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3.물날. 맑음

조회 수 124 추천 수 0 2021.01.27 23:47:10


 

눈 덮인 아침.

볕이 좋아 눈은 쉬 녹고 있었다.

 

본관 복도를 걷고 있었다.

하나도 안 춥네.”

호되게 추위 지나니 이쯤은 봄날이다.

한낮 기온도 마침 영상으로 올랐지만,

비워두었던, 온기 없는 북쪽 복도는 영상인 적이 없는 것 같은 공간인 걸.

 

영하 21도의 대해리 밤에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던 혹한 속 사고는

나흘만에야 해결되었다.

아직 온전하게 다 덮지 않은, 암모니아가 아직 차 있지도 않은 정화조가 얼고,

들어가는 쪽도 나가는 쪽도 그야말로 꽝꽝꽝 얼었던.

이틀은 정화조 얼음 위로 연탄을 넣어 녹히고,

다음 날은 정화조 들어가는 쪽 배관을 해빙기로 녹이고,

오늘은 정화조에서 나가는 쪽 배관을 중간에 자르고 얼음을 다 깨고 다시 연결,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에는 단단히 여며 주었다.

제대로 된 상황종료는 봄이 와야 하겠지만.

하얀샘이 애 많이 썼다. 건진샘도 와서 도왔다.

계자 앞두고 긴장기인데, 고생들은 해도 일이 해결되니 다행하고, 고맙다.

그런데 청소용 싱크대 쪽은 괜찮은데, 설거지용 싱크대는 왜 수돗물이 쫄쫄거리지?

며칠 전부터였다.

부엌 안인데도 식용유며들이 얼어서 뻑뻑한 며칠 추위였으니.

벽 쪽으로 지나는 수도가 얼어 그렇겠거니 하고도 나아지지 않아

오늘은 해체하니 이런! 수전 안 고무호스가 꼬였네.

당장은 청소 쪽 싱크대의 수전을 옮겨 쓰고 있다.

, 이 문제도 해결.

들어오는 손 편에 수전도 사오라 하고 연결도 해야겠지만.

 

잠깐 머잖은 한 중학교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요새 곳곳에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한 기숙형 중학교들이 있지 않던가.

어마어마한 시설에 놀랐다.

그런데 온기(단순한 기온의 얘기가 아닌 줄 아시겠지)는 덜 느껴지는.

아이들의 말에서도 그렇듯 아이들이 쉴만한 공간에 대한 배려도 부족한 듯 보였다.

예컨대 교사 카페는 있는.

웬만한 공간들이 잠긴 곳들 많았다,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도.

부자가 되면 지킬 게 많아지는 그런 풍경.

나는 빨리 물꼬로 돌아오고 싶었다.

, 거기서 몇 해 전 가르쳤던 한 친구가 인사를 했다.

물꼬의 오랜 시간은, 어디 가면 그렇게 아이들을 쉬 만나게 되는.

 

2011년 다른 대안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이동학교 수업을 물꼬에서 했다.

그때 담임을 맡았던, 그래서 그야말로 동고동락했던 깜신샘이 다녀가다.

고맙기도 하지, 땅땅 얼어 사람 오가기도 쉽잖더니

, 깜신샘 잘 다녀가라 이 푹해진 날씨 좀 보라지.

그나저나 시간이 퍽 많이 지난 옛일이네.

그래도 어제처럼 만났다. 같이 진하게 부대낀 시간이 있었으니.

아무리 맛난 게 있어도 밖에서 먹는 밥이 편치 않은 요즘.

게다 물꼬는 영혼의 밥집에 가깝지 않던가.

식당에서 밥을 대접하고 싶어하는 걸 물꼬에 들어와서 먹자 하였네.

열 가지는 족히 들어간 국물을 내 국수를 말았다.

화사하게 고명도 얹고.

마침 아이들 뒷간 너머 언 곳을 수습하던 손들도 때맞춰 일이 끝나고

여유로이 차도 달였다.

아침뜨락도 걷고 돌아왔다.

그 시절 물꼬가 짊어진 관계의 무거운 짐도 하나 있었는데,

그를 기대며 힘이 많이 되었던 시기였기도.

