춘향 희중샘,... 건웅이는 총감독을 맡아 진두지휘를 했더랍니다.
‘춘향전을 바탕으로 연극놀이를 했는데, 정말 웃기고, 배 터지는 줄 알았다(너무 웃겨서)’(수현형님의 하루정리 글 가운데서)
그런데 현곤이가 참여를 못했습니다.
주인공 몽룡이를 하라 했으나 한 번 튕긴 바람에
냅다 형찬이한테 배역이 돌아가고
그렇게 돼버리자 방자도 싫고 바보형제도 싫었지요.
하지만 관객으로서의 역할 또한 연극의 한 구성원 아닐는지요.
‘다른 곳에서 연극을 발표하면 오랜 시간 준비하고 대본도 외우고 정해진 틀대로 진행하는데 물꼬는 그런 틀 없이 마음대로 준비하고 편안하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보여주고 대사도 즉흥적으로 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연극놀이를 재밌게 열심히 참여한 것 같아요. 물꼬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아람형님의 하루정리 글 가운데서)
‘아이들이 잘 참여하지 않으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에 진주쌤이 춘향이를 내가 몽룡이를 맡았다. 유독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를 꺼려하는 아이들을 위해 더 망가지고, 더 재미있게 해주었다. 연극 중 빵빵 터져주는 아이들 덕에 이미지 손상 따윈 쉽게 복구할 수 있었다.’(수현형님의 같은 글 가운데서)
‘나는 향단이를 했다. 분장이 끝나고 나니...... 미친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수진형님의 같은 글 가운데서)
그렇게 새끼일꾼들이 더 신명나게 준비를 해주었네요.

이어진 무대.
새끼일꾼들의 찬조출연, 틈틈이 익혔던 춤을 선보였습니다.
‘연극놀이에서 새끼일꾼 쌤들이 공연하는 것... 한 계자의 분위기는 쌤들의 분위기에서도 투영 또는 반영이 되는데, 이번 계자는 특히 쌤들의 분위기가 그 동안과 달라서 그런지 뭔가 좀 특이하다. 새끼일꾼 쌤들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 신기하다.’(서현샘의 같은 글 가운데서)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 시작 전 잠시 우리가락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가기가 섭섭하여.
눈썰매장 가느라 못 했던 시간이었더랬지요.
‘우리가락시간에 처음에는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신명나서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수미샘의 같은 글 가운데서)
‘우리가락을 진행하는데, 애들이 집중도 못하고 재미없고 낯설어한다. 정말 우리가락이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닌지......’(서현샘의 같은 글 가운데서)
했던 놈들이 낫습니다.
또한 들어본 어른들이 더 낫습니다
왔던 아이들이 더 흥을 내고,
아람형님 윤지형님 선영샘이며 샘들이 더 즐겼더라지요.

한데모임이 끝나고 안에서 하는 대동놀이가 끝나자
낼 ‘늑대발자국’에 대한 준비가 이어졌답니다.
내일은 어떤 모험길을 떠나게 될지요,
골짝마다 서린 이야기 가운데 어떤 설화가 우리를 끌고 갈지요,
길은 또 어디로 가게 될지요...

잠자리.
규민이는 노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좋아합니다.
불러 달라 손짓하네요.
선영 세인 수진형님 수현형님들이 조곤조곤 같이 불러주었더랍니다.
읽어주는 동화가 있고 불러주는 노래가 있고,
참 고운 밤풍경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로 채우는 샘들의 하루재기.
‘오늘 처음 책 읽어주기를 하는데 누군가 나에게 책을 읽어준 적이 있었나(잘 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슬프고 내용 또한 슬퍼 약간 눈물이 났다.’(수미샘)
‘도와줄까요 라고 묻기보다 상황 속에서 자신이 먼저 생각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서현샘)
‘(저녁 설거지는 아이들을 일찍 한데모임에 보내느라 샘들끼리 하며)진짜 물꼬 사람들과는 사소한 소재거리로 대화를 나눠도 즐겁고 기분도 좋아요.’(아람형님)
‘나도 아이들한테 배우는 게 많은 것 같다.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아이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성장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연규형님)
‘내가 듣고 싶은 내용 착한 내용이 아니라 아이가 하고 싶은 내용을 들어주니 더 좋아하고 서로 신경전 하는 분위기 보단 더 훈훈하고 긴 대화가 오갔습니다.’(희경샘)

자누가 자꾸만 같이 타자고 불러주었던 눈썰매장 상급코스,
무섭다고 마다하고 또 마다하다 결국 올랐는데, 흐흐, 재밌습디다.
그런데 그만큼 고단한 밤이네요.
아이들은 멀쩡한데, 샘들이 뻐근뻐근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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