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월 어른의 학교에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글이다.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고치고,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를 단 것.

글 차례는 대체로 글이 쌓여있는 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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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물꼬에서 계자 이외에 참여한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라 설렘 반 걱정 반 상태로 왔는데 걱정과 달리 푹 쉬고 복잡했던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던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달골 다락방에서 다같이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산오름하고, 바비큐하고 해산물과 라면도 맘껏 먹고, 실타래와 한껏맘껏 이 모든 활동이 특별했고 새로웠다. 뭐 하나 대충하지 않고 활동 하나하나에 존재를 걸며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함께여서 더욱 좋았고 마음이 많이 따듯해졌다.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 2020년 한 해를 알차고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물꼬 사람들에게도 고맙고 물꼬 이 공간 자체에게도 참 고맙다. 특히 이번 어른의 학교 일정 중에서 실타래 시간이 좋았는데 나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경청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자세가 길러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그냥 참 행복했다.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사랑합니다!

 

이세빈:

오랜만에 물꼬에 왔다. 어렸을 적 물꼬에서의 편안함과 평화로움, 자유로움이 이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느껴졌다.

다 같이 둘러앉아 노래도 부르고, 산도 가고 바비큐파티도 하고 많은 것을 했지만 실타래 시간이 가장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 기대와 함께 약간의 걱정을 했다. 내 속에 있는 이야기로,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솔직하게 비출 기회가 없어서 이런 시간이 어색할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말로 모두가 진지충인 것처럼, 자신의 고민과 자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서 나도 모르게 녹아들었던 것 같다. 다같이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듣고, 그리고 생각했던 시간이 소중하고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23일 동안 춥고 편치 않았지만 마음이 참 따뜻했고 너무나 행복한 기운이 흘렀던 이틀이었다. 좋은 기운 느껴가는 거 같아 참으로 고맙다.

 

김수연:

이번처럼 마음 편하게 물꼬에 들어온 것은 처음인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차에서 모든 공식적인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다 가겠구나, 좋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계자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정든 마음의 고향에 온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가마솥방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운동장과 그 풍경이 주는 고즈넉함, 평안함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23일동안 배가 고플 새도 없이 먹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첫날에 도란도란 가마솥방에서 음식준비하고, 어색함 속에서 다락방에 둘러앉아 노래 부르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운을 잔뜩 받았습니다. 인교샘의 흥 덕분에 너무 신명나게 노래할 수 있었어요.

열댓 명의 사람들이 달골 거실에서, 다락방에서, 가마솥방 난로 주위에서 모여있는 순간들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이 나누던 얘기들, 웃고 놀던 시간들 정말 귀중했고, 실타래에서 했던 고민들 모두 이번 한 해를 헤쳐나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항상 저에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저를 단단하게 해주는 물꼬에게 감사하고 즐거웠습니다.

 

이세인:

금요일 오후 물꼬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또 이곳에 왔구나 생각을 합니다. 어떤 이유로 다시금 찾게 할까 생각해보면 첫째도 둘째도 물꼬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에너지와 기운을 가지고 사는데 물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좋은 기운을 얻고 갑니다. 한동안은 이번 어른의 날 때 있었던 일들, 이야기들을 추억하고 기억하며 힘있게 살아가고 싶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어올 때 희중샘을 만나 간단히 장을 보고 오는 것도, 옥샘은 우리를 맞이하고 우리는 또 다른이들을 맞이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준비해주신 정환샘, 화목샘 너무너무 감사한 순간이었고, 그 이후 낮잠! 아주 꿀잠이었습니다.(몇분 안되었던 시간에도 피로가 싹 가신 느낌! 그 추운 바람을 뚫고 둘러서서 고기를 먹었던 순간 참 따뜻했습니다. 항상 바삐 급하게 먹던 게 익숙해서인지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밥 든든히 먹고 가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마주보고 한 대배도 참 좋았습니다. 오기 전부터 대배를 열심히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이번학기 마음을 써야 할 큰일들이 많은데 탈없이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내 주변,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음 좋겠습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담아서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류옥하다:

늘 물꼬는 옛것과 새것, 과거와 미래가 늘 조화를 잘 이룬다.

