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7.쇠날. 흐림

조회 수 432 추천 수 0 2020.12.24 23:49:23


 

물꼬는 겨울90일수행 중.

사람들이 드나드는 일이 드문 속에

수행에 좀 더 긴 시간을 들이는 걸 빼면 보다 고즈넉한 일상이라는 정도가 차이랄까.

아침에도 해건지기로 있는 수련과 대배와 수행,

낮에도 한 차례 호흡명상,

저녁이면 밤의 두멧길을 5km 걷는.

 

오늘부터 기상안내가 가늠할 수 있는 열흘 이후까지

새벽마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라.

오전에 서너 차례 얼굴 내비치던 해는

오후엔 도통 볼 수 없었고

그 자리에 바람이 대신 들자

낙엽을 떨군 가지도, 뒹구는 나뭇잎들도 일제히 한 방향으로 거세게 몰려갔다.

 

목공실.

욕실 세면대 하부장 문짝을 만들려지.

나무를 재단한다.

얼룩이 많은 걸 사포질부터.

원하는 길이가 없어 조각나무들을 이어 쓸 요량.

그래서 일이야 좀 더 많아지지만

그렇게라도 작업이 되니 다행할.

페인트칠이며도 이어 붙여 해야 하니 일이 더 늘.

그래도 언제 적부터 마음에 둔 일이 그예 되고 있는.

칠은 또 다른 날에.

마르고 나면 빈티지 느낌을 내려고 샌딩 작업을 좀 할 계획이고,

잇고 경첩 달고 문고리 달고...

 

오늘 예정이든 농협 대의원 총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되었다.

대신 안건에 대한 서면 의견장을 받으러 농협 직원이 다녀갔다.

9월부터 농협 대의원 역을 맡기로. 2년 임기.

사실 그 자리가 거수기 노릇이라고 짐작해왔다.

자세히는 모른다. 농촌에 살면서 농협 조합원이어야 할 이유들이 있었고,

그저 적은 금액의 출자금을 내놓았던 게 전부.

한 때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새마을회가 어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됐던 것처럼

농협에 대해서도 이제 좀 알게 될 테지.

거기 어떤 역할을 하든 그저 잠깐 소속이 되든 하겠지.

 

하얀샘이 배추 열댓 포기를 넣어주고 갔다.

작업장 가까이의 배추밭이 마침 수확이었다는데

일부 나눠준 거라지.

내렸다는 배추값이 아직도 4천원 가까이 한다는 이즈음이다.

당장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배추전을 부쳤네.

대처 식구들도 들어오고 밥상이 제법 북적였다.

무산샘의 연락이 있었다. 내일 나무 실으러 올 수 있겠냐는.

3주 전에도 땔감으로 참나무를 한 트럭 실어왔더랬다.

한 트럭을 더 실을 때를 살펴보자고 다음 연락을 하기로 했던 것.

강원도 출장에서 돌아와 내일은 작업장에 있다는데,

누가 같이 갈 수 있으려나...

두어 곳에 트럭을 섭외하는 문자를 넣어둔다.

 

주말이라 들어온 식구들과 바람찬 두멧길을 걷다.

마을회관 운동기구도 써보고,

최근의 경제서적들에 대한 이야기들 나누다.

요새 빚내서까지 한다는 젊은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기.

- 언론의 호들갑은 아닌가 몰라.

- 우리가 거론할 정도면 끝물 아닐까?

그러게. 산골 우리 삶에서도 말이 나올 정도면.

물꼬는, 여전히 우리 삶이 노동에 기반하고 있다는 고전적 양식으로 산다.

 

코라나19 3차 대유행,

어제 382명이던 신규 확진자가 오늘 581.

올 겨울도 계자는 할 것이다!

다만 상황을 지켜보는.

겨울일정 공지를 오늘내일 하며 한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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