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31.해날. 흐림

조회 수 598 추천 수 0 2018.01.23 07:23:55


‘음... 정말 막판까지...

오늘쯤엔 대전 가있겠다 했더니

아까 무산 전화에 역시나 했다.

몸은 좀 풀렸으려나?

내일 비행기에 앉으면 쓰러지겠다. 덕분에 비행기에서 지루하지 않겠다. 눈뜨면 도착!

언제 어디서든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

답도 못할 문자들은 마지막까지 왔다.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고 딱 오늘만, 현재만 감당하고 있었다.


종일 날이 흐렸다.

무엇이라도 쏟아지겠구나 싶더니만 변죽만 울렸다.

다행하다, 날씨라도 그리 아니 도와주면 서운했을 수도.

‘당면한 일을 당면하게 하고 있겠지?

밥 한 그릇 먹고 앉으니 생각나네.’

벗에게 며칠 전 온 문자에 이제야 답이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알면 혀를 내두르겠네...’

함양이었다. 대체의학으로 치료를 하는 곳이었는데, 오늘 마침 문을 연다는 거라.

아프다는 동료 하나를 기어이 거기 데려가는 게 올해 생각한 마지막 사람 노릇이었다.

갔다.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벗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꾸벅꾸벅 졸기 전.


사람들이 더러 물었다. 애는 어쩌구 가요?

잊고 있었다. 애라니!

나이 스물이면... 그 나이면 되었지, 열두 살도 집을 건사할 수 있는 걸. 잘 있겄지.

부탁해, 가끔 학교도 둘러보고, 학교아저씨도 좀 살펴드리렴, 류옥하다 선수.

너는 네 삶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살기로.

서로 잘 지내는 것이 서로 돕는 것이라, 누구라도!


어제만큼은 짐을 꾸려 대해리를 나선다는 계획이었으나

그젯밤까지 ‘엄마 집’(하하. willing house는 새집으로 불리다 다시 이리 불리고 있다!)에서

뒷정리를 하다,

그렇다고 문짝을 닦거나 욕실 바닥을 청소한 것도 아닌,

어제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오늘에도 오전에는 깨진 현관문에 주물장식을 박거나 앞으로 쏠리는 책장들에 쐐기를 박거나.

끝으로 ‘엄마 집’ 현관문을 잠그고 나설 것인데,

열쇠가 꼼짝을 않네.

새로 달았던 열쇠를 담당했던 이는 점주샘이어서

무산샘이 부랴부랴 통화를 하고 상황을 정리.

마지막으로 달골 대문(사람 다니거나 경운기 지날 공간 빼고 엊그제 단)에 열쇠를 채우고

마을로 내려오다.


맬 짐, 끌 짐, 그리고 수하물로 부칠 짐, 그 안에 보이차 한 편도 빠뜨리지 않고 넣고.

10kg로 안 되네. 1년을 살 짐인데...

집필 건으로 가져가야 하는 사진집은 일단 보류.

이후 우편으로 받거나, 옥샘이 계신 곳이 물꼬입니다 하며 찾아들 이가 있을 때 그 편에.

차를 농기계집에 넣고 배터리를 뺐다.

팔고 가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아직 쓸 만하고, 다녀와서도 필요한 차이니.

물꼬를 나설 때까지 바라지를 하기로 했던 무산샘이 아니었으면,

막바지에 날아온 민수샘 원석샘 아니었으면,

상황을 수습하던 어려운 열댓 날의 점주샘이 아니었으면...

존재 자체가 빚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려니.

1월 1일 바르셀로나행 탑승(귀환 2018.12.31)이 무사하려나 싶더니

내일 대전발 08:15 인천공항행 리무진에 오른다.


손가락을 싸매고 간다,

거실 조명 구조물 내려 사포질 하다 가시 박힌.

다시 병원에 갈 짬이 안 나더라.

괜찮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아니면 바늘로 자가치료하기로.

일단 비행기는 타야지.

넘의 나라 가서 병원 갈 일이 돼버릴 지도.

이럴 때 하는 말 있잖나,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부속건물로 짓기로 한 집은 보다 사적인 공간으로 일종의 자리매김.

‘엄마 집’ 말이다.

그러니까 빚을 개인이 떠안기로.

순전히 대출로만 돌린 집이었던 지라.

돈은 그렇게 일단락 정리하기로 하고.

학교 재정은 아리샘한테 떠넘겼다. 미안하고 고맙다. 번번이 뒤는 샘들의 몫이라.

나는 멀리서 겨우 얼마쯤을 보탤 수 있을.

논두렁 분들이 여전하신 것도 다행하다.


한해가 저문다... 눈바래기 오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은 얼마나 다사다난함이던가... 감때사나운 한 해쯤.

힘들었다,고 잘 말하지 않는 사람이므로 힘들었다는 힘들었다 그대로 힘들었던, 막바지는.

그런데, 그것만이라면 무슨 짓이었겠는가.

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로 꼽기에 주저치 않는,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한 날들도 거기 있었으니.

일단은 좀 자고 싶다, 깊이, 문 걸어 잠그고.

그러기 전 닫으려던 문을 다시 열고, “두루 고맙습니다!”

같이 살아내 준 뜨거운 벗들이여, 안녕!

새해도 아름다운 시절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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