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20-21. 흙-달날 / 밥알모임

조회 수 1405 추천 수 0 2006.05.25 21:23:00

2006.5.20-21. 흙-달날 / 밥알모임

5월 밥알모임입니다.
달골 포도밭 윗다랑이에 서있던 오래된 포도나무를 파내느라
굴삭기도 불렀습니다.
머물고 있는 품앗이들과 밥알들이 땀흘렸지요.
"운동장이예요"
골라놓은 밭이 천평도 더 되겠다 합니다.

'학교가 주도한 밥알교육의 장'이자 '학교 이해의 장'이었던 밥알모임을
새로이 규정하고 그 형식을 찾게 되었습니다.
부모교육으로 한 꼭지, 그리고 토론모임으로 한 꼭지,
이렇게 나누기로 하였지요.
사실 꼭 분리가 되는 거야 아닐 텐데
일방적인 얘기를 듣느냐 함께 논의를 하는 자리냐로
회의구조가 좀 달라지겠습니다.

4월을 산 학교의 살림살이가 보고 되었습니다.
이제 이금제엄마가 학교살림을 완전히 맡으셨습니다.
서무행정이 따로 생긴 거지요.
참으로 빤한 살림이니 보고 말고도 없는 거고
덜어내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것인데
공동체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상범샘은 더 철저히 재정을 나눠나갈 거라 합니다.
아, 학교와 공동체는 재정이 나뉘어 있습니다.
물론 공동체는 학교를 여전히 무한지원하지요, 인력으로도 재정으로도 먹을 거리로도.
자연히 학교를 지원하는 밥알생산공동체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마음들이 바빠졌지요.

거울보기를 합니다.
어찌 사나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 그 속에 어떤 생각을 하나를 꺼내지요.
그런 것들은 고스란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합니다.
자신과 마주하는 일, 참 지독하지만
자기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자기지요.
뭐라 뭐라 핑계를 댈 수도 있고 합리화 시킬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은 자기를 알 것입니다.
눈 부릅뜨고 잘 보아야겠습니다.

기숙사에 대해 논의합니다.
기숙을 통해 물꼬는 무엇을 얻고자 해왔고,
지금 시점에서도 왜 필요한가를 전하고,
밥알들은 각자가 본 긍정성과 부정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아이의 성장사에서 가정도 중요한 단위이니
그것과 기숙을 어떻게 둘 것인가 살펴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에
시간을 두고 지내보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은 물꼬의 큰 특성 가운데 하나지요.
이번 6-7월 공동체살이에서
각 가정에서 머물며 아이를 학교로 보내보는 속에 드는 생각들을 잘 정리하여
(물꼬의 여름방학은 6-8월,
그 가운데 앞 두 달은 공동체에 머물며 예술활동도 하고 농사도 지음)
8월 밥알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기로 합니다.

학교가 상설학교로 출발하고 나면 교장도 돌아가면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장 일을 보아온 게 2004년 상설로 문을 열고도 벌써 세 해가 되었지요.
물꼬의 중심에서 일한 게 18년째이니 지나친 장기집권인 셈입니다.
하기야 무슨 권력이 있다고...
작년부터 꾸준히 교장 일을 바꿔보자 주장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번번이 뭉개져오다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게 되었지요.
전면적 자리바꿈이 무리라면 일의 부분 교환은 가능하지 않겠냐구요,
통합교사인 저도 하루는 논에 나가고 하루는 부엌으로 가고 하는 식으로.
교사라는 직업이 성취도가 얼마나 높은 직업이더이까,
그걸 너무 오래 독점해오지 않았나 하는 것도 까닭 하나입니다.
(교육이 어디 가르치는 대로 됩디까,
보고 듣는 속에 익히는 거지요.
그러니 이곳에선 아이들 앞에선 모두가 교사라 말합니다.
그러나 배움방(교실)로 들어서는 건 한정적이었지요.)
교사이고자 이곳에 왔다가 공동체식구에 더 큰 비중을 두며
다만 농사짓고 살고 싶다고 소박해진 공동체식구들이
이제 교실 안에서보다 논밭에서 더 지내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그건 여전히 교실을 지키고 있는 이로서도 같은 꿈이지요.
"우리가 전인화 되는 좋은 계기 아닐까요?"
무엇이나 잘하는 전인이 아니라
두루 삶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인화를 꿈꾸는 측면에서도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 런지요.
어쩜 갈등을 일정정도 해소하는 방법도 될 수 있을 겝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6-7월 두 달을 살아보고
(제가 미국에 머물게 되어 여러 식구들이 배움방을 맡습니다.
물론 바깥샘들도 여전히 결합하는 속에 말입니다.)
역시 8월의 밥알모임에서 생각들을 주고받기로 했지요.
공동체식구들은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부분적으로 일을 나누고,
밥알들은 일일교사 보조교사 참관 같은 방법들을 찾아보자 했습니다.
물론 효율이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효율이라는 게 그다지 큰 뜻이 있진 않으니까요.

자연히 6-7월의 아이들 움직임에
어른들이 어떻게 붙을까 하는 의논으로 넘어갑니다.
아이들의 각 시간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다시 짚고
누구라도 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안내가 있었습니다.

공동체식구가 마을식구이고 그 살림 안에 학교가 있을 때는 별 문제 없던 일들이
이제 마을식구,
다시 말하면 물꼬랑 한 살림권으로 묶여있지 않은 독자가정이 마을로 들어오면서
차츰 사적소유와 공적소유(무소유)가 얽혀있는 가운데 작은 문제들이 일어납니다.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부정적 시각의 '문제'라기보다 공존을 위한 여러 방법들이 모색되는 거지요.
'살던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자는 말처럼
익숙하게 살아왔던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하지 말자,
살아왔던 것에 대해 끊임없이 왜 이 길을 바라고 골랐나를 확인하며
등장하는 문제 앞에 사유하며 살자!'
이러한 대원칙을 곰곰이 새겨보는 것이 밥알모임의 마지막이었답니다.

집으로 가는 여름방학을 한 주 당기기(7월 14일)로 했고,
밥알모임 때마다 '큰빗자루날'로 두어 시간 마을을 청소하기로 하여
달골에서부터 내려오며, 학교 둘레들을, 큰마와 댓마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밥알모임이 끝나도 마을을 나가는 이들은 네 사람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마을에 사니까요.
다른 분들도 두 해를 넘기지 않고 다들 들어오실 량이랍니다.
이광열아빠 이광식아빠 김호성아빠 전승경고모, 조심해서 댕겨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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