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29.흙날. 맑음

조회 수 508 추천 수 0 2020.04.01 14:19:12


 

감자를 놓을 밭을 팼다.

코로나19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멧골이어 그 심각함이 덜 전달되는 바도 있겠고.

 

논두렁 한 분이 구룡포에서 대게를 보내왔다.

오는 사람들이 없어 포구의 어업인들도 어려운 모양.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이 하나가 물꼬 몫까지 주문해서 보내준.

낮밥으로 쪄냈다.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도 다 모이고 준한샘도 건너왔다.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더니!”

가위를 들고 한 사람이 먼저 먹기 좋게 작업을 했다.

밭을 매도 전체로 먼저 패놓는 선 작업이 중요하듯

무슨 일이나 기본 작업이 중요할.

그리 해놓고 마치 달겨들 듯 먹기 시작하는데,

평생에 먹은 대게보다 많이 먹었다고들.

바다랑 먼 멧골이다.

그래서 더 귀하고 맛난 밥상이었네.

 

코로나19 확진자가 넘치는 신천지가 밥상머리 화제였다.

20대 교인들이 많단다.

아들에게 농을 했다.

너들이(너희 20대들이) 그리 어리석다.”

20대가 가장 살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아들이 말을 받았다.

인정받지 못한 세대들인데 거기 가니 인정하더라는 거지,

게다 14천 명 안에 들면 영생과 영광을 얻는다니 혹할 만했을 거라고.

그런데 신천지 교세가 광주가 세단다.

91년이 지나고 소련(과거에 우린 더러 소권이라 일컬었다)이 해체될 때

운동권의 인맥들이 피라미드 다단계로 한동안 들썩였다.

최근 신천지 판이 그때의 모습이라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

80년대 후반 남총련은 어마어마한 세력이었다.

거리에서 가장 앞에 섰던 이들이 조대와 전대((조선대와 전남대)생들.

그들에게는 80년 광주에 대한 깊은 상흔과 응어리가 있었다.

그리고 광주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던가.

그것이 신천지로 모이는 어떤 힘이 되기도 하지 않겠냐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교인이라는 신천지.

왜 우리는 그리 어리석은가?

어쩌면 사람들은 종교의 그 완결성에 빠지는 것인지도.

예컨대 종교는 창조주가 있고 그가 완성하는 세계가 있으니까 완벽하다.

그에 반해 과학은 늘 불안정하니까.

19세기 과학만 해도 지금에 와서 어찌 보이는가를 보면 알지 않은가.

지금의 과학 역시 미래로 가다보면 미신에 가까운 사실이 얼마든지 될 수 있을.

그래서 과학보다 종교가 사람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사람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필연 아니겠냐는.

 

하다샘이 들어와 교무실을 또 맡아 움직인다.

오늘은 수업 준비를 도우다.

춤명상을 위해 CD를 늘 들고 다녔고,

그러니 현장에 가서도 그곳의 CD플레이어를 쓰거나 없으면 물꼬 것을 갔다.

내가 좀 그렇다. 옛날 사람이고 다소 원식적인.

올 학년도도 제도학교에 춤명상 수업을 이어간다,

분교의 특수학급을 맡게 돼 1학기에서 2학기로 밀긴 했지만.

모바일에 음악을 다 담기로.

내게 어려운 영역들은 그렇게 때때마다 샘들이 들어와 손을 보태는.

 

정말 오지게’, ‘격하게공감하는 책을 만났다고 쓴 <내 삶은 내가 살게...>(옥영경, 2019) 후기를 읽다.

지난해 9월에 쓴 글인데 이제야 본.

옆집 이모가 추천하며 실려주신 책이라며

기대 없이 심드렁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은근 빠져들었단다.

육아서인 듯 아닌 듯이라고 했고,(고맙다. 그리-그런 의도로- 쓴 것을 그리 읽어주어)

아들을 위해 자연주의 교육하러 산으로 갔나 보다 했다가

60여 페이지를 읽고 이 책에 대해 이렇게 길게 쓸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라며.

뜻밖의 지지가 격려가 되는 순간이었네.

아들 대학 무사히 보낸 자녀교육에세이로 낚시를 하지만

교육철학서로 썼다. 그리 읽어준다면 고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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