이번 어른의 학교도 그랬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만 있던 술자리가 그랬고, 다양한 나이대가 모여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를 불렀다.

주말 학교에선 처음이었던 산오름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의 산을 십수 년에 걸쳐 오른다는 것이 주는 감동이란. 어릴 적엔 멀게만 느껴졌던 정상도 이제는 금세였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던데, 그런 것일까. 덩치와 키가 커진 탓일까. 늘 새로운 느낌을 주면서도, 나무 하나, 길 하나, 바위 하나에도 남아있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실타래 시간에 한 사람이 말했던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것을 어디 가서 평생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기억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내 생각을 정돈하고, 내 힘으로 사고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개인이 이에 재능이 있거나,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상. 그런 면에서 몸에 자연스럽게 익어있는 생각하고 말하고 정리하는 태도는 물꼬가 내게 준 또 다른 선물이라 하겠다.

낯선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도 좋지만,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과의 만남, 연대는 마음에 울림을 준다. 산을 내려오는 길의 상쾌함이랄까. 이번 계자를 함께한 이들 모두에게, 그리고 물꼬 사람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장화목:

겨울계자를 못간 아쉬움에 어른의 학교를 가기로 맘을 먹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들(코로나, 교직원 워크숍)이 생겨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걱정과 근심을 비우러 가는 물꼬인데 가기 전부터 걱정이 생기니 다음에 갈까?’ 하는 고민도 했었다. 고민도 잠시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어른의 학교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역시 오길 잘했다.

교직사회도 결국 사람들로 구성되고 사람들은 다양하다. 교사들끼리 편을 가르고 험담을 하는 사이에 나는 신규교사로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나?’하는 고민의 연속에 있었다. 하지만 물꼬에서는 특히 실타래 시간에 모두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니 감동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감동이 새학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다음번엔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물꼬도 경험해보고 싶다.

 

문정환:

좋은 공간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어 참으로 힘이 되는 주말이었습니다. 각자의 지친 심신을 서로 달래주고 어루만져주는 시간이 제가 또 힘을 내어 올 할 해 잘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살아보겠습니다.

(* “정환샘, 다음에는 어여 갈무리글 쓰고 좇아와 부엌일 손 보태려 바쁘지 말고 천천히 쓰시기!”-옥영경)

 

박소현:

우연한 인연으로 물꼬를 알게 된 게 제게 큰 행운입니다.

23일 동안 좋은 분들과 맛있는 밥 먹고 등산, 100배도 하고 노래 부르고 많은 이야기 나누며 지낸 시간들이 살면서 힘이들 때 떠올리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물꼬 첫 방문이라 긴장했는데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챙겨주신 옥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쌤들과도 좋은 인연 맺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뵐게요.

 

김도은:

이번 방학은 물꼬로 꽉 차있는 것 같다. 계절 자유학교도 갔다가 자유학교가 너무 기억에 남고 좋아서 어른학교도 오게 되었다.

처음에 어른 학교에 누가 오는지 들었을 때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내가 잘 적응해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물꼬에 와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고 그저 반가운 마음만 들었다. 물꼬 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좋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인데, 이번에 소현쌤과, 세빈쌤을 처음 만나, 좋은 인연을 만든 것 같아서 행복하다(다른 사람 모두 반가워요)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니, 하루가 정말 빨리 갔다. 심지어 첫째날은 밥만 먹었는데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물꼬에서는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참 의미있다는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밥을 먹고, 달골로 가서 야단법석을 하였는데 그새 편해졌다고 한껏 신이 났었다. 진짜 물꼬에서 야단법석을 많이 했어도 이렇게 신나는 야단법석은 처음이였다. 또 이렇게 나에겐 특별한 어른학교이다.

