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1.나무날. 맑음

조회 수 249 추천 수 0 2018.01.17 21:20:42


‘...

포크레인이 집을 찍어도 조용,

집자리 와보지도 않고 땅떵어리에 형질변경해서 대충 집자리 그려준 건축사무소에도 조용,

설계비 많이 주고 그린 도면이 엉망이어도 조용,

옆집 사람이 내 땅에 작업하는데 뭐라 해도 조용,

무선생이 뭘 실수해도 조용.’

그런데 왜 내가 한 실수만 뭐라 그러냐, 그 말이다.

무슨 말인고 허니,

달아놓은 현관문(가격도 입에 올리기 무서울 만치 비싼, 뭐, 우리 형편에)의 비틀림과

찍힌 자국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시공자의 답문자였던.

음... 내가 사람이 좀 그렇다.

무리꾸럭하는 일이 흔하다.

착하다는 말이 아니다. 모자라면 모자랐지.

어리석고 더디다.

물꼬 안에서 물꼬 일로 움직일 때야 뭐 우직하게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그저 아이들 좋아하는 그 마음이면 되는 일이니,

별 문제 없다가

이렇게 바깥사람들(?)과 얽힐 일이면 퍽 쉽지 않은.

지난 두 달, 물꼬의 삶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모이는 여느 물꼬 일정과 다르게

낯선 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스물네 시간 같이 묵은, 밥 하고 청소하고 바라지하면서.

할 땐 잘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쉽지는 않았더라.


시공자를 보내고도 달골 현장은 계속 간다.

처음에는 적어도 한 달은 준비를 좀 해야지 않나 하다가

그 다음은 적어도 한 주는 내 일을 좀 봐야 1월 1일 출국이 순조롭지 하던 생각이

이제 사나흘만 있어도 다행하네, 하며 일은 계속된다.

오늘내일은 willing house 페인트 작업.

내부 사람들이 하다 이틀 만에 손들었다. 다른 일이 안 되겠는 거다.

결국 준한샘 편에 도움을 청해 밖에서 순배샘과 익선샘 들어와 움직이는.

바닥칠까지 안겼다.


점주샘이 어제까지 움직이다 나가고,

바닥칠로 현장에서 모두 몸을 빼야 하는 오늘내일 무산샘도 당신 볼 일을 보러 나가고,

눈에 걸리던 자잘한 일들을 손댄다.

달골 아침뜨樂 저 위에서부터 학교 저 구석까지 눈길 손길은 닿고 떠나야지 않겠는가.

물론 계속 떠난다는 말은 1월 1일 출국을 말함이다.

1년이나 자리를 비우니...

아침뜨樂이야 닫힌 공간이 있는 건 아니니 찬찬히 무산샘이 돌봐도 줄 수 있으니 넘기고,

창고로 쓰이는 컨테이너는 이미 점주샘과 정리를 한번 했으니

나머지는 공사 현장에서 나온 짐들이 들어가면 되고,

창고동도 점주샘이랑 난로며 이미 정리를 한번 했더라,

이제 햇발동으로 와서 눈에 걸리는 자잘한 일들을 챙기는데,


마당의 유리구슬 솔라등을 고친다.

뽑아는 놓고 그거 한번 손이 못 갔네.

그런데 만지작거리다 솔라판과 이어진 선을 끊어먹었네. 그게 아주 가늘다.

또 뭘 사와서 납땜까지는 할 시간이 아니 되겠는.

놓을 건 놓기! 준비하기에 남은 기간이 짧아지면서 적지 않은 일들이 이 같을.

준공검사를 위한 준비들도 챙기네. 아마도 건축주 없는 속에 대리인들이 진행하게 될.

건축사무소에 일괄 정리된 서류 목록을 요청하고,

정화조 쪽과 필요한 서류를 위해 연락 오간다.

사진이 가고, 빠진 게 뭔가 요구하는 서류가 오고.

학교에서는 창고의 쌓인 종이박스들이 정리되고,

겨우내 큰 일거리인(일정이 있으나 없으나 본관 화목 보일러는 관리되어야 하는) 땔감 작업 계속.

위 달골이고 아래 학교이고 뭔가가 계속, 계속, 계속,

새삼스러울 것도 아닌,

사람 사는 일이 그렇듯이,

특히나 물꼬 산골살이 그러하듯이.


홀로 남자

까무라치듯 졸음이 엄습하는 밤.

무차별로 공격당한 격전지의 폐허처럼 사물도 사람도 일찌감치 어둠 속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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