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26.쇠날. 비

조회 수 410 추천 수 0 2019.08.22 00:56:30


대처 나가 있는 식구들이 들어와 밥을 먹네.


베스트셀러를 읽기 피해가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에 나 또한 도매값으로 넘겨지는 것 같아서.

아무리 좋다 해도 시간이 지나서야 찬찬히 읽게 된다.

그런데,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딱 손에 잡기 좋은 크기로 눈에 띈 책이 있었고,

마침 같은 부류의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던 차라 도움도 되겠기에,

또 그의 소설을 몇 읽었던 바로 그의 문체도 좋아하는 지라(그래서 또 베스트셀러작가이겠지)

집어 들었고, 기차에서 내리며 던져두었는데,

고단으로 일들을 밀치고 있던 결에 오늘 마저 읽었다.

그게 베스트셀러로 진입해 있더만.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가는가,

자신은 왜 가는가?

내 여행은 어땠나?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서 인생도 여행도 신비롭다는, 그때 당장 뭔가를 깨닫고 어쩌고 하지는 않았지만.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여행이 그렇더라지.

삶에서 우리는 풀리지 않는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도망도 필요하다. 혹은 외면도.

여행에서는 날마다 만나는 일상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떠나버리면 그만이니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잊어버리러 가는 것이기도.

그런데 여행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우리를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노동이 나를 현재에 있게 하듯.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노동과 같은 것이다, 라고 나는 말한다.

그토록 길고 고통스러웠던 여행의 목적도 종국에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

그러고 보니 그것은 노동의 목적이기도 하네, 이 산골 내게는.

그래서 날마다 이 산골에서 풀매고 사는 내가 여행자였더라는,

굳이 떠나지 않는 날들에도.

누구는 세상을 다 떠돌아도 마음의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구는 0.75평 독방에서도 우주를 유영하지.

그래서 오늘도 산마을 안에서 나는 충분하다는,

뭐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언저리쯤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4980 164 계자 닫는날, 2019. 8. 9.쇠날. 맑음 / 빛나는 기억이 우리를 밀고 간다 옥영경 2019-09-11 552
4979 164 계자 닷샛날, 2019. 8. 8.나무날. 소나기 / 민주지산(1,242m) 산오름 옥영경 2019-09-10 525
4978 164 계자 나흗날, 2019. 8. 7.물날. 갬 / 걸으면서 열고 걸으면서 닫았다 옥영경 2019-09-08 579
4977 164 계자 사흗날, 2019. 8. 6.불날. 흐려가는 하늘 / 자유는 어떤 바탕에서 힘을 발하는가 옥영경 2019-08-31 627
4976 164 계자 이튿날, 2019. 8. 5.달날. 맑음 /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옥영경 2019-08-31 648
4975 164 계자 여는 날, 2019. 8. 4.해날. 맑음 / 2년을 넘어 다시 피는 계자 옥영경 2019-08-30 657
4974 2019. 8. 3.흙날. 맑음 / 164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9-08-22 599
4973 2019. 8. 2.쇠날. 맑음 옥영경 2019-08-22 451
4972 2019. 8.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9-08-22 460
4971 2019. 7.31.물날. 맑음 / 날마다 하늘을 밟고 사는 이 옥영경 2019-08-22 483
4970 2019. 7.30.불날. 맑음 / 164 계자 준비위 옥영경 2019-08-22 419
4969 2019. 7.29.달날. 맑음 / 삼남매의 계곡 옥영경 2019-08-22 469
4968 2019. 7.28.해날. 비 추적이다 멎은 저녁답 옥영경 2019-08-22 393
4967 2019. 7.27.흙날. 아침 볕 잠깐, 다시 비, 흐림 / 긴 그림자 셋 옥영경 2019-08-22 442
» 2019. 7.26.쇠날. 비 옥영경 2019-08-22 410
4965 2019. 7.25.나무날. 밤새 비 다녀가고 아침 멎다 옥영경 2019-08-22 419
4964 2019. 7.24.물날. 가끔 해 / 깻잎 깻잎 깻잎 옥영경 2019-08-22 439
4963 2019. 7.23.불날. 가끔 해 / “삶의 이치가 대견하다.” 옥영경 2019-08-22 450
4962 2019. 7.22.달날. 갬 / 별일들 옥영경 2019-08-22 428
4961 2019 여름 청소년 계자(2019.7.20~21) 갈무리글 옥영경 2019-08-17 50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