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쳤다.

새벽에 눈이 많았다. 산마을을 덮었고, 운동장에 역시 두텁다.

눈 멎은 아침에 나서니 발목이 빠졌다.

아침 7시 영하 11도를 가리키던 기온은 낮 최고기온도 영하 9도 이상을 오르지 못했다.

9시 영하 13도로 내려가는 걸 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대처 식구들이 들어오기로 한 연말이나

꽁꽁 언 멧골로 들어오기 어려울 듯하여

내일들 오기로 하다.

눈을 쓸었다. 오후에 다시 눈 날렸다...

 

물꼬 가마솥방 싱크대의 부착용 플라스틱 수세미 거치대는

20년도 넘어 된 물건이다.

가끔 다이소며 장을 갈 때면 거치대를 흘끔거리거나 만지작거렸다.

깨진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오래 써서

아무리 윤나게 닦아도, 표백세제를 써도 매직을 그어놓은 것처럼 얼룩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게 몇 천 원씩 하는 것도 아니다.

대개 1~2천원, 철제라면 조금 더한 가격.

그런데 결국 돌아서고 만다.

가끔은 좀 더 때깔스럽게 살고 싶어서 새로 사고 싶은 유혹을 또 느끼고는 하지만

아직 그것은 그 자리에 있다.

 

가마솥방 청소용 싱크대 아래에는 빨간 플라스틱 작은 들통이 있다.

음식물찌꺼기를 담는 통.

윗부분이 다 깨져 너덜거리는 천 같다.

그게 돈으로 따지자면 얼마나 할 것이냐.

하지만 오늘도 깔끔하게 빡빡 닦아 다시 놓였다.

찌꺼기 통이라고 자주 그러지야 않지만.

 

물꼬에는 설거지를 한 그릇을 받치는 플라스틱 광주리(식구들이 많을 때도 있으니 커다랗다)

오래도 썼고 빛도 바랬고, 그 또한 깨졌다.

어느 날 그걸 두어 시간 꿰매고 있었다.

강의를 나가서 한 시간에 얼마쯤의 강사료를 받는 것으로 내 시간 값어치를 따지자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동이다.

이 모든 까닭은 돈을 아끼려는 알뜰함보다

버리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우리가 버리는 그 많은 플라스틱을 다 어떡한단 말인가.

물론 모든 면에서 물꼬가 이리 사는 건 아니다.

그리 살 수도 없고. 그리 엄격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

그 물건들을 밖에 내놓는다고

어떠한 사람도 그걸 다시 쓰겠다 가져갈 수 있는 정도의 상태가 아니기에

물꼬를 떠나는 순간 쓰임 없이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물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것들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그래왔지만 최근 가장 큰 관심사라면 쓰레기다.

이 많은 쓰레기를 어쩌나, 날마다 걱정이다. 사는 일이 쓰레기 낳는 일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쓰레기 더미에 묻히고 말 날이 불과 멀지 않을 것.

(그때도 취약계층으로 불이익은 더 몰리겠지.)

2018년에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뒤로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시스템이 충격을 받고 있다.

재활용 시장이 침체되고 가격이 떨어지고 관련 민간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돈이 되지 않는 재활용품은, 비닐 같은, 그들이 가져가지 않는다.

2019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쓰레기 산이 발견된 건 그 같은 이유가 컸을 게다.

2020년 코로나로 일회용품 사용은 더욱 많아졌다.

5년 후면 수도권 3-1 매립장이 다 찬다 하고, 현재 2025년까지만 허가돼 있다고.

2050년까지 사용할 부지가 있기는 하지만 법적 사용기한 5.

 

종이라고 다 재활용이 되는 것도 아니다;

비닐코팅종이, 쇼핑봉투, 영수증, 배송장, 종이호일,기름종이 명함 책표지 종량제봉투...

유리라도 거울은 재활용이 안 되고 깨진 것도 안 된다.

플라스틱은 부피가 아주 적으면(라이터 같은) 재활용 선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버려지고,

멜라민 소재 식기류처럼 녹지 않는 것도 안 되고 고무도 안 되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산자부터 쓰레기 없는 제품을 만들도록 소비자가 요구해야.

기업에서 몇 겹 비닐 싸서 팔면 아무리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한들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순환경제로 가려면

불필요하게 재고가 없도록 낭비 없는 생산이어야 하고,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 일회용을 없애고 재사용에 대한 기반이 있어야 하고,

재생원료에 의존해야. 탄소 중립 사회가 그거 아닌가.

기후위기 앞에 성공의 열쇠는

에너지전환만이 아니라 물질전환도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함.

화석연료에 기반한 물질의 사용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이고, 플라스틱 태우는 것도 줄이고!

(자료: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자에서 가는 산오름처럼

코로나 상황에도 여전히 계자를 하려니 하는 샘들도 있고,

처음 합류하는 걱정 섞인 샘들의 질문도 있었다.

다른 기관들은 행사들을 취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혹시 물꼬도 취소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코로나 19 확진자 수와는 관계없이 계획된 대로 운영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부모님들도 부모님들이지만 샘들도 걱정 많을 테다.

이제쯤은 (주관처에서) 뭔가 정리를 해야지 않을까.

한편 이 과정들은 나 스스로에게 자유학교 물꼬에서는 왜 계자를 하려는가,

여태껏 계자에서 한 것은 무엇이었던가를 돌아보게 하고 묻게 한다.

더구나 이 상황에서 하려는 건 또 왜인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00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460
6599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160
6598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792
6597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427
6596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313
6595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257
6594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236
6593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225
6592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192
6591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153
6590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131
6589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23
6588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3993
6587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03
6586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567
6585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02
6584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494
6583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441
6582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380
6581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3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