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1308 추천 수 0 2006.05.22 11:34:00

2006.5.18.나무날. 맑음

"5.18이다!"
작년의 이 날을 기억하는 선배들이
올해도 1980년 그날의 역사를 들려 달라 합니다.

느티나무 아래서 아이들을 기다리다 먼저 학교에 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겼데요.
네 살이나 차이(아이들 사이에선 한 살이라도 참 멀기도 하지요)나는 두 녀석이 부딪쳤고,
아침부터 무려 한 시간 반이나 달골에서 일어났던 일을 듣습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내려오지 않은 형아가 형평성에서 억울하지 않도록
사건을 본 아이들 얘기부터 듣고
다른 한 편의 당사자 얘기도 듣지요.
같은 진실을 같은 현장에서 보았는데도 저마다 다릅니다.
말을 하고 또 할수록 진실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잘잘못을 모르겠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젤 중요한 건 사건을 잘 들여다보도록 하는 일이다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언제나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문제를 들여다보는 건 아닙니다.
더러는 모른 체도 한답니다.
저들 안에서 풀게 되는 지점이 있겠거니 하기도 하고,
모든 문제가 말로서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지점도 있고
그래서 지금은 죽자 사자 하는 문제도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하니까요.

여전히 아이들은 배에 눈이 돌아갑니다.
당장 띄우고픈 게지요.
손풀기 삼아 그 배의 전체모습을 여러 면에서 그려 남겨놓기로 하고
띄우러 갑니다.
가는 길에 있는 아주 작은 논가 수로에 작은 배를 올려놓고
달음박질을 하기도 합니다.
"어, 어, 어..."
우리들의 유람선은 바다로 가야만 될 것 같습니다.
시내가 너무 작아 답답해도 하였으나
배는 신나게 물을 탑니다.
배의 규모와 무게에 대해서
그리고 물의 흐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콩이랑'.
이제 작두콩 모종이 왔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콩 처음 봐."
심었던 작두 씨앗이 그대로 떡잎으로 올라온 걸 보는데
저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오늘은 맨발로 콩밭에 들어갑니다.
북을 돋우고
작두콩을 한 이랑 심습니다.

오후엔 일을 하러 갔지요,
어른들은 우르르 달골 포도밭 순을 치러,
아이들은 학교 남새밭에 가지를 심으러.
오늘도 sbs의 '임성훈의 세븐데이즈'가 촬영중이라
사람들을 계속 따라다니고 이지요.

국선도에 새로운 수련생이 둘 같이 왔습니다.
국선도학과의 올 신입생들이란다.
같이 수련할 기회가 많길 바랍니다.

대동놀이합니다.
어른들도 불려나와 합니다.
대낮에 소리 소리 지르며 땀을 빼니 가을날의 운동회 같습니다.
'선수입장!'
오늘부터는 발레동작 하나를 선수소개로 씁니다.
프로듀서도 카메라를 놓고 한바탕 뛰었지요.

방문자로 이원평님이 오늘부터 나흘을 머물기로 합니다.
농사부 일을 돕기로 하셨지요.
민건협의 양상현의장님이 오셨습니다.
종합선물세트를 들고.
하룻밤을 묵고 낼 밝으면 달골을 사진에 담는다 합니다.
당신의 작품 하나를 기록하시는 게지요.

'두레상'.
"어떤 한 주를 보내셨습니까?"
나무날마다 고래방 청소를 아이들이 맡는다 했는데
못 챙겨 급하게 하였으니 담부터 잘 챙기겠다 하고,
수영장의 즐거움, 계자의 감흥,
기계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손으로 하는 즐거움을 안 계자모내기의 의미,
일상에서 하는 작은 재미들(탁구치는 이금제 엄마, 피아노를 배우는 열택샘)을 전합니다.
농사부에선 대해리 골짝에서 우리 감자가 젤 굵다는 자랑과
(거름 중에 젤 좋은 거름은 '발걸음'이라지요.
농사짓는 이들의 발걸음이 그리 키웠을 겝니다.)
모내기를 연기한다는 공지가 있었지요.
달에 한 차례 마을을 온통 치우는 '큰 빗자루 날'(사실 정해진 말은 아님)을
밥알모임이 끝나는 해날 점심 시간 뒤 두어 시간 하자 결정도 하였습니다.
빈그릇만들기(발우공양)을 제대로 하자,
냄새가 심한 작은 해우소 문단도리를 잘하자는 부탁도 있었네요.

