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19.쇠날 / 110 계자, 못다 한 갈무리

조회 수 1398 추천 수 0 2006.05.25 21:23:00

2006.5.19.쇠날 / 110 계자, 못다 한 갈무리

수빈이는 돌아가서 그랬대요,
가을에 다시 가서 심어놓은 벼 수확해야 한다고.
예, 그 벼를 찧어 찹쌀떡도 하고 인절미도 해먹고 찹쌀 도넛도 하고 경단도 만들고...
영록이는 아비한테 영동 가서 살자 조른답니다.
연호는 영록이랑 나이 스무 살이 되면
영동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지요.
다시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어린 날의 보물찾기 쪽지처럼,
아이들은 언제나 온통 기쁨입니다.

가고오던 날 영동역에서의 풍경도 전해집니다.
서울서 혼자 아이 열둘을 실어오느라 선진샘이 고생을 좀 했겠지요.
버스를 좋아하는 연호는 관광버스가 아니라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를 타서
너무나 행복해라 했답니다.
경산(이던가)에 다니는 모든 시내버스를 다 꿰던 그 아이는
여전히 버스를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버스에 탄 어른들도 우르르 아이들이 오르자 신기해라며
이 아이 저 아이 붙잡고 이것저것 묻더라지요.
"문근이랑 현승이가..."
황간에서 차가 섰는데, 내려서 음료수를 사들고 오더라나요.
계자에서 몇 해동안 보지 못했던 광경이지요.
"모두 죄 나눠먹었어요."
돌아갈 적 현빈이랑 성빈이가 다시 선진샘편에 서울로 오르기로 하여
샘들 갈무리가 끝나길 기다리며 곁에 있었는데
마침 장기 두는 어른들이 있었답니다.
똑 같이 생긴 놈들이 양쪽에서 쳐다보며 훈수를 두더라는데,
맞아죽을 뻔 했겠습니다.

품앗이샘들 갈무리가 영동역에서 있었지요.
"위로 받으러 와서 위로 받고 갑니다."
대해리의 봄날이, 함께 한 아이들이, 선진샘한테 큰 위안이었던가 봅니다.
교생실습 중에 무리하게 달려왔던 태석샘은
역시 오길 잘했다고, 큰 힘 받고 간다 하였지요.
부모들과 같이 꾸린 계자인데 안정감과 달리 어색한 부분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하겠다며
미리모임 같은 교육의 장에서 짚어야 될 것들이 많겠더라는 숙제는
승현샘이 주었네요.

계자를 끝낸 식구들모임(품앗이 갈무리는 계자 닫던 날에 있었지요)이
지난 나무날 늦은 밤에야 있었더랍니다.
"부모로서 한계를 넘기가 힘들었어요."
내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걸로 보게 되고 그래서 간섭하게 되더라는
한 엄마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반면 상설아이들이 다른 학교 아이들과 소통의 기회를 얻어 좋았다고도 합니다.
봄밤의 영화가 비로 너무 아쉬웠다 하자
그래도 여전히 하늘이 도왔다고,
창대비가 아니어 영화를 볼 수 있었다고,
또 영화에서도 내린 비가 분위기를 더해 감동이 컸다고도 하네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두 아이가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며..."
물꼬여서 그런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또 품앗이 샘들의 훌륭한 자질을 보며 많이 배웠다는 한 아버지도 있습니다.
공동체식구들은 부모들이 함께 함으로서 안정감이 크더라 입을 모았지요.
"품앗이들이 애들이랑만 충분히 놀 수 있었어요.
그전엔 일상을 신경 쓰느라 그러지 못했는데..."
부모교육에 대한 얘기도 나옵니다.
"부모교육에 대해서 부모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는데..."
계자는 물꼬의 정수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밥알교육의 좋은 장일 수도 있겠다 싶었답니다.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품앗이 중심으로 계자가 꾸려져오면서
미리모임에서 함께 하는 어른들한테 설명해얄 것들을 놓친 게 많더라고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시간 시간을 어떻게 꾸려내야 하는가 따위 말입니다.
"앞으로 계자 때는, 부모는 아이 없을 때 와야겠습니다."
아이가 합류하면 그 부모가 빠져야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지요.
아이와 부모를 떨어뜨려놓아야겠더랍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얽매이는 부분들이 많게 보였다는 거지요.
하지만 사람살이의 가장 자연스러움을 찾아가려는 물꼬로서는
아이도 이 골짝에 살고 부모도 예 사는데
멀리서 계자를 보내는 게 아닌 바에야
어렵더라도 같이 하는 것이 더 좋은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문제는 차차 따져보도록 합시다."
어느 이는 아이들이 더덕을 캐온 게 굉장히 놀라웠다 합니다.
"쑥 뜯어와 쑥개떡을 만들고..."
그 과정들 안에서 애들도 많이 컸지 않았겠나 싶더라지요.
상설학교에서 하는 대동놀이랑 계자의 대동놀이에 차이(당장, 양적으로)가 있다,
그러니 부모들도 나이에 밀려 주춤거리지 말고 참석하는 게 좋겠더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아이들이 정말 재밌게 지내는 걸 잘 보았습니다."
행복한 아이들을 보는 것, 그동안 글로만 읽어왔던 물꼬 계자의 즐거움을
눈으로 봐서 좋았다네요.
언제나처럼 호칭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고갑니다.
물꼬는 일찌기 아주 거친 부름말이 아닌 바에야
서로가 쓰고 있는 자연스러운 말을 그대로 쓰기로 정해 왔었지요.
예를 들면 선배와 후배가 와서 굳이 무슨샘 하고 부를 것 없이
그간 서로가 불렀던 대로 형, 누구야, 하고 부르기로 말입니다.
특히 이곳 특유의 호칭에 대해 아이들이 물어보기도 하더라지요.
"여기는 다른 곳이잖아요."
그러니 굳이 그 호칭이 다르다 하여 문제될 건 아니겠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설학교 아이들의 공연이 다른 아이들에게 물꼬를 이해하는 자리가 되더라며
계자를 같이 꾸리지 않더라도
계자 기간 안에 한 번 모여 그런 공연을 해도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지요.

우리가 이 산골에서 끊임없이 여러 실험들을 해보는 과정,
그게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계자가 더 풍성한 자리가 되리라 짐작해봅니다.

모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다녀간 모다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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