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18.쇠날. 갬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0.10.18 23:57:25


 

지난 학기 지원수업을 갔던 제도학교의 몇 인연이 인사를 전해왔는데,

받아놓고도 여러 날이 마냥 흘렀다. 

가깝지 않은 거리이기도 하고 사는 꼴이 퍽 다르기도 하고

그리 연락을 할 일이 있을까 싶었더니

그래도 한철 같이 땀흘린 시간이었다고 이어지는 연이었네.

- 샘 없는 학교가 낯설기도 하고 아직은 샘 향기가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꿈만 같았던 6~8월 샘을 만난 게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 그저 샘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니 감사하고 또 든든합니다.

- 샘이 안계시니 이벤트가 없는 하루하루지만 아이들이 훌쩍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입니다.

- 샘과 다니던 길을 가봤어요... 꿈만 같았던 우리들의 그 여름을 오래 오래 기억할께요.

- 자주 생각해요. 또 인사드릴게요.

고마운 말들이었다.

본교 특수학급샘도 아이들 소식을 전해왔더랬다.

태음이가 가끔식 옥샘 이야기를 한다 하고

은별이는 가정의 일이 좀 있지만 잘 있고

중학배치 결정을 기다리는 한동이는 아직 공동학구인 시에서 소식이 없다고.

아이들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오늘에야 답문 몇 자.

 

아침뜨락은... 멧돼지는 잦게는 사나흘에 한 번 다녀간다.

옴자 글자를 꽃처럼 메운 배추를 뒤집은 건 그러려니 하고 포기했고,

흙을 잘 올려 예쁘게 물도리를 해두었던 새로 심은 광나무 둘레는

다시 그처럼 오늘은 손 봐야지 했다.

하얀샘이 사다리를 가져와 가지도 좀 쳐주었다.

계속 고민이다. 여기저기 물어도 보고 인터넷도 뒤적여보고.

다시 정리를 해두었지만 그들은 다시 올 것이다.

둘이 같이 있으면 위로가 되겠지만 습이네 한 마리를 학교에서 데려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부유물이 많이 뜬 밥못도 쳐주었다.

어제도 쳤는데, 어느새 또 올라온 것들이었다.

날이 차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개지겠지만

아직 한동안은 그리 살펴야할 게다.

다음 주 예술명상 수업을 들어올 아이들을 위해서도 요 얼마쯤은 날마다.

 

, 어제는 마침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때이기도 하여 분뇨수거차를 불렀다

아이들 뒷간이야 거름으로 만들지만 바깥해우소는 우리 역시도 대안이 없다.

별로 차지도 않았더라지. 올해 일정이 헐렁했으니까.

이 정도의 규모가 물꼬에 꼭 맞다는 생각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던 물꼬는 언제나 적확한 상황들에 놓인다.

조용한 걸음 같은 날들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556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184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23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470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337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289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266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249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18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182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161
6625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42
6624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030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18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591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28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14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471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404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33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