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9.쇠날. 비

조회 수 1505 추천 수 0 2006.05.22 11:35:00

2006.5.19.쇠날. 비

비가 제법 내립니다.
달골을 내려오며 벌써 바짓가랭이가 젖은 아이들은
다시 밖에 나가기가 꺼려지나 봅니다.
"두 패로 나눠서 하자."
나현 동희 신기 종훈 하다는 저들끼리 둥글게 앉아 국선도를 했지요.
나현이는 오늘 김기영교수님이었다 하고
하다는 진우샘, 동희는 종찬샘, 그리고 종훈이랑 신기는 학생이었답니다.
"단전호흡도 했어요."
지나다보니 저마다 누워서 앉아서 서서 하고 있습디다.
나갔던 아이들은 빗속 풍경을 전합니다.
"멀리서 은방울꽃도 봤어요."
"우리 감자밭이요 꼭 잔디밭 같이 보여요, 빈틈없이."
옥수수며도 잘자라고
풀이 마구 자라나고 있더랍니다.
"배수로에요 낙엽을 걷어주니까..."
물이 폭포처럼 흘렀다 하고
물웅덩이들을 건너 뛰어 뛰어 왔다 합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입니다.
사랑은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이지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고 다른 이에게 주는 사랑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것,
샘은 부모가 될 수는 없지만 아주 깊은 벗이 될 수 있고 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해주었습니다.
류옥하다가 손을 번쩍 드네요.
"사랑과 사탕이 뭐가 다르게?"
사탕은 먹을수록 줄어드는데
사랑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늘어난다 합니다.
사탕은 사는 거지만 사랑은 살 수 없는 거라네요.

'콩이랑'.
씨들이 하는 여행을 좇아갑니다.
"야, 재밌겠다!"
승찬이의 말이 바람잽이가 됩니다
그러면 뭔가 더 재밌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걸 만화로, 작은 동화책으로 그려냅니다.

'넘의말'.
"Rain rain go away..."
비 오는 날의 노래로 시작
'Knock knock knock...'
'Round and round garden...'
'Bingo...'
'Who says woor?'
우와, 한동안 들어가 보지 못한 시간들에
아이들은 무지 많은 것들을 배워놓고 있습디다.
오늘은 동화책이 하나 나와 있네요.

제가 더 공부가 됩니다요.

손말과 영어를 이어서 해봅니다.
동물들이 등장하지요.
"모기, 모기, 모기!"
손말과 함께 그리 외치면 아이들은 영어로 따라 합니다.
"mosquito, mosquito, mosquito!"
영어를 손말과 같이 말하면 저들은 우리말로 따라하지요.
새로운 낱말들은 미리 어떤 표현일까 짐작도 해봅니다.
"비둘기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평화의 새."
"그래!"
하나를 알면 열을 깨칩니다요.
평화는 '생각'과 '시원하다'가 합쳐진 말이지요.
그렇게 이어가니 손말로 하는 비둘기 한 낱말로
네 낱말이나 익힐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몸풀기를 발레동작으로 해봅니다.
"글리샤드 글리샤드 솟대 솟대!"
복도를 주욱 가며 뛰어봅니다.
연극은 즉흥극으로 해보았네요.
"올해는 용기를 내서 자꾸 해보니 재미도 있고 또 잘 되고 자신감도 생겨요."
나현이가 그러네요.

한 주를 돌아보는 아이들의 갈무리가 있었지요.
다투고 먼저 사과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기도 하고,
하려니 쑥스럽다는 고백도 합니다.
그래요, 우리 모두가 그렇지요,
미안한 줄 알면서도 말을 못하고
하려니 쑥스럽고 말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이런 자리를 통해 타인을 이해합니다,
너나없이 마음이 그런 거구나 하고.
자신을 질책하는 것에서도 벗어납니다.

새끼일꾼이었다 품앗이가 된
웅희삼촌 재영이삼촌이 점심 버스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태규삼촌 승진이삼촌도 저녁 버스를 타고 왔지요.
모내기 한다는 소식을 전하며(다음주로 늦어졌는데...)
정작 친구들은 다 모아놓고 광석이삼촌은 정작 못왔습니다.
"여자에 관한 일이야? 그거 아니라면 용서 안돼."
낼은 승렬이삼촌 지민이이모도 들어와 일을 돕고
모두 해날에 나간다 합니다.
오승현삼촌도 들어왔네요,
한 주를 머물기로 하였습니다.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은가봐?"
어느새 승현이삼촌은 대학을 졸업했고
어학연수프로그램업체에서 기간제로 일하며 아버지일도 돕는 가운데
언론고시를 준비중이지요.
소망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영화방이 열렸지요.
밥알모임이 있는 주의 쇠날에 마을식구들까지 와서 같이 보는 시간입니다.
때맞춰 보고 싶다던 영화를 들고 온 승현이삼촌입니다.
<드리머dreamer>(존 거틴즈 감독).
말에 대한 영화고 경마에 대한 영화며
소녀와 말의 교감의 영화, 꿈꾸는 이들에 대한 영화지만
총체적으로는 가족영화라 하겠습니다.
고래방을 나와서도
할아버지가 읊고 아들이 읊고 그리고 딸이 읊던 대사가 맴돕니다.
"You are a great champion. when you ran, the ground shook,
the sky opened mere mortals parted.
Parted the way to victory
where you'll meet me in the winner's circle
where i'll put a blanket of flowers on your back."

쇠날마다 밤 10:55-11:55까지 하는 sbs의 '임성훈의 세븐데이즈'에서
오늘은 물꼬 이야기가 나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숨꼬방에 공동체식구들이며 마을 식구, 머물고 있는 어른들이
스무 명 남짓은 모였는데,
안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 앞으로 옮겼댔는데,
팝엎창 크기에 소리는 또 안 나고 툭툭 움직임은 끊기고...
손전화가 있는 이들은 서울에서 텔레비전 앞에 있는 이가
텔레비젼 앞에 놓아둔 전화기 소리로 상황을 듣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면과 소리가 또 따로 놀겠지요,
산골 모뎀이 화면을 못따라 가는 겁니다.
"이게 더 볼거리다."
"이 광경 좀 찍어놔 봐."
어린 날 텔레비전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였던
바로 그 풍경의 산골 한 밤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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