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4.불날. 맑음

조회 수 302 추천 수 0 2020.12.24 23:46:49


 

바깥등을 켰다.

창고를 다녀왔다.

서너 시간 전에 이제 작업을 끝냈다고 집어넣었던 백색시멘트였다.

그런데 타일 사이 줄눈에 기포가 생긴 곳이 여럿 발견되어 아주 굳기 전에 메우기로.

시멘트를 급히 섞었거나, 오래된 것이거나, 푼다고 풀었는데 덩어리가 있었거나.

플라스틱 작업통에 물과 섞어 줄눈제를 만들어놓고

먼저 것과 나중 것의 습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포 언저리로 물을 살짝 먹여 덧발랐다.(이럴 때 덧방이란 현장용어를 쓰던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대로 나중에 덧바른 것이 들고 일어나고 말테니.

이 과정을 올해만 해도 두어 차례 했다고 척척일세.

바깥에 통을 씻으러 나갔다.

수도는 얼어있었다.

들어와 다시 물을 담아 통을 씻고 그 물을 바깥으로 버리러 나갔다.

내부 배관에 쌓이기라도 할까 싶은 걱정스러움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자정이었다.

이 시간에... 어디선가 누가 본다면 마치 범죄현장을 감추려는 의도 같기라도 하겠다.

혼자 웃었다.

 

수행하고 걷고.

때가 되면 밥을 해먹고, 그리고 오직 일했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겨울90일수행 기간이라.

책상 앞에서는 눈이 흐려질 때까지(요새는 그런 일이 잦으네)

누리집에 비워두었던 기록들을 얼마쯤 챙겨 썼다.

남이 읽을 수 있도록 쓰진 못했어도 나는 알아볼 수 있게 쓴 기록 덕에

여름 이야기를 이 겨울에 쓸 수 있는.

6월부터 7월까지 홀랑 비웠던 것을 지난주부터 틈틈이 챙겨왔던.

6월도 채우고 7월도 9일까지 옮겼으니

이제 20일 남짓만 채우면 될.

바로 일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목공실에 들어가서 나무들을 만졌다.

세면대 하부장 문짝을 만들어 주려지.

최대한 손이 덜 가도록 할 최상의 선택을 가늠한다.

또한 사들이지 않고 있는 나무들로 어떻게든 할.

길이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어주어야지.

경첩은 마땅한 게 없네,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문고리도 적절한 게 없지만 그거야 나무를 잘라 붙여도 되겠고.

구상하고 나무 규모가 대략 나왔으면 벌써 시작한 셈이라.

자르고 사포질하고 색을 입히고 조립하게 될.

곧 시작해보자.

 

어제 세면대 상판 타일 보수.

지난주 기존 타일을 떼 냈고,

어제 본드 깔고 모눈타일을 붙였다.

오늘은 줄눈제 바르기.

그 줄눈제에 기포가 생겼다는 게 바로 글 서두에 나온 그 이야기이다.

수전 지나고 세면대 놓이는 구멍 둘은 유리병을 끼워 작업하다.

꾸덕꾸덕 말랐을 적 뺐더니 매끈하게 잘 빠진 구멍.

일이란 게 부담이 절반을 차지하곤 하더라.

이제 이런 일 정도는 일이 아닌.

그저 손이 좀 갈 뿐이다.

멸치젓을 끓여 내리는 것이, 김장하는 것이, 메주 쑤는 일이, 고추장 담그는 것이 그렇듯.

하면 참 별게 아닌.

 

이번 주말 하기로 한 김장 일정을 조율했다, 125일로.

어제부터 대처식구들과, 손을 보탤 바깥식구들과도 의견들이 오갔다.

이번 주 김장을 아니 하는 대신 흙날에 메타세콰이어를 심기로 하다.

아침뜨락 지느러미 길에 열일곱의 구덩이를 파두었더랬고,

11월을 기다렸다.

여유로이 스무 그루 온다네.

 

간밤 이슬비 살짝 내렸다.

새벽 영하 3도로 내려갔지만, 자정까지는 영상이었더랬다.

추웠다면 눈이 되었을 게다.

한발 한발 겨울로 걸어간다.

원고 하나 써야 하는데, 그건 자꾸 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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