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김장을 한다.

그 말은 여전히 살아간다, 혹은 살아갈 것이다 라는 문장이기도 하다.

남도의 집안 어르신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대중교통으로 오신다 하였으나 먼 길도 먼 길이고 번거로움도 번거로움이고

코로나19로 코로나여서도

모시러 가기로 했다.

그 걸음에 배추도 실어오기로 한.

 

올해는 배추를 사서 하기로 했다.

무는 길러먹어도 배추를 심지 않은지는 여러 해 되었다.

인근 유기농가에서 수년을 나눠주기도 했고,

이웃 밭에서 같이 키우기도 하고,

이웃마을에서 얻기도 하다,

지난해는 절반은 유기농가에서 절반은 마트에서 샀던 배추였다.

올해는 아주 사서 하기로 진즉에 마음먹고

이웃들에도 배추 말을 넣지 않았다.

남은 배추 있다고 전하는 이웃도 없는 해였다.

비 많은 최장 장마를 지나며 배추는 비쌌고,

그나마 김장배추가 비쌀 거라 예견하고 너도나도 심어서 내려간 가격.

어르신 댁이 농산물시장이랑 가까워 그곳에서 배추를 샀다.

너무 큰 건 일하기 힘도 드니 적당한 크기로.

배추가 귀하다 해도 얼마전 하얀샘이 부려준 열 포기를 더하면 70포기.

적게 한다 한다 해도 또 작년만큼은 하네.

 

어른을 모시고 오게 되니

그 차에 실리는 것들이 많다.

반찬이며 건어물에서부터 밭에서 기른 것들까지 두루. 산에서 거둔 것들도 담긴.

지난겨울계자에서도 당신 주셨던 도토리가루를 묵으로 잘 해먹었다.

올해도 도토리가루가 왔다.

심지어 배추 속 양념거리도 죄 준비하셨더랬네.

이렇게 수월하게 하는 김장이라니.

 

햇살 사라지기 전 서둘러 배추를 쪼개고 절이고.

밤에 한 번 뒤집을 것 없도록 하자 해놓고도

밤이 되니 내려가서 뒤집자는 어르신.

절이는 게 김장의 다라며 켜켜이 다시 소금을 쳐다한다고.

대처 식구들이 막 닿아 할머니 계속 주무시라 하고 같이 가자고들 나섰다.

나는... 잠을 거두고 일어나시는 어머니 나서시기 그러려니 보고 있었더라지.

어른들은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사는 줄 아이 마냥.

... 이 나이도 엄마 힘든 줄 잘 모르는 딸이라.

겨울에 얼음물에 손을 담그며 괜찮다는 그 손을

아린 줄 잘 모르는 그런.

울 엄마는 생선 대가리 좋아한다고 에미 앞으로 그것만 밀어준다던 자식들처럼.

마음 싸하고,

오자마자 그 밤에 나서는 식구들이, 아들이 고마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476 2020.12. 7.달날. 흐림, 절기 대설 옥영경 2021-01-09 375
5475 2020.12. 6.해날. 맑음 / 인연이 인연을 불렀다 옥영경 2021-01-09 352
5474 2020.12. 5.흙날. 흐림, 그래도 볕과 바람이 드나든 / 김장, 그리고 ‘씨 할 사람!’ 옥영경 2021-01-09 343
» 2020.12. 4.쇠날. 맑음 / 배추 절이다 옥영경 2021-01-09 352
5472 2020.12. 3.나무날. 흐림 / 블루스크린 옥영경 2021-01-09 362
5471 2020.12. 2.물날. 해 / 그대에게 옥영경 2021-01-08 326
5470 2020.12. 1.불날. 맑음 / 은행나무와 공룡과 같이 살았던 나무 옥영경 2020-12-24 401
5469 2020.11.30.달날. 맑음 / 그가 새벽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옥영경 2020-12-24 363
5468 2020.11.29.해날. 맑음 / 올해도 겨울이 있고, 겨울에는 겨울계자가 있다 옥영경 2020-12-24 343
5467 2020.11.28.흙날. 대체로 맑음 옥영경 2020-12-24 364
5466 2020.11.27.쇠날. 흐림 옥영경 2020-12-24 432
5465 2020.11.26.나무날. 차는 달이 훤한 멧골 옥영경 2020-12-24 355
5464 2020.11.25.물날. 맑음 옥영경 2020-12-24 327
5463 2020.11.24.불날. 맑음 옥영경 2020-12-24 294
5462 2020.11.23.달날. 맑음 / 논두렁 명단 정리 옥영경 2020-12-23 399
5461 2020.11.22.해날. 흐림 / 아직도 겨울계자 공지를 올리지 못하고 옥영경 2020-12-23 327
5460 2020.11.21.흙날. 가끔 햇살 / 꽃과 탱크 옥영경 2020-12-23 387
5459 2020.11.20.쇠날. 살짝 살짝 해 / 밝은 불을 확신하지 말 것 옥영경 2020-12-23 336
5458 2020.11.19.나무날. 비 옥영경 2020-12-17 350
5457 2020.11.18.물날. 흐리고 바람, 밤새 주룩거린 비 / 청년기본소득, 누가 지지하는가? 옥영경 2020-12-17 3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