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들어오는 아침이면 08시에 아침밥상에서부터 일정이 이루어지는데,

06시가 좀 지나 샘들을 깨웠다.

특별하지 않은 계자가 없었으나

168계자는 샘들의 움직임부터 또 특별해진다.

샘들이 아침뜨락에서 걷기명상으로 시작하였네.

날이 흐렸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하지. 해가 오르는 자리만 구름이 잠시 그쳤더라.

‘(...) 아침에 가보니 물기가 착 가라앉아 있고 서서히 해가 열리는 순간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계자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윤지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달골-아침뜨락; 풍향이, 풍경이 나를 깨워주었다.

으아! 계자 시작이다.’(휘령샘)

 

나머지 청소를 끝내고 정오 직전에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았다.

코로나로 영동역에서 모이든 시작이 교문에서 이루어진다.

모두 모여 인사를 나누는 일은 없다. 때는 코로나의 시절.

처음 온 여덟 살 세미가 배꼽에 손을 얹고 90도 인사를 한다.

물꼬에 아이들을 데려오시는 부모님들이 모두 친척? 오랜만에 명절에 만난 가족들 같은 느낌처럼 

처음 오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걱정하면 주변에서 서로 경험을 얘기해주시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근영샘)

들어온 차례대로 손소독과 체온체크,

지난 2주간 체크한 체온기록지 그리고 PCR(감염된 세포에서 바이러스 자체를 검사) 기록을 제출하다.

계자 직전 모든 구성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오기로 했던 것.

당연히 음성인 이들만 모이는.

그런데 한 친구가 못하고 왔다.

역시 못 받고 온 두 친구는 지난 2주간 체온기록지는 이상이 없었다.

다행히 진단키트를 마련해두었다.

도윤 정인 채성은 키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둠방에서 같은 방향을 보며 낮밥을 먹었다.

셋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내는 동안에도 내내 그럴 것이다.

 

계자 준비물에는 밑반찬이 들어있다.

얼마나 풍성하게들 싸주셨는지,

주로 커다란 김치통에 넉넉하게, 태양네 서윤네서 지율네서도, 세영네 세준네서도.

윤수네 동우네서 물꼬 밥상에서 드문 닭다리를 바로 조리할 수 있게 보내주기도.

도윤네 정인네서는 감자를 박스째 들여주었다.

심지어 지윤네는 떡볶이를 냄비 째 넘겨주셨네.

집이 가까우니 좋네요.”

먼 곳의 윤호샘이 그랬지. 지윤네는 이웃 옥천인.

 

안내모임’.

처음 온 아이가 열다섯 가운데 둘이라 그런 지

벌써 알아서들 큰 동그라미를 만들어 앉아있었다.

샘들이고 아이들이고 요새 물꼬의 교육일정들은 거의 철마다 하는 계모임 같은 느낌.

쌓아오던 우정을 더 깊게 나누는.

덥다고 아이들이 옷을 들썩였다.

그때 하늘이 시커매지면서 바람이 휘익 창문이 터질 세라 넘쳐 흘러 들어왔다. 

소나기를 몰고 오는 바람. 오는가 마는가 싶게 몇 방울만 지났지만.

, 절묘한 물꼬의 날씨라! 기온이 한풀 꺾였다.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의 학교인 물꼬를 소개한다.

경청과, 따뜻하고 또박또박한 말하기를 통해 서로 잘 소통할 것이다.

지내는 법이라면 간단하다. 자유학교 이름대로 자유롭게.

그럴 때의 자유는 사이좋은 자유, 배려가 있는 자유.

같이 살기 위한 기본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리하고 돌아보고 둘러보고 책임지기.

여름은 덥다, 겨울이 춥듯이.

불을 쓰는 가마솥방과 컴퓨터가 있는 교무실을 빼고 선풍기조차 없는 공간.

바람이 단 줄을, 그늘이 귀한 줄을 알 것이다.

그렇게도 시원할 수 있음을.

사람이 적당한 쾌적함을 넘어 지나치게 많이 쓰고 살았음을 돌아도 보겠지.

먼저 태어난 사람의 덕목으로 형님들이,

마찬가지로 먼저 물꼬를 다녀간 적이 있는 이가 새로 오는 이에게 좋은 안내자가 될 것.

 

다음에 할 큰모임 전에 이미 저들끼리 활동 돌입이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언제든 놀 준비가 되어있고,

물꼬는 그러기에 최적의 공간.

수행방에서 여자아이들 모두와 태양 현준 수범이며들이 그림판을 벌였다.

