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8.흙날. 대체로 맑음

조회 수 375 추천 수 0 2020.12.24 23:50:02


 

비 온다던 주말이었는데, 하늘 맑았다.

식구들과 어둔 두멧길을 걷고 왔다.

오늘도 오랫동안 닫혀있는 마을회관 마당에 발을 들였다.

아무도 쓰지 않고 바람과 비와 햇볕만 닿았던 운동기구에 생기를 넣었다.

아침저녁, 때로 낮에도 이어지는 겨울90일수행풍경이다.

 

땔감이 왔다.

쓴 표고목도 아니고 지난해 베 낸 참나무였다.

등산로에 표시목으로 쓰일 것들이었는데,

쓰이지 못했다.

엊저녁 바삐 들어온 무산샘의 전갈,

오늘 작업장으로 나가니 나무를 가지러 올 수 있겠냐는.

강원도 인제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이라 긴 날을 닫았던 일터였다.

어느 트럭이 가능할까,

지난번엔 하얀샘이 갔는데.

물꼬에 없는 트럭이지만 승합차 크기를 넘는 짐이라면

품앗이샘이나 논두렁, 또는 이웃의 차들이 짬을 내주는.

 

하얀샘의 트럭이 움직여주었다.

오전에 넘어갔다가 싣고, 같이들 밥 먹고 다시 넘어오고.

학교에는 세 식구가 기다리가 있었다.

트럭에서 내리며 바로 엔진톱으로 자르고

수레에 실어 뒤란으로 옮기고.

본관 뒤란 처마 쪽으로 쌓고,

그건 다시 도끼질을 해서 보일러실로 들일 것이다.

 

일을 시작할 때 일의 차례로 잠시 의견충돌.

발단은, 지난주 들어온 나무가 아직 뒤란 처마 아래 있었는데,

또 나무가 들어온다고 하자 있던 나무들을 보일러실 안으로 학교아저씨가 쌓은 거라.

그런데 그 나무를 쪼갠다고 또 꺼내야 한단 말이지.

손에 쥔 김에 그걸 허리 굽혀 놓았다가 나중에 다시 또 집는 건 얼마나 낭비냐,

풀만 해도 매면서 온 데 뿌렸다가 다시 그걸 걷는 게 아니라

바로 망태기에 담으면 다시 숙여 걷는 시간과 노동을 줄일 수 있지 않겠냐,

지금 이 작업만 해도 트럭에서 내리며 바로 자르고

특히 사람들 있을 때 같이 움직여 쌓으면 좋지 않겠냐,

하얀샘과 다른 이들의 의견은 그러했던 것.

하지만 학교아저씨는

일단 마당 건너 농기구 처마 아래로 보내고 나중에 자른 뒤 옮기시겠다는.

그런데 대개 일은 밀려 번번이 추울 때 그 일을 하게 되거나

심지어 계자 닥쳐서 샘들이며 아이들이며 붙어서야 일이 되기 일쑤라.

뭐 하러 사람들 그 추운데 고생을 시킬 것인가.

오랫동안 일해 온 학교아저씨는 또 당신 흐름이 있는 거라.

내내 일을 맡아 할 사람의 편의를 봐야 하느냐,

아니면 전체 일의 차례를 봐서 효율을 따져야 하느냐 그런 문제.

정리된 바로는,

잘못된 상황을 발견 시 바로 잡자,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일이 되더라,

하여 보일러실 안의 것도 어차피 쪼개야 하니 일단 꺼내서 더미로 쌓다.

저 가 쪽에서부터 꺼내오며 쪼개서 보일러실로 들인다,

일의 차례를 그리 잡은.

우선은 처마 아래 쌓는 것까지만 오늘의 일로 삼았다.

 

3주 전 흙날엔 땀을 뻘뻘 흘리며 하던 일이더니

그 사이 기온 뚝 떨어져

움직이지 않으면 오돌거려야 했네, 바람도 불고.

가래떡을 난로에 구워내고, 단감과 차를 참으로 내다.

잠시 서서 먹기도 추웠던.

 

마침 고기를 굽는 저녁이라.

된장에 배추도 함께 낸다.

배추전도 했네.

같이 노동하고 먹는 저녁 식사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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