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19.불날. 맑음

조회 수 858 추천 수 0 2017.10.21 02:58:53


우포늪을 다녀오고 공원에서 비박처럼 거친 잠을 잔 끝 

감기를 달고 왔다.

어제는 먼 걸음의 곤함이려니 했더니 앓는 아침이었다.

자리를 털고 낮밥으로 밤밥을 했다. 살이 붙고 속이 든든한 음식이다.

가을이다. 들과 하늘 사이 먹을거리들이 채운.

해우소 뒤란 떨어진 밤을 줍고 있으면 모기 저들도 먹을거리를 챙기느라 바쁜.


무산샘과 학교아저씨,

흙집 뒤란 지붕 위에 올라가 고인 빗물을 정리했다.

가마솥방 지붕공사에서 남은 자재로 흙집 보일러실의 부실한 지붕도 덮었네.

가마솥방에 난로도  놓았다.

9월 마지막 주면 피우는 연탄인데, 산마을의 올 가을 날씨는 어떠려나.

무산샘이 사다리도 고쳤다.


연잎밥을 만든다.

당진의 한 절집에서 온 것.

잎을 골라 닦고 거기 찐 현미찹쌀밥을 넣고

고명으로 대추를 말아 썰어 넣고 밤을 넣고 호두도 얹고 마른 크런베리도 넣고

물꼬에 잣도 있지, 은행도 있잖아, 또 뭘 넣었더라...

야물게 싸서 가운데가 산처럼 솟게도 만들고

흔하게 파는 것처럼 사각으로도 만들어 쪄냈다.

얼려두면 언제고 잘 먹지.


달골에 햇발동 창고동 뒤란으로 가는 걸음을 막으려고

목책을 만들어 세워두었더랬다, 행여 돌이라도 떨어져 다칠세라.

그 가운데 하나를 오늘 옮겼다.

남의 땅을 길처럼 쓰던 이들 앞에 벽이 생기면 우선은 뜨악한 마음일 터.

그런데, 체계적 둔감화는 곳곳에서 가능한.

처음엔 작은 벽 하나 두기, 다음은 둘 두기, 다음은...

뭐 강력한 홍수법(자극범람)도 방법이다.

처음부터 아주 높은 벽을 죄 두를 수도.

처음엔 갈등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달골로 들어오는 들머리로 옮긴 것.

여태는 사유지라는 작은 안내판만 세웠는데, 그 곁에.

사람이야 왜 못 지나다닐까,

하지만 차는 아니잖아.

그것도 달골 햇발동 앞마당으로 말이다.

그렇게 다니기 시작하면 길이 된다.

그러면 그건 자연스럽게 오래전부터 길이었던 양 굳혀져버린다.

그러기 전에 마당이 마당일 수 있도록 하려는.

willing house를 짓게 되면

기숙사이자 게스트하우스로 쓰이는 햇발동과 창고동에 이어 명상정원 ‘아침뜨樂’까지

달골 공간 만으로도 학교 기능이 가능해질 수도 있잖겠는가,

혼돈의 공간에 어떤 질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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