자기는 그림 잘 못 그린다면서도 곧잘 그려서 선물을 주는 지윤.

서윤이는 샘들 캐릭터를 수준급으로 슥슥,

귀에 쏙쏙 들어오게 눈앞에 상황이 그려지는 것처럼 말하면서.

관찰력이 뛰어난 듯한 세미는 과일 야채 풍경을 특징을 잘 잡아 그려냈다.

벌써 운동장에서는 형원이가 준비해온 배드민턴 라켓들을 들고 뛰고 있었네.

 

큰모임’.

지내는 동안 각자의 기록집인 글집 표지를 만드는 일부터.

표지를 채우는 시간은 결국 자신을 말하는 시간.

무엇을 좋아하는지며 자기 이야기들을 담았다.

'지금'을 그리고, 다른 이들도 담고.

태양이는 좋아하는 수박과(“태양이 덕에 수박 먹겠습니다.”) 케잌을 넣고,

유튜브 스타가 되겠다는 포부도 말하고.

현준이는 망친 그림을 오려서 외려 특색 있는 표지를 만들고.

외사촌인 서윤과 세미는 같은 핏줄이 맞나 보다. 그림을 어찌나 다채롭게 그리는지.

서윤은 나무를 도안용처럼 그리고 크레파스를 파스텔처럼 활용해 색을 입혔고,

세미는 무지개와 구름 셋을 담았다. 

윤호샘은 세미가 그려준 다양한 가지 그림을 덧붙였네.

세영은 웃고 있는 저 같은 하트를,

세준이 표지에는 피라미드가 있었지, 아마, 

도윤과 세준이는 서로를 담아주고,

채성이는 물꼬에서 만난 버섯과 노란 은행잎을,

지윤이는 이곳 풍경을 깔끔하고 담백하게, 

형원이랑 동우는 마치 저들 정신없는 움직임 마냥 마구 헝클어진 그림이...(거기에도 나름 질서가!)

이곳에서 친구가 된 정인이와 지율이가 다시 만나

물꼬의 큰 나무와 어몽어스 캐릭터를 표지에 담고,

샘들 뒷바라지;(생뒷)라고 쓰고 자랑했다.

, 도울 일 없어요?”

, 우리 이제 뭐해요?”

정인이와 지율이가 내내 달고 다닌 말이었다.

아이들이 또한 우리를 돌봐줄 것이라.

보는 데 그 다채로움에 흐뭇하고 재밌더라.

 

비어있는 속틀, 아이들이 이곳에서 하고픈 걸 말하다.

보글보글 해요.” “그래요, 합시다.”

물놀이 가요!” “그럼, 그럼!”

체육해요, 대동놀이!” “그래, 그래.” “달리기도 하고 축구도 해요.” “배드민턴도 해요.”

장작놀이 해요.” 비가 와도 할 판이다.

연극놀이 해요!” “, 합시다.”

산오름 가요.”

그냥 놀기!” “당장 하지요, . ‘한껏맘껏’!’

만들기!” “열린교실에서, 그것도 아니면 틈틈이 합시다.”

고급지게 고기 먹어요!” “그래, 고급지게 고기는 그대 제안에 먹는 걸로!”

수박 화채!” “.” “사이다 넣고요!” “, 넣읍시다.”

계자 일정 가운데 생일이 있는 지율이는

제 생일에 수박화채 먹으면 그게 생일 선물이지.” 그랬다.

 

한껏맘껏’.

여느 계자라면 마을로 나가 두멧길을 걸으며

우리가 지내게 될 공간을 가늠하고 익히는 시간.

코로나 때문에도 바깥움직임에 제약이 있다.

그렇지면 닫힌 교문 안에서도 얼마든지 걷고 뛸 수 있지. 충분히.

이곳에서 만나고 또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아이들.

이제는 계자가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슨 계모임 같다.

때건지기에서도 다른 때라면 아이들 사이로 샘들이 들어가 밥을 먹었을 것인데

저들끼리 한 덩어리로 차지해서 어쩔 수 없이 샘들끼리 먹는 일이 다 생겼다.

그렇다고 우리 끼리만이 아니라 처음 왔던 아이들도 쉬 스며

책방에서, 운동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자잘하게 얘기도 나누고

모두 다 같이 수건돌리기도 하고.

 

밥 준비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은...”

아이들이 밥 준비를 거들었다.

지윤이와 서윤이가 양파를 벗기고 마늘과 감자에 붙었다.