아침에는 눈이 정말 안떠졌지만, 내가 평소 아침을 맞이하는 마음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느껴졌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으니 산오름도 할 만하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그와 동시에 이번 산오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옥쌤 바로 뒤에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옥쌤과 함께 가니까 지금까지 못했던 얘기들을 좀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산오름 후에 진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너무 잘 아시는 옥쌤, 잠잘 시간을 주셨다. 물꼬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구들더께를 했달까ㅎㅎ 정신없이 자고난 후, 바비큐를 먹으라는 쌤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꼬에서 바비큐를 먹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또 이렇게 특별한 어른학교이다!! 정말 행복하고 즐거워서 정신이 없었던 어른학교 23, 잊지 못할 정도로 좋았고, 또 특별했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쌤들과 옥쌤께 너무너무 감사하다.

오래 봐요 옥쌤, 사랑합니다.

 

이건호: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공식적인 행사는 취소되었지만 물꼬는 물꼬답게 눈이오나 비가 오나 코로나가 오나 상관하지 않고 어른의 학교를 열었다. 일꾼 이건호는 물꼬인답게 기쁜 마음으로 그에 응하였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보는 분들, 처음 보는 분이 있어 어색한 분위기로 사과만 먹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어색하던 분위기는 없어져 있고 가족같은 분위기만이 남아있었다. 이걸 보면서 또다시 물꼬의 마법에 놀랐다. 공식적인 일정은 취소 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일정은 따로 일정 없이 때건지는 것을 큰 일정으로 생각했고 일도 하지 않았다. 태희샘의 제안과 희중샘의 강력한 지지로 우리는 겨울 민주지산을 등산하였다. 전날 밤 비가 억수로 많이 와서 산행이 힘들어 보았지만 옥샘의 기도 덕분에 다음날에는 비가 오지 않아 산을 가게 되었다. 아이젠도 없이 가서 우리는 정상 등반을 못 했지만 그래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산을 다녀와서 희중샘이 사오신 고기로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우리는 실타래를 했다. 역시 실타래를 하면서 난 아주 많은 배움을 느꼈고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이 없고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또한 걱정이 없다. 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요즘 밴드부의 위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돌아가는 날도 안전하게 잘 지내다가 갑니다.

항상 한결같지만 항상 새로운 물꼬, 애정합니다.

 

상촌 김도영: (* 예비새끼일꾼, 이라고 썼다.)

올해 입시보기 전 쉬기도 하고 힘을 얻어가려고 오랜만에 물꼬에 왔다.

반년 만에 오는 거라서 낯설 줄 알았는데 금방 적응해서 다행이었다.

최근에 연습하느라 힘들어해서 언니가 어디 여행이나 놀러 다녀오라 해서 물꼬에 왔는데 진짜 오긴 잘 한 것 같다. 다음에 연습하느라 지치면 물꼬로 가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타래 시간에 다른 선생님들의 입시후기나 당시 마음가짐 등을 들으면서 많이 공감되기도 하고 배워가는 게 많았다.

108(* “도영아, 우린 백배!”)를 할 때 전통예고 합격이 중심이 아니라 연습하고 입시준비하는 동안 나와 옆에 있는 가족, 친구 편안하게 해달라고 생각하고 108배를 했다.

앞으로 입시 전까지 물꼬에 못오겠지만 이번에 어른의 학교에서 배워간 모든 것들을 생각하기로 했다.

당연히 입시 끝나고 겨울계자 때 새끼일꾼 자리는 옥쌤이 빼주실 꺼라고 믿고 있다 ㅎㅎ

(* “지역인재전형? ㅎㅎ”)

 

홍인교:

건호랑 여행하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고, 내리면서 우리 서로 각자의 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또 같이 보내어본다.

새로운 사람도 있고, 반가운 사람도 있고 보고 싶었던 사람도 있는 어른 계자에 함께할 수 있어 좋았고 늘 같은 자리에서 애를 쓰시는 옥샘과 삼촌께 많이 감사하다.

일정 중 가장 좋았던 산오름은 좋음을 넘어선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고, 하면 된다는 나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뭘 해서가 아니라 뭘 안해도 좋은 시간.

서로를 위해 마음을 내는 시간(특히 바비큐 준비팀)

공감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

이 기운을 모아서 잘 살아볼 계획이다.

 

윤희중: (* 희중샘은 돌아가서 다음날 메일로 보내왔음.)

