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24.물날. 살짝 구름

조회 수 349 추천 수 0 2021.04.27 23:23:03


 

물꼬에서 스웨터로지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는데,

뭐 딱히 무슨 산장이 있는 건 아니고 커다란 소나무 가까운 곳의 공터다.

달빛 좋은 날 숲에 들어(이 역시 숲이랄 것 아니고 그저 야산) 명상하는 곳.

오늘 어린 소나무 하나 구한다고 그 언저리 갔다가

커다란 진달래 나무 앞에 섰다.

나지막한 진달래들만 보다가 깊은 산에서나 마주치는 크기가 놀라기 잠시

빙그레 웃음 번졌다.

멧골 긴 겨울이 비로소 지났나 보다.

 

사이집 남쪽 마당에 낮은 치자나무 하나가, 남도에서 열매 보는 것 말고 관상용으로 나온,

이 골짝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말라비틀어진 걸 보기 딱했다.

오늘 패 냈다. 뿌리는 살았더라. 남도 어느 댁에 줘보리라 한쪽에 잘 묻어두었다.

구덕을 파고 물을 흠뻑 채운 뒤

삽과 괭이를 들고 산에 들어갔다.

그렇게 캐온 소나무를 그 자리에 심고,

흙이 잘 안착하라고 꼬챙이를 쑤셔가며 물을 주었다.

다시 흙이 잘 내려앉은 뒤 흙을 더하고 다시 물 주었다.

제 흙을 잘 붙여왔고, 여기서 그리 머잖은 곳에서 옮겨온 것이라

사는 데야 어려움이 없겠지만

제 터를 옮겨왔으니 몸살 앓으리.

잘 살펴주어야겠다.

 

햇발동 남쪽 경사지 위의 수로가 문제 있었다.

물이 자꾸 밖으로 새어나와 언덕으로 물줄기가 생긴.

잘 살펴보니 시멘트로 만든 수로관 이음새가 아래 위 거꾸로 놓여 있었다.

전문가들이라고 한 일인데도 그렇다.

그걸 파내고 다시 돌려놓는 일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굴착기라도 들어올 때 하면 모를까. 그때라고 수월할 일도 아니겠다만.

삽으로 수로 안의 흙을 파냈다. 학교아저씨도 올라와 거들었다.

그걸로 훼손된 언덕 부분을 채웠다.

삽질을 종일 한다면 다시 하루는 몸져누울 판.

해서 오후 반나절만 하고 내일로 옮겼다.

농사철이 시작되면 어둡도록 일하기 일쑤인데

올해는 조금 느긋하게 움직이자고 마음먹었다.

 

글빚이 무섭다.

사학과 교수로 있는 벗도 올해는 내자던 책을 내년 말에나 낼 수 있을까 한다지.

성급한 감이 있으나

40여 일만에 책 하나 쓰자고 해놓고 절반도 더 그냥 흐른 시간이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쉬 잡히지 않는 글쓰기이다.

부담으로 잠만 온다. 아무렴 전업작가들도 그렇다는데 왜 아니겠는지.

책상 앞에만 있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일상을 잘 해나가면서 써보기.

 

지난해 냈던 트레킹기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 있다>의 출판사에서

오디오북으로도 내볼까 한다 연락이 왔다.

마다할 까닭이 없다.

당시의 계약서에는 없던 조항이었다.

곧 계약서를 보내온다 했다.

어째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날들이다 싶었다.

위로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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