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어른들도 대개 그렇겠지만.

대해리 물꼬에서 계자가 열릴 때면

꽁꽁 언 운동장 위로도 아이들은 모여들어 공을 찬다. 거기 샘들도 함께 있다.

축구는 뛰고 있는 이들의 것만은 아니다.

평상에서, 혹은 창문 너머로 빼꼼 내다보며 응원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나도 덩달아 좇아나간다.

“야, 이쪽은 전북, 저쪽은 수원!”

그렇게 외치고 아이들이 이쪽으로 몰려가면 전북 응원가를 목청껏 불러준다.

“전북의 승리를 위하여 녹색의 전사여 전진하라

심장이 뛰는 한 그대를 사랑하리라 전북 알레알레오”

저쪽으로 몰려가면 수원응원가다.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포항 스틸러스 응원가는 기본.

“모두 노래 부르자 나의 포항 영광 위해~”

이쯤 되면 계자를 끝내고 내가 목이 쉬는 이유가

단지 늦도록 자지 못하는 까닭만은 아님을 짐작할 것.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축구광인가 하면,

흔히 집에 하나쯤 있는 광팬이 우리 집에도 있는 까닭이다.

일어나면서도 이를 닦으면서도 해우소를 가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귀에 딱지가 얹힐 정도면 귀머거리가 아닌 바에야 그걸 못 따라할 수가 없는.


화투가 재미있고 골프가 재미있다고 하지만 내기를 하지 않으면 거의 지루하기만 한데,

축구는 열 명이 해도 재미있고 스물두 명이 해도 재미있고,

잔디밭에서 해도 재미있고 군대 연병장에서 해도 재미있고 바닷가에서 해도 재미있다,

굳이 축구사랑 김용진 교수의 말이 아니어도,

‘야구의 에너지로는 컵라면이나 라면 정도 끓여 먹을 수 있지만

축구의 에너지로는 밥과 곰탕도 끓여 먹을 수 있다!’

야구팬들한테야 동의를 얻기 어려울지라도 사실에 가까운 이 문장도 그의 말이었다,

축구 그거 ‘봐도’ 재밌다!


일찍이 요한 크루이프가 그랬다,

펠레와 나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이제 메시의 시대이다, 라고.

‘메시는 다른 행성에서 왔다.

설령 당신이 바르사가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더라도 이 사실은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 말한 게 어디 파트릭 클루이베르트이기만 할까.

리오넬 메시! 축구 잘 몰라도 그의 등번호 10번은 대부분 익숙하다.

오바마가 어디선가 10번 유니폼을 받으며도 그랬다지, 메시군.

바르사(FC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의 400번째 출전 경기가

홈구장 깜 노우(깜프 누)에서 있었다; 2018.1.7


2004년 10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선수 기록을 세우며 데뷔한 메시,

2017-20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전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400경기 출전 365번째 골이었고,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최다 득점.

400경기를 치르면서 356경기 선발 출전, 306번 풀타임으로 뛰었다.

303번 승리했고 60번 비겼고 37번 패했고,

메시가 바르사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는 30개;

유럽축구연맹(UFEA) 챔피언스리그 우승 컵 4, 프리메라리가 우승 컵 8, 코파델레이 우승 컵 5 포함.

아무렴 내가 낸 통계일까.


메시가 400번째 경기를 치를 때,

나는 그날 그곳에 있었다.

4호선 바달역에서 내려 헤맬 것도 없이 무리들을 따라 가니

100여 미터도 걷지 않아 저 앞에 경기장의 머리가 보였다.

2014년 여름 아일랜드에서 건너와 일주일을 묵어가던 무렵, 깜 노우 투어로 익은 곳.

다시 2018년 1월 7일 해날 늦은 하오의 깜 노우,

91번 게이트로 들어가 3층 북측 코너 12번 좌석.

16:15 시작하는 2017-20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전 홈경기였다.


깜 노우!

관중 수용인원은 98,772명, 유럽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이며 세계에서 11번째 큰 경기장.

까탈루냐인들의 자존심이고 독재 아래선 울분의 광장이었던.