선생 애 잘 된 꼴은 드물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습니다.
문득 돌아보니 다른 아이들 키우다가 제 새끼는 방치되고 있더라는
여러 샘들의 말도 들었던 적이 많지요.
내 애 새끼 키우기가 잘 어렵지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그 아이의 행동싸이클이란 게 있습니다.
유달리 걸리는 게 많은 때가 있지요.
특히 아이의 몸이 좋지 않을 때 그럴 겝니다.
제 새끼가 이틀을 그랬습니다, 원래도 그리 순하고 연하지는 않지요.
급기야 대동놀이를 마치고는 불러 따로 혼을 내게 됩니다.
"엄마는 다른 애들 말은 다 끝까지 들어주면서
내 말은 중간에 끊어."
제 아이 편에서는 자기가 가장 억울한데,
반면 올 해 들어온 한 형아는 이런 말을 했다지요.
"샘은 자기 아이 편만 들어."
양쪽에서 다 욕먹는 겁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녀석이 싸웠다든가,
큰 아이가 작은 애처럼 감정적으로 너무 어리게 굴었다든가,
작은 녀석이 고집이 지독하게 세서 절대 큰 녀석 손아래 안 간다든가,
뭐 여러 조건들이 있겠지만
이 편도 저 편도 마음이 상하지 않을 지점을 찾지 못한
교사의 모자람이 가장 크겠습니다.
이런 엄마 만난 것도 네 팔자거니,
그래도 엄마랑 계속 같이 움직이지 않느냐는 위로와는 달리
내 새끼이기에 더 많이 야단치고
싸워도 더 많이 혼내게 되고
학교 전체일정에 밀려 치는 게 많은 안타까움들...
산골에서 큰 나무 한 그루만 날마다 보고 자라도,
산을 채우는 모든 것들과 날마다 숨쉬며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라 생각하는 '내'가
굳이 뭐 하러 학교체를 만들어 그 안에서 어렵게 아이를 키우려 드는가 절망하다
내 아이와 함께 살 다른 아이들에게도 집중하지 않으면
결국 내 아이의 행복도 가능하지 않음을 알기에
아이가 살 세상을 함께 평화로이 꾸려야 됨을 알기에
'왜 이러고 사나'에서 '어찌 살아야 하나'로 질문을 바꿉니다.
정민이의 엄마는 세상에서 정민이를 젤 사랑하고
신기의 엄마는 세상에서 신기를 젤 사랑하며
하다의 엄마는 세상에서 하다를 젤 사랑한다는 자연스런 엄마 사랑에 대해서
여러 아이들에게(사실은 다른 부모들에게 더 설명해야되는 문제인지도...)
어떻게 잘 들려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다른 아이의 부모가 될 수는 없지만(아, 물론 부모 없는 경우라면 다르지요)
아주 깊은 친구는 될 수 있을 것이고
혹여 아이의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의 부모가 되고자 할 것이며
어떤 문제에 대해 최대한 공평하려 할 테다,
그렇게 나눌 얘기들이 많겠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사랑이 자란다는 것,
사랑은 크기가 정해져 있어 쪼개지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면 사랑은 자꾸 자꾸 커져 다른 아이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그런데 사실은 말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안에서 충분히 획득될 수 있는 것들을
괜스레 무겁게 갖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일에 어른들이 너무 민감한 게 문제일 때가 흔하니까요.
돌아서고는 환하게 웃는 저 아이들,
그저 바로 지금 열심히 사랑하는 게 가장 큰 해결 아니려나요...

아이는 혼자 있을 시간이 좀 필요하다 했습니다.
자기도 지 고집을 알지만, 자기 맘대로 하려는 마음이 (조절이)잘 안된다 합니다.
"두레상할 때 갈게요."
저녁을 포기하면서까지 한 시간을 넘게 그 아이는 고래방의 공연대기실 구석에서
무슨 생각들을 하였을까요...
아이들은 그렇게 한 뼘 한 뼘씩 자라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696 2006.5.11.나무날 / 11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6-05-13 1297
5695 110 계자 첫날, 2006.5.12.쇠날. 비 옥영경 2006-05-13 1365
5694 110 계자 이튿날, 2006.5.13.흙날. 갬 옥영경 2006-05-14 1454
5693 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옥영경 2006-05-17 1565
5692 2006.5.15.달날. 맑음 옥영경 2006-05-17 1305
5691 2006.5.16.불날. 맑음 옥영경 2006-05-19 1324
5690 2006.5.17.물날. 맑음 옥영경 2006-05-19 1292
» 2006.5.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05-22 1308
5688 2006.5.19.쇠날. 비 옥영경 2006-05-22 1505
5687 2006.5.19.쇠날 / 110 계자, 못다 한 갈무리 옥영경 2006-05-25 1398
5686 2006.5.20-21. 흙-달날 / 밥알모임 옥영경 2006-05-25 1405
5685 2006.5.22.달날. 비 옥영경 2006-05-25 1390
5684 2006.5.23.불날. 맑음 옥영경 2006-05-25 1362
5683 2006.5.24.물날.맑음 / 봄밤의 밤낚시 옥영경 2006-05-25 1575
5682 2006.5.25.나무날. 해 숨기도 하고 옥영경 2006-05-27 1494
5681 2006.5.26.쇠날. 가끔 해 구름에 가리우고 / 백두대간 15소구간 옥영경 2006-05-27 1752
5680 2006.5.27-6.4. / 찔레꽃방학 옥영경 2006-05-27 1676
567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540
5678 2006.7.30.해날 / 111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6-07-31 1603
5677 111 계자 여는 날, 2006. 7.31.달날. 장마 끝에 뙤약볕 옥영경 2006-08-01 16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