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날, 캄보디아 샘들은 그들이 선물로 마련한 예쁜 스카프를 남기고 떠났다.

인근 초등학교에 한 학기 연수를 왔던 두 여교사는

예술명상 수업에 참관을 들어오기도 했고,

물꼬에도 몇 차례 아이들과 동행했더랬다.

탈물질주의 신좌파에 가까웠던 우리들의 대화가

젊은 선생 모니카와 급격히 친하게 해주었던 터다.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 그였다.

입기에 너무 나이를 많이 먹은 것만 같은 공주스러운 고운 옷 하나, 그를 위해 쌌다.

나이든 선생 쉐타야에게는 그의 자녀들을 위해 과자를 선물로 마련했다.

무언가를 챙겨주는 것에 게으르고 인색한 나다.

집을 떠날 때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뒤를 여민다.

관계도 그렇지 않겠는가,

사람 생에 얼마나 많은 이들을 이리 만나고 헤어지던가,

언제 또 만나랴, 지금이 마지막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준비하고팠던 선물이지 않았을까.

또 만난다면? 그땐 또 반가움으로 맞으면 될 일.

 

나이 스물두 살부터 30여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아이들을 만나왔다.

고교 때의 입주과외부터 따지자면 더 오랜 시간이다.

대학에서는 국문학, 신학, 철학, 교육학을 배회하다 유아교육과 초등특수교육을 전공했다.

아이들과 절대적인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역시 생의 절대적 관심사다.

사실 공부는 학교 밖에서 비로소 했고, 그 현장 대부분은 물꼬였다. 

물날, 일곱 살 스물다섯 아이들과 숲길에 동행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교사가 하나!

요새 웬만한 초등교실 아이들이 30명. 그나마도 적은 곳이 흔하다.

그런데 에너지 덩어리 일곱 살 아이들을 한 교사가 돌보다니. 한국 사립 유치원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은 놀랍다. 저들이 어떤 흐름을 스스로 만들고 그렇게 흐른다.

많은 경우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착각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흐름을 탄다.

그들이 상황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때가 많다.

다시 말하면 대개의 수업은 아이들을 기대고 하게 된다는 말.

 

요즘 아이들은 편편한 길을 가다가도 맥없이 넘어진다고들 한다.

균형을 잡아본 경험이 많지 않아 그렇다는 진단들을 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그건 몸을 쓴다는 의미. 놀이가 갖는 측면이 그것만 있겠냐만.

몸풀기를 하고 통나무로 자연을 연상시키며 만든 놀이터에서 놀았다.

아이들은 움직일 때 더 아이답다.

앉아서 하는 활동도 의미 있겠지만 역시 아이들은 놀 때 그들의 역량을 더 많이 보게 된다.

다리 위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면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몸으로 안다.

나무다리 위에서 마주하면 그 역시 어떻게 해야는지 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쪽이 도로 물러나 오던 이들이 지난 뒤 지나거나,

먼저 마음을 접은 쪽에서 뒤로 물러나거나, 어떻게든 자연스런 길을 만든다.

가끔 어른이 필요할 때도 있다. 툭탁거리며 해결을 보지 못할 때.

하지만 그럴 때조차 그들의 이야기를 그저 듣고 있으면, 시간을 주면,

그들은 그들대로 해결한다. 그저 기다리면 된다. 다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나도 즐거웠다. 즐거워하는 나로 아이들은 또 즐거워했다.

 

숲으로 들어가서는 걷다가 거품벌레가 집을 짓는 과정을 흉내 냈다.

안이 비어있는 빨대 같은 버드나무 조각으로 아이들은 비누거품을 빨아 칡잎에다 불었다.

그런데, 숲은 숲으로 이미 좋다, 인위적인 어떤 활동을 하지 않아도.

그냥 숲을 거닐기만 하여도 좋겠다는 생각 간절했다.

나는 수업을 ‘조직’하는 제도적 과정이 늘 불편하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 운동을 시작했겠다만.

그래서 갈수록 더 비조직화 비제도화가 강화되는 측면도 있겠고.

학교 밖 학교 운동, 무려 30년이다.

 

실내활동으로는 일정한 규격품으로 잘라놓은 나무조각을 조립하는 과정이 있었다.

유치원 아이들에 맞춤하게 몇 개의 조각을 끼우고 붙였다. 거기에 그림 그려 넣기.

나무의 질감을 만지는 촉각활동이었고, 손 근육을 훈련하는 시간.

그런데, 그것도 의미 있었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걸 만들 수도 있었으리.

자동차부품이 꼭 자동차에만 쓰이겠는가.

 

더운 날의 연속에도 하늘이 흐려 움직이기 좋았고,

비도 멈춰 날씨가 반은 도와준 일정이었다, 늘 그렇듯.

헌데 퍽 아쉬웠던 것 하나.

잠깐이라도 아이들의 이름표가 목에 매달려 있었다면 좋았을 걸.

물꼬에서는 그거 하나는 참 잘한다는 생각.

그리고 변하지 않는 진리 하나,

아이들은 어디서고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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