까탈루냐인들은 1936년 프랑코의 마드리드 정권에 의해 박탈당한 자치권을

41년 만인 1977년에야 간신히 되찾는다.

까탈루냐의 자치의식은 더 오랜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인민전선파의 거점으로 마지막까지 프랑코군에 저항하며 더 깊어졌고,

축구공은 그들의 자존으로 더 단단해졌다.

그리하여 엘 클라시코(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경기)는

축구 경기 이상, 일종의 까탈루냐와 카스띠야의 대리전 같은 것.

‘Mes Que un Club (클럽 너머 클럽, 클럽 그 이상)'

깜 노우에서 경기 전 보여주는 카드섹션에서도 볼 수 있는 바르사의 모토대로

바르사는 그야말로 클럽 너머 클럽이다.

메시는 바로 그 깜 노우에서 자신의 400번째 경기를 뛰었다.


비 내린 뒤라 그런지 관중석은 빈 곳이 적잖았지만

경기 전 예외 없이 흐르는 바르사 공식응원가 바르사 찬가는 여전히 어마어마했다.

내게는 사실 축구보다 1층에서 바르사 지지자들 꾸레가 펼치는 응원전과

오른 쪽으로 물들이고 있는 놀을 보는 즐거움과

응원을 따라하는 흥겨움이 더 컸다.

경기가 좀 느슨하기도 했고.

가끔 그들은 모두가 뒤를 돌아 관중석과 전광판을 보며 응원가를 불렀는데,

맞서 일어나 지르는 환호가 경기만큼 신이 났으니.

실로 오랜만에 가져보는 발랄이었다.

스페인어라 해도 별반 알아들을 수도 없는 걸 까딸루냐어로 부르는 찬가는

겨우 초반의 짝짝짝 짝짝짝 박수 여섯 번, 마지막의 바르사 바르사 바르사 세 번 외침만 박자를 맞출 뿐이었지만.

게다 승리까지!

바르사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18경기 연속 무패(15승3무) 행진(승점 48),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39)를 따돌리고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메시는 전반 12분 조르디 알바의 헤딩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고,

두 번째 골은 메시와 투톱으로 나선 루이스 수아레스가,

다음은 후반 추가 시간 메시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파울리뉴에게 낮게 땅볼 패스하여 쐐기골로 연결.

메시는 그야말로 '메시했다'!


경기는 끝났고,

무리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역시 무리 속에서 걸었다.

그 끝은 어디라도 버스정류장이거나 역일 것이므로.

1951년 비오는 여름날, 2-1로 라싱 산탄데르를 이긴 바르셀로나의 관중들은

어떠한 트램도 타지 않고 모두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당시에 트램기사 파업이 있었고,

그것은 파업을 지지했던 바르사 팬들의 프랑코 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클럽 너머 클럽!


협동조합 형태로 출발한 바르사는

창립부터 2010년까지 유니폼에 스폰서 기업의 광고를 다는 것을 거부했다.

2006년 9월 12일 바르사는 유니세프와 계약을 하는데,

5년간 구단 수입의 0.7%를 에이즈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해 유니세프에 지원한다는,

기존의 유니폼 스폰서십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은 계약이었다.

‘클럽, 그 이상’이란 슬로건을 또 한 번 잘 보여준.

그 바르사에 메시가 있고, 메시의 다음 경기 401번째 출전은 계속된다!

그것은 또한 스웨덴의 웁살라나 아일랜드의 더블린이 아닌

굳이 올해 일정이 바르셀로나여야 했던 까닭이기도 했던 바.


그리하여 2018년 바르셀로나에서의 내 삶도 계속 되었으니

여행배낭을 매고 섰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을

2018년 나는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1월 1일 약간 쌀쌀한 저녁 7시(한국시간 1.2. 01:00)를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맞았고,

12월 31일 바르셀로나발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임시로 거주할 아파트로는 외국인거주자 등록이 아니 되니 바지런히 집을 구해야 하고,

바르셀로나 대학이며 서서히 이곳의 일정들을 잡아야 한다.

무산샘과 장순샘과 류옥하다와 학교아저씨를 통한 물꼬 소식이

먼 이곳까지 간간이 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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