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기온이었다.

눈바람 몹시 불어댔다.

찬 하늘을 가르고 해가 났다.

정오 영하 7도인데도 볕 아래라고

북풍이 닿지 않는 남쪽을 향한 벽 앞에서는 따숩게 느껴졌다.

고마웠다.

 

실제 새해 첫 날 평일이 14일부터이니

학교 화재보험 갱신이며 서둘러 챙겨야 할 교무실 일 몇 가지 하고 있을 때

한해 마감 날을 멋지게 장식해준 소식들이 쏟아졌다.

대학합격통지를 받고 준 소식, 기뻤다.

초중고를 계절마다 이곳에서 보낸 아이 하나가 무사히 뜻하는 대학을 들어간다.

애썼을 것이라. (그런 결과에 이르러) 고마웠다.

달포 위탁교육을 하고 떠난 한 친구네서

계자에서 먹을 유기농쫀드기며 수제초코파이며 택배로 보냈다는 소식.

함께 보내는 동안 좋은 도반이었고 동지였고 벗이었던 그 아이로

내가 더 힘이었을 시간인 걸.

 

해가 났던 아침이었는데, 오후 또 눈날렸다.

가마솥방에서 재봉질을 했다.

차를 마시듯 안에서 소일하는 시간이 좋았다.

대처 식구들이 들어왔고,

스물이 한참도 넘은 아들이 어린 날처럼

운동장 눈을 긁어 이글루를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는 각을 지게 해본다지.

벽체를 다지고 있었다.

달골에서 내려오며 쓸었던 눈이더니

식구들과 올라가며 또 쓸었더랬다.

눈이 멎은 밤, 달이 훤했다.

마지막 날 물꼬로 전해온 인사들이 이어진다.

계자 부모로 맺은 인연으로 시작해 상주하는 식구들 못잖게 드나드는 이가

올해도 무탈하고 건강하란다.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세 해나 소식이 드물었던 품앗이샘,

새해에는 얼굴보고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해진다.

긴 방황과 성장통을 겪고 그간 물꼬에서 멀리 떠나있던 청년이

새해에는 인사를 들어오겠다는.

올 한 해도 당신 마음에, 아이들 성장 곁에 큰 나무로 서 있어주어 감사했다는 인사,

1월 계자에서 만나 손 꼭 잡아볼 수 있게, 그 힘으로 새해를 다시 살아보고 싶다며

올해 쏟아준 사랑과 정성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간식거리를 보냈다는.

당신 학급 아이들과 함께 2011년 한 학기를 이곳에서 보낸 샘의 문자도 있었다.

때로 만나고 때로 헤어지면서, 그러나 만날 이들은 또 만나고 하며 생이 가더라.

연말을 같이 보내기 위해 대처식구들도 들어왔다.

 

계자에 한 아이가 신청을 했다.

그네에 답글을 달며 그것이 모두에게 들려 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계자 관련 누리집에 글 하나 올리다.

지난 26일과 27일 겨울 청계를 무사히 마친 이야기로 시작해

초등 계자도 일단 열기로 한다고.

물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해서가 아닙니다.

강행한다기보다 당면한 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삶은 계속되지요.

우리는 여전히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학교 등교가 멈추어도 긴급돌봄이 돌아가듯

물꼬는 물꼬의 일을 해나가고 있는 거지요.

아이들에게야말로 절실하게 대면수업이 필요합니다!

올 한 해의 피로감을 피해이곳에서의 시간이 더욱 필요하지 않나도 싶습니다.

이곳에 모이기 위해서도 각자 최대한 조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곳은 사람 흐름이 거의 없으니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

특히 계자 동안은 철저하게 교문을 닫아걸 거다,

이런 생각들이 밑절미에 있답니다.’

 

물꼬가 해온 계자를 돌아보다.

물꼬 일정의 장점 하나는 참가자가 하나여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경제적수익성으로 일정을 하고 말고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

상주하는 이고 모이는 이고 모두 자원봉사로 움직이니

인건비에 매이지 않고 계자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만 집중하면 된다.

계자는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 농을 할 만치

어른들에겐 기꺼이 자신을 쓰며 성장하는 시간이고

아이들에겐 집을 떠나또 도시를 떠나 한껏 자신을 자유롭게 고양하는 시간이 된다고들.

같이 쉬고 놀고 생각하면서 다음 걸음을 디디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날들이랄까.

사람이 너무 편안하게지나치게 많은 걸 누리고 사는 시대,

보다 원시적인 공간에서 우리들을 단련해간다.

그래서 너무 고생스러워서 이제 그만할까 하다가도

우리는 다음 계절에 다시 계자를 하고하고해왔더랬다.

‘1 10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다시 또 소식 드리겠습니다.’ 했다.

 

이 겨울도 계자로 아이고 어른이고 한 힘 되면 좋으련.

우리 그럴 수 있을까...

 

식구들과 곡주도 마시고 음악을 크게 들었다.

멧골의 밤이 곱다.

올해는 물꼬도 재야의 종소리를 놓았다.

샘들이며 해넘이와 해맞이를 보내려 들어오는 이들과

학교 본관 중앙현관에 한 줄 길게 늘어서서 우리도 종을 치며 노래 부르는 그믐 밤.

코로나19로 멈춘 종각 재야의 종소리처럼

우리도 조촐하게 식구들끼리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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