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28.달날. 흐림

조회 수 802 추천 수 0 2017.09.29 23:43:45


나는...

삶터를 빼앗길 수는 없다.

나는 이곳에서 밥을 먹었고

놀이터에서 놀았고

친구랑 만났고

사랑을 나누었다.

우리는 드물지 않게 잔치를 했고

가끔 거대한 악의 무리가 있었지만

아직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삶터를 빼앗길 수는 없다.

그러나 내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모든 창을 세워 찌르고 또 지르기라도 하리.


모기가 그렇게 말했다.

모기들의 창은 날카로웠고,

창 자국 위로도 다시 창이 날아들었다.

옷 위로도 창은 무차별.

서른 군데도 넘겠다, 부어오른 자리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마당의 풀을 뽑았다.

달골 마당 블록 사이 낀 풀들을 뽑아내느라 손가락은 뻑뻑했고,

낡은 장갑은 손가락이 몇 개나 구멍이 났다.

손톱엔 흙이 벽돌 다져지듯 눌렸다.

학교아저씨도 달골에 올라와 예취기를 돌렸다.

아침뜨樂 밥못 둘레와 미궁, 그리고 창고동과 햇발동 뒤란 풀을 깎았다.

시간 내내 모기가 들끓었다.


나는 사람이 퍽 독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순하다는 말은 아니고.

결심하고 그 일을 하는 품이 영 시원찮다.

이제 일어서야 할 때.(일 좀 해야지!)

책상 앞에 퍽 오랜만에 앉았다.

여기가 내 자리!


바람이 분다. 비를 머금은 바람이다. 곧 쏟아지려나 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936 2017. 8.22.불날. 흐림, 비 조금, 맑음 / 새벽의 이름으로 옥영경 2017-09-28 902
1935 2017. 8.23.물날. 소나기 옥영경 2017-09-28 868
1934 2017. 8.24.불날. 국지성 호우 / 누가 다녀간 걸까 옥영경 2017-09-28 821
1933 2017. 8.25.쇠날. 맑음 / 레베카 솔닛 내한 강연 옥영경 2017-09-28 893
1932 2017. 8.26.흙날. 맑음 옥영경 2017-09-29 848
1931 2017. 8.27.해날. 구름 몇, 그리고 맑음 옥영경 2017-09-29 806
» 2017. 8.28.달날. 흐림 옥영경 2017-09-29 802
1929 2017. 8.29.불날. 맑음 옥영경 2017-09-29 884
1928 2017. 8.30.물날. 맑기로 옥영경 2017-09-29 829
1927 2017. 8.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7-09-29 880
1926 2017. 9. 1~3.쇠~해날. 맑다 밤비, 그리고 개다 옥영경 2017-10-11 817
1925 2017. 9. 4~6.달~물날. 맑았다가 비 내리고, 사흗날 아침 비와 바람 옥영경 2017-10-14 824
1924 2017. 9. 7.나무날. 맑음, 백로 / 닭장 철거 옥영경 2017-10-17 851
1923 2017. 9. 8.쇠날. 맑음 / 집짓기모임 옥영경 2017-10-17 827
1922 2017. 9. 9.흙날. 약간 흐림 옥영경 2017-10-18 896
1921 2017. 9.10~11.해~달날. 밤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비 옥영경 2017-10-19 837
1920 2017. 9.12~13.불~물날. 달빛 좋은 밤들 옥영경 2017-10-19 801
1919 2017. 9.14~15.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17-10-19 813
1918 2017. 9.16~17.흙~해날. 살짝 비 흩뿌린 밤 옥영경 2017-10-19 911
1917 2017. 9.18.달날. 바람 차고 살포시 흐린 옥영경 2017-10-21 8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