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호남에는 큰 눈 소식,

대해리는 잠깐 눈발 날리다 말았더라.

낙엽과 바람과 낙엽과 바람과 낙엽과 바람과...

학교는 종일 그러했다지.

달골 현장에서는 안에서만 움직인.

화장실 있고, 보일러 돌아가니 강도는 낮지 않았으되 동선 작고 일은 좀 되어가는.


읍내에서 페인트 기사 둘 왔으나 ‘슬쩍’ 꽁무니를 빼버렸다.

이럴 때 간만 보고 갔다고 하더라.

“인테리어 하는 후배들을 보낼게요. 견적 받아서...”

일이 어려웠거나 귀찮았거나 돈이 안 되었거나, 뭐라고 해도 다 같은 말일.

그렇다고 견적 받고 할 우리 형편은 아니고.

결국 또 준한샘한테 SOS. 무슨 일만 생기면 일단 먼저 여쭈어보는.

소개해준 내일 사람들 들어와 현장을 보기로 했다.

작업은 모레와 글피 정도로 생각하지만....


문틀이며 창틀이며 사포질하고 재벌 칠.

형광등이며 빠진 등, 스위치도 챙겨 달고.

낮밥을 달골서 간단히 먹고 잠시 몸을 뻗은 우리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무려 1시간을 1,2분 눈 붙였나 싶게 깬.

고단키도 했던 갑다.

무산샘은 저녁답에 해남을 서둘러 떠났다, 낼 저녁에 돌아오기로 하고.

고쳐야 했던 표식말 하나 만들어.

9월 1일부터 가을학기 내내 물꼬 매여 있느라고 자신의 모든 일정을 미루고 있었던.

늦어진 달골 현장으로 한두 사람이 고충을 겪은 게 아닌.

꼭 시공자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약속한 날을 넘긴 건 맞으니까, 일의 범주도.

점주샘과 황간 거쳐 읍내,

오기로 한 에폭시 화물로 받고 건재상에서 두어 가지 챙기고.

에폭시 칠하기 전에 바른다는 에폭시 퍼티를 찾으러 온 읍내에 다녀보았지만 없어

들어오는 페인트 기사들에게 부탁키로.

한 댁에 들러 저녁을 먹는데,

손두부며 청국장이며 물김치를 나눠주셨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발로 살아가는 산골살이인지.


돌아와 다시 현장 복귀,

흠을 메우고 샌딩을 한 계단 바닥에도 바니쉬를 초벌칠 했다.

오늘도 우리는 밤 11시에 현장을 나왔네.

“어제보단 빠른데!”

오늘도 거실에서 안마기를 끼고들...


흙날 가네, 달날 가네 하던 점주샘은 결국 오늘도 떠나지 못했다.

며칠 도우러 다시 들어왔던 걸음이 지난 흙날이었는데.

시공자가 나가는 전체 공정의 끝에서 같이 자리 털려 했지만

해왔던 일보다 더한 것들이 남은 듯 보이는 현장을 외면하지 못하고.

이것만 다 해야지, 하는 일들이 꼬리를 물었을.

1월 1일 출국을 앞두고 마음 바쁠 법도 불안도 할 법도,

가는 날까지 바라지를 해주기로 한 무산샘도 무산샘이지만

이렇게 뜻밖에 들어와 움직이는 벗이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맙고 일을 더는지.

시간을 들여 같이 이렇게 집을 지어도 좋을.

하기야 무엇을 한들!

같이 놀아도 좋고, 같이 일을 해도 좋다.

어려운 시간도 좋고, 수월한 시간도 좋다.

친구 좋은 줄 나이 들어서야 아는 더욱.

아름다운 시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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