마늘장인 세영, 마늘회장 태양, 예비 새끼일꾼 채성, 전방위 일꾼 지윤이 마늘을 까고,

지윤 세미 지율 정인이는 감자 껍질을 벗겼다.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그들대로 책방에서 방에서 마당에서 놀고.

여기서 일하는 방식이라면 기꺼이 마음을 낸 사람이 하는.

맨날 하는 사람만 할 것 같아도 어느 날 마음을 내는 걸 배운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세미 지율 정인이가 피아노를 쳤다.

지율이는 이번에 밥상머리 공연을 하려나.

밥을 먹을 때면 밥상머리무대에 올라 콘서트를 벌인다,

이야기든 춤이든 노래든 악기든.

 

한데모임’.

말하지 못하는 이들과 손으로 대화하는 손말도 노래로 익히고,

무수한 노래를 부르고.

여느 1학년보다 몸집이 작은 세미는 그 작은 손으로 정말 열심히 따라한다.

내 얘기를 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의논하고 알리고.

배드민턴 준비를 해온 형원이,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같이 잘 쓰기로.

보드게임도 왔다. 물꼬에 장난감이 들어올 수 없는데, 몰랐단다.

그건 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물꼬에서는 물꼬의 특징이 있지 않냐, 그런 것을 쓰지 않고도 몸으로 또 직접 만들어서 노는데.

또 갖고 온 마음도 있지 않겠냐고.

그러면 우리가 아예 보드게임판을 만들자 한다.

그렇게 내일 할 열린교실의 내용이 정해졌다.

물꼬에서는 한데모임에서 오랫동안 신라의 화백제도를 연구하고 실천해왔다.

그 만장일치제는 단순히 거수를 통한 100%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아이들이 저들 일을 논의하고 결정해가는 과정이.

우리는 다투려고 한 게 아니라 의논을 하고자 한 것이니까.

그러면서도 물꼬가 만들려는 문화도 잊지 않는.

 

흐린 하늘, 별은 없어도 짧은 밤마실을 나갔다.

사람 말고 세상을 채운 소리도 듣고.

코로나 시국이 시국이라 낮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있으니 피하지만

이런 밤에야 우리들의 세상.

멧골 밤은... 칠흑 같았으나 눈부셨다.

서윤이가 손을 꼬옥 잡았다. 어둠 속에 있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그래서 가장 싫다고.

우리 어른들도 모두 어린 날이 있다. 어리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그러나 서서히 자라서 그 사실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겐 잊었던 시간을 되짚으며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온전히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시간에

마음이 어루만져지고 든든해질.

 

모둠 하루재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날마다 하루를 살고 그렇게 하루를 정리할 것이다.

, 태양이가 그랬단다, ‘옥쌤이 저희 학교에 오신 게 복이에요!“

(그네 학교에서 지난해 한 학기 특수학급 담임을 했다.)

서윤이도 제 가방들을 정리하는 시간에

옥쌤 책도 있고, 저희 학교에도 오셨어요!“하고 자랑을 했다지.

그래서 물꼬를 알게 되고 물꼬를 와서 자신이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새끼일꾼을 준비하는 7학년 채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일손을 많이 거들었다, ‘큰형님으로, 그야말로 뒷배로.

모둠방에서 아무도 밥을 먹지 않아 사용하지 않은 상을 미리 치우고,

부엌에서 마늘도 까고.

계자 가운데 생일이 있는 지율,

그러면 미역국은 그날 먹어야겠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니 찐감자라고. 그러면 그걸 쪄내야지.

그렇게 식단도 아이들의 의견들을 받아 채워진다.

물꼬 첫걸음인 제욱샘, 아이들이 , 처음 보는 샘이네요하며 인사를 건넸다.

저들이 물꼬를 잘 안단 말이지.

, 당신 물꼬 처음 오셨구먼, 뭐 그런.

물꼬는 애어른 서열보다 물꼬 짬밥 순이 더 세다.

 

남자방 여자방에서 샘들이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샘들은 하루재기를 위해 가마솥방에 모였다.

지낸 하루를 돌아보고 지낼 하루의 움직임을 의논하는.

첫날이라 애들도 어른도 서로 간보고 다음날 움직임을 잡아가기로.

좋다. 이 좋은 곳에서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더 잘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저 아이들을 잘 지켜낼까 하고.

 

절기는 참 기특하기도 하지.

입추라, 이 밤부터 잘 때는 문을 닫아야 한다.

가는 여름을 아이들과 같이 보내며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함께할 테지,

풍요로운 자연과 좋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둘러치고.

고맙다, ‘지금’ ‘여기있는 모두가.



관리자

2021.08.18 2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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