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9.해날. 흐림

조회 수 219 추천 수 0 2018.01.08 04:29:36


거두었던 무청을 데쳐 여러 날 말리고 있다.

이 산마을 겨울먹을거리의 제일 밑자리인.

흐렸어도 비는 없기 마당에 그대로 널어두었다.


영하 7도로 시작하는 하루.

웅재샘이 들어왔다 태워주는 차를 타고 바위 아래로 갔다.

쫑바위, 바위 타는 사람들은 그해 마지막 암벽등반을 그리 부른다.

바위에 붙어 있던 그 많던 등반인들이 단 한 패도 없다.

곧 빙벽등반이 시작될 테지.

볕이라도 있으면 좀 나으련, 날도 흐렸다.

얼어붙은 하늘, 얼어붙은 바위.

추위라면 쥐약, 물꼬가 있는 대해리 사는 게 용한.

몸이 얼어 도저히 오를 수 없기,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나이 드신 두 선배는 올랐다 밧줄에 매달리기 몇 차례, 결국 내려왔네.

산을 내려가는 그들을 따라 돌아서려는데,

동료들의 얼굴!

결국 올랐다. 같이 그예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동지들이 있다.

이들과 보낸 시간이 물꼬도 밀고 하는 힘 한 가닥 되었던 올해였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산을 올랐다.

이제 아이들과 바위를 탈 꿈도 꾼다.


달골 집짓는 현장은 오늘 쉬어간다.

꼭 해날이라서이기보다 우두머리샘이 쉬면 다들 쉬게 되는.

“건축주들이 갑 노릇할라 그러는데...”

“갑을이 어딨어요, 협업자지.”

갑을이 어딨겠는가.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건축주가 갑 아닌가?

그런데 이 현장은 그렇지가 못하다.

좋은 시공자는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건축주가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이일 것.

그렇다면 좋은 건축주는?

삶에 대한 자기 방향성이 짓고 싶은 집에도 나타나지 않겠는지.

결국 여기서도 자기 철학이 문제이겠다.

너무 모르는 것도 죄다.

모르니 끌려가게 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오두막이나 tiny house movement 운운하던 집이었건만

어느 순간 모던한 집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건축비도 늘어나는.

상황은 컨트롤이 안 되면서 흘러간다.

어느 순간 건축주가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시공자가 짓고 싶은 집이 되어간다.

게다 우두머리를 맡은 이와 타인들과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멈출까, 어떻게 할까...


그래도 우리 삶은 계속되지.

물꼬는 학교이고, 안식년에도 학교이다.

내일부터 보름의 위탁교육,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역시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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