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모진 겨울을 퍽도 두려워해왔다.

올 겨울엔 그에게 곁을 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위를 넘는 일도 차라리 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아니던가.

겨울이 적이 수월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이 좀 붙으니 추위가 덜한 듯도.

 

명상정원 아침뜨락의 지느러미 길 가장자리를 따라 열일곱의 구덩이가 있었다.

지난 911일 커다란 광나무 세 그루와 함께 인부들 들어왔을 적 파두었다.

메타세콰이어이거나 벚나무이거나 길을 따라 줄지어 나무를 심을 계획을 오래 전부터 했고,

수종을 골라왔더랬다.

메타세콰이어로 하자.

백악기에서부터 제3기층에 걸쳐 지구상에 널리 자랐다는 살아있는 화석’,

떨리잖아!

은행나무와 공룡과 같이 살았던 나무.

멸종된 줄 알았는데

2차 세계대전 무렵 양자강 상류 한 지류에서 4천여 그루가 발견되었더라지.

전정 없이도 자연스럽게 삼각형의 수형을 유지하니 관리가 수월할 테고

무엇보다 속성수.

어여 어여 키우고 싶지.

낙엽수이니 잎 다 떨어진 늦가을이나 싹트기 전에 심는 게 좋다 했다.

드디어 오늘 그들이 왔다.

메타세콰이어 스무 그루와 불두화 네 그루와 대추나무 한 그루.

나무 얼마쯤으로 표도 안 나는 이곳인데,

그래도 봄 오고 메타세콰이어에 새 잎 돋으면 볼 만하리.

현재 수고가 2m도 훌쩍 넘는다.

열일곱을 심고 지느러미 시작점에서 길을 건너 바위축대 아래로 셋을 심었다.

스무 그루가 한 줄로 선을 잘 이루었더라.

불두화는 바위축대 위쪽으로 한 줄로,

대추나무는 도라지 밭가,

그러니까 사이집 돌담 앞의 사과나무 세 그루와 줄을 같이 하여 심었다.

벌써 어둑해져서 흙을 제대로 덮었는지...

2015106일을 시작으로 10년을 계획한 아침뜨락,

2018년은 한 해를 몽땅 바르셀로나에서 보냈으니 그 해를 빼고,

네 해가 흘렀다.

이제 철마다 꽃이 피고 지도록 전체를 잘 배치해보려 한다.

하여 또 봄을 기다리나니.

 

아침뜨락 옴자 글자 위에 심은 배추를 몇 개 더 뽑아오다.

봄동에 가까운.

-온전한 배추 보고 났더니 눈 버려서 성에 차질 않네.

얼마 전 이웃 밭에서 온 배추로 한창 배추전이며 배추국이며 끓여먹던 참이라.

큰 것만 뽑고 나머지는 꽃처럼 두었다.

 

아침수행은 오직 기도라.

12월에 특별히 기억해야 할 이들이 있다.

3 수험생을 위한 힘 보태기,

임용시험 과정을 밟는 이들이 순조롭기를,

수행을 끝내고 책상 앞.

오랜 고민 끝에 2020학년도 겨울계자 공지를 올렸다. 가자!

 

! 혼자 애를 좀 끓고 있다.

한 도시의 특수학교에서 열여덟 발달장애아가 학교에서 다쳐 2주째 혼수상태라는 뉴스.

가족은 교사의 체벌 때문이라 하고, 학교 측은 단순사고라는 주장.

특수교사 선배가 일하는 곳이다.

사실과 상관없이 언론의, 혹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얼마나들 상처를 입을 거나.

일단 아이가 일어나기를!

 

아들이 보낸 온수매트가 왔다.

주말에 할 김장에 할머니도 오시고, 식구들 모였을 때 쓰자고 퀸사이즈로.

그러고 보니 지금 쓰고 있는 1인용도 그가 사주었던 거였네.

궁한 살림들이 그러저러 무사히 살아지는 건

그리 밖에서 물꼬를 챙겨주는 덕들이라.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모시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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