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달 치웠더니.

저녁답에 들어왔던 보일러 기사가 밤 10시까지 일을 하고 떠났다.

집짓는 현장에 보일러 돌아가니 남은 일정은 좀 따숩게 할 수 있겄다.

자정이 다 되어 현장을 좀 치웠다.

정리가 좀 돼야 나머지 일들을 좀 하잖겠는가.


간밤에 내린 눈은 일찍 잠을 깬 무산샘이 두어 시간을 쓸어놓았다,

달골 이 끝에서 마을까지.

해 바로 나서 차는 무사히 달골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아침 7시 다시 일정을 조율하는 짧은 모임을 밥상에서 하기로 했으나

일을 공유하는게 쉽잖았던 동현샘과 물꼬 측 대변인 역할을 한 무산샘의 갈등이 깊었다.

시공자와 건축주 사이의 갈등에 진배없는.

원석샘이 조율을 시도했으나 그 역시 어려웠다.

16일까지 시공자가 머문다던 일정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일 차례는 잡아야지.

보자, 남은 일이....

페인트도 칠해야 한다, 누마루를 만들고, 석고 마저 치고, 조명 달고,

보일러 들어와야지, 타일 들어와야지, 계단도 마저 만들어야지...

“퍼디작업 해도 돼요?”

일 엉키지 않으니 그리 하란다.

원석샘은 싱크대를 같이 짜기 위해 불려왔는데,

석고를 마저 치는 내부 마감에 붙게 되었다.


남은 일을 위한 자재를 사러 나가다.(페인트도)

점주샘이 낮밥과 곁두리를 챙겼다.

도배를 안 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붙어 핸디코트 바르고 샌딩하고 페인트 칠하기로.

여러 날이 될 것이다.

자재를 사서 돌아오니 보일러 기사가 아직 오지 않았다.

잘 됐다, 좁은 보일러실에 보일러 놓이기 전 페인트칠 좀 해야는데.

다 칠하고 나자 기사가 나타났네.

집을 짓는 동안 다행한 일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건축사무소에서도 다녀가다. 준공검사를 위한 준비들이 하나씩.

저녁 6시, 10분만 늦었어도 배달을 못 온다던 기름이었는데,

보일러 설치 뒤 기름도 넣어졌고, 기사는 시동 점검.


장순이 떠나다, 영하 14도, 올 겨울 가장 혹한의 밤을 이기지 못하고.

‘2003년 시월 왔던 장순이가 여직 물꼬에 있다.

주인 잘못만나 똑똑한 놈 베렸다고 기락샘이 자주 들먹였다.

개 좋아하는 주인 만났으면 윤기가 자르르 했을 거라고.

우리 장순이가 얼마나 똑똑한지에 대해 입을 모아왔다,

그냥 학교를 구경 들어온 아이와 우리 학교 일정에 참여한 아이들을 희한하게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그 장순이가 요새는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다.

떠날 때가 가까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산다.

물꼬의 온 역사를 함께했던 그니이다.

(학교아저씨는 장순이보다 이틀 먼저 물꼬에 오셨더랬다. 허니 더욱 각별하실 것.

장순이 산책도 시키고, 밥을 주고, 잠자리를 봐주고, 때로는 장순이가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 2015년 8월 15일 '물꼬에선 요새' 가운데서


우리 아이들이 사랑했던 진돗개 장순이.

아침에 그가  좋아했던 사랑채 흙집에 누운 그를 학교아저씨가 발견했다.

태어난 지 5개월째 족보와 함께 고교 은사님 댁을 떠나와 물꼬에서 살아왔던 그다.

아이들이 여름 계자에서 지었던 흙집(지난해 11월 나무지붕을 새로 이어준)을 사랑채로 쓰며

집 한 칸 마련해주어야지, 그렇게 만든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마지막을 살다 떠났다.

이적지 같이 살며 이 꼴 저 꼴 다 바라본 그의 세월에 대해

빚 같던 예우를 지킬 수 있게 해주고 간.

호텔 캘리포니아 뒤 그가 놀던 자리에 무덤을 마련하였다,

아이들도 와서 이승 안부 전하라고.


“무슨 소리지?”

엊저녁 밥상 앞으로 여러 식구들이 모이고 있을 무렵,

산에서 낯선 짐승이라도 내려왔는가싶게 개들 짖는 사이로 커다란 울음이 있었다.

인사였던 게다.

바르셀로나에 가 있을 내년 1년에

학교아저씨 혼자 달랑 있을 때 그가 떠나기라도 했다면 난자리가 얼마나 서글펐을까.

호상(好喪)이었다.

그의 지기였던 학교아저씨도

지난해 6월 호텔 캘리포니아를 같이 지은 원석샘도

올 가을 머무는 식구로 들어와 있는 무산샘도

표나지 않고 소리나지 않게 큰 그늘을 드리워주는 점주샘도 있어 얼마나 다행하던지...

한 세상을 꽉꽉 채워 쓴 이 땅을 이제는 훌훌 떠나는 이의 죽음에

우리는 이 밤 꽃상여 태워 보내듯 잔치를 벌였으니.


“안녕, 고마워, 잘 가!”

간 곳이 부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4796 2017.12.20.물날. 푹하기도 하지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옥영경 2018-01-17 266
4795 2017.12.19.불날. 아침 눈, 그리고 볕 옥영경 2018-01-17 202
4794 2017.12.18.달날. 잠깐 눈발, 오랜 바람 / 아름다운 시절 옥영경 2018-01-17 213
4793 2017.12.17.해날. 맵긴 해도 맑은 / 연어의 날이 생각났는데 옥영경 2018-01-17 199
4792 2017.12.16.흙날. 가끔 흐림 / why not! 옥영경 2018-01-15 190
4791 2017.12.15.쇠날. 가끔 흐림 옥영경 2018-01-15 178
4790 2017.12.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177
4789 2017.12.13.물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187
» 2017.12.12.불날. 맑음 / 장순이 가다 옥영경 2018-01-15 164
4787 2017.12.11.달날. 눈 / 골짝을 채우는 별스런 울음 옥영경 2018-01-15 160
4786 2017.12.10.해날. 잠시 다녀간 우박 옥영경 2018-01-15 158
4785 2017.12. 9.흙날. 흐리고 눈발 / 感銘(감명)이라 옥영경 2018-01-15 163
4784 2017.12. 8.쇠날. 맑음 옥영경 2018-01-15 153
4783 2017학년도 바깥수업 예술명상 갈무리글 옥영경 2018-01-11 179
4782 2017.12. 7.나무날. 눈 내리는 아침 / 예술명상 마지막 수업 옥영경 2018-01-11 167
4781 2017.12. 6.물날. 아침 눈 옥영경 2018-01-11 168
4780 2017.12. 5.불날. 맑음, 바람 거친 / 사물도 나와 같은 속도로 영락하고 낙백하지만 옥영경 2018-01-11 172
4779 2017.12. 4.달날. 아침 눈발 옥영경 2018-01-11 176
4778 2017.12. 3.해날. 맑음 / 위탁교육 갈무리 옥영경 2018-01-11 169
4777 2017.12. 2.흙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18-01-11 17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