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8.쇠날. 맑음

조회 수 129 추천 수 0 2021.01.19 23:35:48


 

영하 21도의 간밤이었다.

그제 밤새 내린 눈이 어제 종일 10cm로 쌓였고,

그래도 볕이 좋아 눈을 쓴 곳은 듬성듬성 녹았다.

달골 오르내리기 어렵지 않았던.

장갑을 끼고도 손은 시렵더라만.

 

학교 마당은 아직 이글루가 녹지 않고 있었다.

섣달 그믐날에 하다샘이 만든.

석탑의 보주처럼 올려놓은 동그란 눈덩이도

마치 가운데 심이라도 박은 양 이음새가 거의 다 녹았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에 갇혔다 이틀을 거르고 내려간 학교에서는

그래도 우편물이 닿고, 습이들이 짖고.

돌보지 못한 사이 쌓인 똥들부터 치워주었다.

오늘은 둘이서 같이 해!”

둘을 함께 산책 시키겠다는 말이었다.

번번이 엉겨서 피터지게 싸워대서 따로 시킨 지 오래.

같이 하는 건 절대 못하겠다고 가습이가 뻗대기도 해서 할 수 없었던.

그래도 가습이는 곧 죽어도 진 걸 인정할 수 없어서

제습이와 가까워지면 그를 향해 으르릉대기는 했더랬지.

오늘도 같이는 안 하겠다고 운동장으로 내려서는 계단을 안 내려오겠다는 걸

살살 달래 내려는 왔는데,

어쿠, 또 둘이 돌계단 아래 수로에서 뒤엉키고 말았다.

얼른 학교아저씨를 불러 가습이의 줄을 넘기고

제습이를 다른 쪽으로 끌었다.

전 같으면 절대 사람의 힘으로 뗄 수 없었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싸움에 들기 전이어서였는지,

적당히 습이들이 서로 힘을 빼주었던 것인지 곧 떨어졌다.

핑계로 떨어져준?

가습이는 학교 가장자리를 돌아라 이르고,

제습이는 학교 밖으로 돌며 아주 혼을 내켰다.

묵직한 제습이는 궁시렁궁시렁댈 줄도 모르고.

둘을 각각 묶어준 뒤 가습이한테도 왜 자꾸 싸우려 드느냐 야단을 치는데,

같이 산책 안 간다고 했는데 왜 데려 갔냐고 구시렁거렸더라는.

그러게. 미안했다. 이제 다시는 둘을 같이 끌고 가지 않겠다.

 

바람까지 거센 아침은 체감온도가 30도에 이르렀다.

서울은 2000년대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었다 하고,

광주와 전주는 각각 50년과 60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라고.

다음 주 초까지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어진다는,

평년보다 5~10도가량 낮겠다는 강추위.

제주 울릉도 호남 서해안은 모레까지 눈이 더 오겠다 하고

제주 산지는 예상 적설량이 30cm이상일 거라고.

온난화가 이런 것인가,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 인류에 끼칠 문제로 걱정스러워도

당장 살기는 좋았던 지난겨울이었다.

그런데 온난화는 따뜻하게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이 한파는 열대 바다의 라니냐현상과 북극발 한기 때문이라고.

적도 동태평양과 태평양 중부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은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을 몰고 오는.

그러니까 서쪽 고기압과 동쪽 저기압 사이에 한반도가 끼어있게 됐고,

그 사이로 북풍이 쏟아지는 통로가 되었다는.

북극발은 북극얼음이 녹아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북극의 한기를 중위도까지 몰고 왔다는.

북극의 해빙은 해양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열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해서 얼음이 줄고 고온 현상이 나타나 대륙고기압을 만들고

그것이 강하게 확장돼 차가운 북서풍을 몰고 왔다 한다.

이 시대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런 게 아닌지.

코로나19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쓰레기 문제는 더욱 위기인데

그 위기가(늘어난 일회용품 사용이며) 인류에게 코로나의 확산세를 막고 있는 역설이라니.

하려는 말은,

늘어나는 쓰레기가 당연하고 환경과학자들이 해결방안을 내놓을 지라도,

인류는 그래도 나아간다고 믿는 낙관주의와 이렇게 가면 끝이라는 비관주의 사이에서

개인의 각성과 그 각성마다 화들짝 놀라서 애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

쌓고 모으는 게 더 일이라고 때로 종이박스를 태우기도 함을 반성하는 오늘.

 

이 혹한에 LG그룹 사옥에서는 청소노동자 서른 명이 24일째 농성 중.

작년 말 갑자기 해고된 이들은

(해고 주체사는 LG 계열사 건물을 거의 다 도맡아 관리하는 LG 구회장 고모 둘의 소유.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회사 순이익이 45억 원인데 이 소유주들이 배당으로 받은 돈이 60억 원.)

건물 출입이 통제돼 열흘째 나오지도 못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측은 전기를 끊고 도시락 반입을 막고.

미미하나 불매운동이 이들에 대한 지지이겠다.

 

오늘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하위법령에 따라 적용범위는 달라지겠지만 안전보건에 미치는 변화는 클 것.

산업현장에서 떠난 우리들의 아버지와 남편과 동생과 누이와 아들들, 딸들을 추모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515 2021. 1.14.나무날. 해 옥영경 2021-01-27 139
5514 2021. 1.13.물날. 맑음 옥영경 2021-01-27 104
5513 2021. 1.12.불날. 해 난 아침, 펑펑 눈 내리는 밤 옥영경 2021-01-27 110
5512 2021. 1.11.달날. 흐림 옥영경 2021-01-27 107
5511 2021. 1.10.해날. 해 옥영경 2021-01-27 96
5510 2021. 1. 9.흙날. 맑음 옥영경 2021-01-27 98
» 2021. 1. 8.쇠날. 맑음 옥영경 2021-01-19 129
5508 2021. 1. 7.나무날. 밤새 눈 옥영경 2021-01-19 106
5507 2021. 1. 6.물날. 흐려가다 밤 눈 펑펑 옥영경 2021-01-19 104
5506 2021. 1. 5.불날. 흐림 옥영경 2021-01-19 98
5505 2021. 1. 4.달날. 해 옥영경 2021-01-19 96
5504 2021. 1. 3.해날. 맑음 옥영경 2021-01-19 97
5503 2021. 1. 2.흙날. 눈 사이 사이 해 옥영경 2021-01-19 100
5502 2021. 1. 1.쇠날. 눈발 사이 잠깐 해 / 연대의 길을 찾는다 옥영경 2021-01-18 122
5501 2020.12.31.나무날. 해 짱짱한 낮, 늦은 오후의 눈발, 그리고 훤한 달 옥영경 2021-01-18 102
5500 2020.12.30.물날. 갬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 옥영경 2021-01-17 107
5499 2020.12.29.불날. 눈 날리는 저녁 옥영경 2021-01-17 102
5498 2020.12.28.달날. 살짝 흐린 속 가끔 해 옥영경 2021-01-17 102
5497 2020학년도 겨울 청계(12.26~27) 갈무리글 옥영경 2021-01-15 117
5496 겨울 청계 닫는 날, 2020.12.27.해날. 흐리다 살짜쿵 비 지난 옥영경 2021-01-15 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