1231, 11일 모두가 생각하듯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롭게 다짐하고 목표를 설정하여 시작 하는 시기이다. 다만 물꼬의 흐름은 다르다. 2019학년도, 2020학년도

이러하듯, 새 학기는 3월에 시작하게 된다. 그럼으로 2019학년도의 끝맺음은 2월이다. 물꼬의 일정으로 보게 되면 2월 마지막 일정인 어른계자가 한 해의 마무리가 된다. 매 년 한 해의 마무리는 하지 않더라도, 새해의 시작점에 목표를 세워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려는 마음만 같고, 제대로 이루어진 목표 없이 세월만 흘러 간 것 같습니다. 물꼬를 다녀간 이들이 말하기를 좋은 기운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 같다고, 이와 같이 물꼬의 흐름대로 일상에서도 살아 볼까 해서 2019학년도 마지막 일정 어른계자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산오름 : 등산을 나름 좋아 한다고 생각해서 자주 가곤합니다. ,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정상까지 밟기란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꼬에서의 산오름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 도와가며 산행을 하면 꼭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정에서의 산행은 설산이라 예외지만요.

비유가 적절한지 잘 모르겠지만, 옥샘께서 마음 모으기 할 때 마다 읊어주시는 내용이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그러하듯 남이 고요하기를

내가 그러하듯 남이 평화롭기를

내가 그러하듯 남이 고통이 없기를

내가 그러하듯 남이 행복하기를

저 혼자 정상에 도달했다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낙오자 없이 함께 정상에 도달하면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 그런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렇듯 삶을 살아가는데도 혼자가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도와가며 어려움이 닥치면 함께 하는 그런 삶들을 살아가면 보다 나은 삶이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뜻깊은 산오름 시간이었습니다.

 

물꼬에서의 모임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이번일정만 보아도 어린친구들 도은, 도영, 건호 청소년들과 옥샘, 인교샘, 삼촌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만남을 하면서 나이를 따지진 않지만, 생각을 해보면 어린친구들과 저랑은 18살 차이가 나더라구요.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일찍 결혼 했을 시 도은, 도영, 건호 같은 아들, 딸들을 나았을....그런데 이정도 까진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청소년들과 이야기 하고 지낼 일들이 많지 않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그런데 물꼬에서는 이런 연령차이가 나더라도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 장난도 치고 공감대도 형성 되고 저도 젊어진 듯한 마음으로 잘 지내게 되지만,

여기서 고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제 저는 34살입니다.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랄까요.

산오름을 하면서 태희랑 사진을 찍어 기표한테 보내주었을 때 기표가 한 말

저 형은 30대중반인데 왜 저래.”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기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뭐랄까요.. 다른 어린 친구들한테 어른스럽고 좋은 말을 해주고, 뭐 그런 느낌..?

마냥 노는 거 좋아 하고, 갈무리 하거나 그럴 때면 아시다시피 말 주변이 없어서

단답형으로 매번 똑같이 좋다, 행복하네, 그런 식으로 짧게 말하게 됩니다.

나도 말 잘하고, 함께 지내는 이들에게 좋은 말도 해주고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23일의 짧은 만남 이제는 아쉬움이 없는? 물꼬는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머지않아 또 보게 될.. 영동에서 볼링도 치고, 2모둠으로 나누어 교동짬뽕, 미소야에서 점심도 먹고, 베스킨라빈스에서도 아이스크림 먹고, 헤어질 때 까지 원없이 먹다가 영동역에서 짐 내려주고(뒤풀이 하는 동안 차에 짐 싫고 다님),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보냈습니다. ! 여기에서 헤어질 때 옥샘께서 물꼬의 기운을 담아 한 명, 한 명 안아서 보내듯이 세인, 세빈, 수연, 태희, 도은, 하다, 건호가 먼저 다가와서 안기고, 보낼 때 뭔가 가슴 벅차다고 해야 할까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참 좋습니다.

 

어찌 쓰다 보니 물꼬에서 남기는 갈무리가 아니라 계자 끝나고 돌아가서 작성하는 평가글이 된 듯하네요. 잘 지내다가 연어의 날에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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