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28.쇠날. 잠깐 비 지난

조회 수 389 추천 수 0 2020.04.01 14:18:31


 

낮에 잠깐 비 지나고 개다.

남새밭을 맸다.

 

잘못 놓은 돌 하나를 오랫동안 알지 못하고

다음 돌을 쌓고 쌓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그 처음이 바른지 그른지조차 거론이 잊힌.

어느새 그 뒤틀린 자리가 마치 정석인 것처럼 전제가 되기까지.

삶의 꼴이 그러하듯이.

지승호가 김수행 선생과 인터뷰를 하고 낸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에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다.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한 건 단 한 번 뿐이었다고.

그마저도 명확하지도 않았다는.

, 그랬더라니!

보이지 않는 손이라면, 대략 그런 거였다.

모든 인간은 보다 잘 살고 싶어 하고, 교역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는데,

그러니 정부는 간섭 말고 시장의 원리에 맡기면 경제도 성장하고 고용도 는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그 손에 맡겨라.

보이지 않는 손은 스미스의 저작을 모두 망라해서도 딱 세 차례 나온다는데,

문맥상의 의미는 각각 다르다고.

그런데 그 개념은 수백 년 동안 주류 경제학의 모토였다.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기업을 규제하려 할 때마다

자본주의자들은 툭하면 그 말을 인용했다.

사실 그 손은 기업만 가진 건데.

한 번 삐걱한 걸음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을 붙잡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내 생각은 또 얼마나 그러할 것인가.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언제나 출처를 명확하게 확인 할 것.

뉴스도 교차체크를 해서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요새

코로나19 사태에도 넘치는 가짜뉴스 앞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생각했느니.

 

이런 글을 쓸 때는 마음이 쓰인다.

혹시 글에 등장하지 않는 이가 불편하기라도 할까 봐.

자신도 물꼬에 그래야 한다 강박이 될까 봐.

그러자면 하지 못할 말이 얼마나 많을 거냐.

그냥 쓰기로 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청년들을 알고 있는 게 뿌듯하고 고마우므로.

그러니까... 어른의 학교 참가비를 확인하고 있었다.

스무 살을 넘긴 지 오래지 않은 한 친구는 참가비를 더 보냈다.

그 나이에 그는 어떻게 그럴까, 나는 이 나이에 이르러 겨우 그런 생각을 하거늘.

고맙다 하니, 조금이라도 보탬이었음 하고 보낸 거라 했다.

물꼬에서 배웠다 했으며, 취직해서 돈 벌면 꼭 논두렁해서 후원할 거라고까지.

또 한 이름은 새끼일꾼으로

청소년계자며 꼭 참가비를 더 보냈다는 엄마의 문자가 들어온다.

나는 그것이 꼭 넉넉하기 때문이 아님을 안다.

품앗이일꾼이며 논두렁이기도 한 다른 이름 하나는

그 많은 일정에 자기가 챙기지 않아도 되는 참가비를 꼭 보내놓는다.

그가 얼마나 어렵게 돈을 벌고 있는지 너무 잘 아는 내게

번번이 허리 곧추세우게 하는 그라.

또 한 사람은 저가 품앗이이면서 일반참가자처럼 보냈다.

어디 몰라서 그랬을까.

그 마음씀을 안다.

저도 객지생활에 생활이 버거울 것을.

그래서 나는 더 허투루 새지 않게 살림을 살아야 하리!

고맙습니다!”

 

몸살감기?

그러면 대뜸 코로나?”하고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쯤이다.

종일 몸이 좀 꺼진다. 자고 나면 나아질 테다.

잠이 퍽 고마운 밤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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