최근 서로의 관심사(교육 영역)에 공유점도 많았고,

움직임도 목공이며 숲학교며 접점이 많아 또 재미난 일들을 도모할 수 있을.

당시의 희영샘도 연락이 오갔다.

곧 물꼬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계자는, 계자를 준비하는 샘들만이 아니라 이웃 사람들이며

바깥의 여러 사람들이 손발과 마음을 보탠다.

이 일을 우리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멀리서 과일을 보내고, 주전부리거리를 보내고, 김이며 두고 잘 먹을 반찬들을 보내고,

핫팩을 보내기도 하고 약품이 오기도 하고.

그러면 이 열악한 곳에서의 지난한 고단이 그만 화아 하니 퍼지듯 묽어지면서

저 아래서 감동이 밀려 올라온다.

오늘만 해도, 이번 계자만 해도

벌써 사람들이 밖에서들 힘을 보탠다.

며칠 전엔 휘령샘이 오는 걸음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오겠노라 일러 달라는 문자를 보냈고,

오늘은 수진샘이 요즘 코로나와 눈길로 택배가 늦어져 조금 일찍 과자를 택배로 보냈다며

유기농 식품 매장에서 우리밀 과자들이며 며칠 내 갈 거라고 연락을 했다.

애 보내, 등록비 보내, 반찬 보내, 게다 이런 것들까지!

이렇게들 내놓으니, 함께 저 사람들이 있구나 싶으니, 물꼬 일이 어찌 신명이 안 나겠는지.

고맙습니다, 모다!”

 

이번 계자는 준비위모임이 따로 없다.

유정샘과 유진샘이 계자 준비를 도우러 오겠다고도 했고,

태희샘도 한 사흘 손발 보태고 돌아간다 했더랬고,

도저히 손발이 모자란다 싶으면 계자의 품앗이샘을 부를 수도 있으나

요새는 여기서 더 많이 움직여서 샘들 고생 좀 덜 시키자는 생각도 크고,

(왜 아니겠는가, 샘들은 또 샘들 삶 안에서 각자의 일들로 얼마나들 고단할 텐가.)

가장 큰 까닭은 코로나19.

미리모임부터 모이는 것도 날이 좀 서는데,

더 이른 시간부터 우리가 그럴 게 아니네 싶어.

하여 167계자는 모두 미리모임을 시작점으로 잡았다.

그러자니 상주하는 이들 걸음이 더 재다.

오늘은 부엌 선반의 그릇들을 뜨거운 물로 다 부신다.

여름 아니나 겨울 장염이라고 없던가. 쌓인 먼지도 먼지고.

서랍도 뒤집어 정리하고,

커다란 설거지 그릇 소쿠리며도 박박 문질러댄다.

사실 온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일. 보이자고 하는 일도 아니고.

하지만 일을 하는 자신은 알지, 아암!

 

아무리 준비를 해두어도 일이 몰아치는 때다.

하기야 청소란 게, 이 너른 살림의 일이란 게

일찍부터 하면 하는 대로 줄줄이기는 하니.

이른 저녁 밥상을 물리고 난로에 연탄을 갈고,

영하 10도로 떨어질 땐 학교 뒤란 화목보일러에 불을 땐 뒤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가는 겨울인데

이제 그만, 이제 그만 하면서도 또 손을 대고 대고,

그나마 억지로 접은 게 밤 9시가 지난.

그제야 어둠을 가르고 달골로 걸어 올랐다.

달도 없고 별빛도 흐린 밤이었다.

 

노래방 헬스장 다음주 문 연다.. 16일 집합금지 완화방안 발표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11217494046482&outlink=1&ref=https%3A%2F%2Fsearch.daum.net

정부가 오는 16일 헬스장,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의 집합금지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정 여부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400~5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감염경로 불명 환자 등 위험요인도 여전해 단계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

  

이건 너무나 무모한 여정이 아닌가 계속 곱씹고 있는 계자 일정이었는데,

이런 기사로 그나마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면도 있다.

내일은 계자에 대한 최종 통화들을 하기로 했다.

여행자보험도 글집도. 이건 밖에서 하다샘이 돕기로 했네.

167계자는 열릴 수 있을 것인가,

달골을 홀로 걸어 오르며 수십 가지 가능과 불가능을 가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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