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 아침 7, 영하 5.

 

학교아저씨는

교무실 앞 꽃밭 너머 포도나무 둘레들의 낙엽을 긁고 돌멩이들을 주웠다.

하얀샘은

중앙 현관문을 고치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손을 보았지만

아직 원활하지 않다.

 

택배가 왔다. 아직 2월 어른의 학교가 이어졌달까.

재훈샘이 사준 커피내림기(드리퍼)가 왔다. 종류가 다른 두 개가 다 들어왔다.

오래 전, 재훈샘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고 물꼬에 올 적 뭐라도 사오겠다 해서

화장지를 들고 오라 했더랬다.

그것 말고도 차에 가득 싣고 왔던 것들,

그 꾸러미들을 잊을 수가 없다.

다섯 살 아이가 자라 스물이 넘고 밥벌이를 하고 서른이 되었다.

제 키운 곳들 가운데 한 곳이라고 첫 월급에 부모 사준다는 내복처럼 들고 왔던 꾸러미.

기표샘이 직장을 잡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필요한 걸 사 주겠다 해서 인사동에서 풍경 하나 사달라고 했다.

그렇게들 자라 훌륭한 청년들이 되어 곳곳에서 제 삶을 견실하게들 꾸리고,

심지어 물꼬 살림까지 보탠다.

고맙다.

 

오늘 호흡명상에서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고요가 말하다> 가운데 한 구절을 읽는다.

늘 하는 일이나 늘 어렵고,

늘 하나 자주 잊는.

 

네 호흡을 알아차려라.

그것이 어떻게 너로 하여금 생각에서 떠나 네 안에 있는 공간을 의식하게 도와주는지

눈여겨보라.

 

호흡의 감각에 집중하라. 몸으로 드나드는 공기의 움직임을 느껴보라.

들숨과 날숨에 따라서 가슴과 복부가 어떻게 부풀고 꺼지는지를 지켜보라.

단 한 번 마음 모아 호흡을 지켜보아도

기계처럼 흐르던 생각과 생각 사이에 공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깨어있는 연습을 하루에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네 삶 속으로 공간을 불러들이는 훌륭한 방편이다.

도반들과 함께 두 시간쯤 호흡 명상을 계속한다 하여도,

네가 알아차릴 수 있고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들숨 하나와 날숨 하나다.

나머지 호흡들은 너의 기억 아니면 기대, 달리 말하여 네 생각일 뿐이다.

호흡은 네가 일삼아 하는 무엇이 아니다.

그것이 일어날 때 네가 지켜보는 무엇이다.

호흡은 스스로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네 몸 안에 있는 지능이 그 일을 하고 있다.

네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지켜보는 게 전부다.

숨을 쉬는 데는 아무 노력도 필요치 않다.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호흡과 호흡 사이의 짧은 멈춤에도,

특히 숨을 내쉬고 다음 숨을 들이쉬기 전의 고요한 멈춤에도 마음을 모아라.

(...)

여기, 안에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의심됨을 의식하는 것이다.

나인 나”(I AM)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면서 거기에 아무것도 보태지 마라.

나인 나를 뒤따라오는 고요에 깨어 있어라.

어떤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너의 벌거숭이 현존을 몸으로 느껴라.

젊음이나 늙음, 부나 가난, 선이나 악 따위 어떤 찌지도 그것에 붙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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