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고래방에서 샘들부터 몸을 풀고 티벳 대배 백배, 그리고 호흡명상으로 아침을 열다.

아이들의 하루를 모실 준비라.

오랜만에 대배로 시작하는 아침. 땀을 흘리며 시작하는 것이 뭔가 당연해진 것(?) 같은 느낌이어서 기분 좋은 고단함이었다.’(근영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정말 오랜만에 백배를 했다. 솔직히 지금 이 몸으로 백배를 해낼 수 있을까 했는데 숫자가 조금씩 밀렸지만 마음속으로 97을 세는 순간 끝이 났다. 숨은 차지만 상쾌했고 백배동안 흘린 땀은 시원한 아침 공기에 말라 전혀 찝찝하지 않았다.’(윤지샘)

대배 시작-체력이 떨어진 것을 느꼈다. 그래도 아이들과 우리 모두 잘 지도록 내 마음을 정돈하자고 다짐하며 대배했더니 끝나고 정말 개운했다.’(휘령샘)

 

아이들이 이어 들어섰다.

셋째마당으로 이루어진 아침수행;

팔단금으로 몸풀기, 호흡명상, 그리고 마당 열 바퀴 걷기(1km).

오늘은 네 동작만, 내일 둘을 더해 여섯 동작, 모레 다시 둘을 더해 여덟 동작,

한 동작을 여덟 번씩, 예순 넷을 바람결의 비단처럼 움직이는 남송 시대의 수련을 하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어느 아이의 잠꼬대로 배를 맞았다며

현준이가 운동장을 돌지 않고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침잠이 많은 현준이가 늘 빠져나가려고 내놓는 엄살 또는 수.

셋째 마당을 진행하는 휘령샘이 그걸 또 놓치지 않지.(내가 밥을 지으러 부엌으로 들어갈 때)

자꾸만 자꾸만 아이의 의견을 곧장 텍스트 그대로 곧장 듣지 못해서 괴로웠다.

현준이의 아프다는 말이 회피로 들려서 말이다.’(휘령샘)

우리는 많은 마음을 유예하고 살피고 보듬고 나아간다.

아이들이 성장하듯 우리 어른들 역시.

현준의 그 태도는 지난 4년간 누적돼 왔는데,

휘령샘은 그 시기 늘 함께 있었다.

그런데도 미움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훌륭하다. 이런 교사들이 물꼬에 동행한다.

어른들이 끈덕지게 그를 놓지 않고 살피는 동안

우리 현준이 역시 조금씩 이전으로부터 변화를 하고 있었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아침을 먹었다.

설거지가 또 생겼다.

우리 삶에 누군가는 이런 노동을 한다.

내가 하지 않지만 청소를, 설거지를, 빨래를.

이런 노동이 힘없고 못 배운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해내야 할 일이고, 또한 중요한 일임을 아는 계기라.

생애 두 번째 설거지를 한 세미,

다섯 개의 쟁반에다 두어 개를 더해 자기 몫을 하고 떠나다.

세영이도 그만큼 하고 나가려는데,

5학년이면 5학년의 생의 무게가 있지.

1학년 세 배는 해야지 않냐는 샘들 의견에 동의하며 더 하기로.

 

만남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친구가 되는 법도 그렇다. 그가 맞아들일 수 있을 때 다가가야.

운동장 가 돌계단 위 커다란 전나무 세 그루 아래에 진돗개 제습이와 가습이가 있다.

옛적 진돗개 장순이는 처음 보는 아이도 물꼬에 온 아이라면 바로 받아들였던 반면

습이들은 아직 어리고,

아이들이 오면 주인이 자신에게 소홀하니 아이들에 대한 질투가 심하다.

오늘 습이들한테 뭘 좀 주러갔는데,

뒤에서 형원이와 서윤이가 쑥 따라와 버린 것.

습이들도 놀랐지.

서윤이를 향해 가습이가 옷을 확 끌어당겼다, 물었다기보다.

아직 문 적 없고, 물 거라 생각은 않지만

나도 나 모르게 나를 보호하기위해 손을 휘두를 수 있는 것처럼

개들 역시 그럴 수 있잖겠는가.

그러다 힘 조절을 못하면 다른 이를 다치게 할 수 있을.

모두가 놀랐네.

상대가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충분히 살피며 다가갑시다!”

 

내가 즐겁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묻거나 살피지 않음,

성폭력의 핵심도 그거 아니겠는지.

내 즐거움 때문에 다른 사람의 뜻은 상관없이 행위 하는 건,

못 배웠기 때문, 알지 못하기 때문.

그렇다면 가르쳐줘야지.

한 사람을 왕따 시키고 그런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는 이가 있다.

아이가 문제이겠는가, 우리 어른들을, 사회를 본 대로 따라하는.

잘 가르쳐줘야지, 미처 그가 생각지 못할 수도 있으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사람의 마음을 키우기,

물꼬에서 우리 그거 한다.

정인 지율 지윤이가 처음 온 데다 어린 세미를 잘 데리고 다닌다.

인류는 싸우면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연대하면서 나아왔다!

 

손풀기’.

크게 그립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말없이 그립니다,

그렇게 시간을 안내하고.

말 그대로 손을 푸는 소근육 운동이고, 예술활동이고, 명상이고.

거참, 이런 걸 이리 재밌게 하다니!

하다보면 재미가 난다, 바로 그거.

아이들은 연필 하나로 가운데 놓인 물건을 제 스케치북에 옮기는데

침묵과 연필소리와 벌레들 울음소리가 창으로 밀려오고.

 

열린교실’,

이번 계자는 또 다른 계자.

여느 계자의 열린교실은 샘들이 마련한 교실이 열리고 아이들이 수강신청을 한다.

오늘을 위해 어제 이미 이 시간의 방향이 잡혔다.

보드 대(;vs.) 안 보드, 보드게임 만들기와 그것 아닌 교실로.

형원이가 가져왔던 보드게임을 보고 물꼬답게 우리가 직접 만들어 놀기로 한 것.

아이들은 교실에서 필요한 물건을 교무실 곳간으로 장을 보러 가고

그것은 다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제자리로 갈 것이다.

어른들은 곁에 있다가 아이들이 필요할 때 불릴 것이고.

 

보드교실은 여덟이 의견 분분하다가 다시 세 패로 나뉘었다.

사다리: 도윤 현준 세준.

열띤 토론 속에 현준이가 사다리 전체적인 틀을 그리고,

도윤이가 데코와 뱀그리기를, 세준이가 규칙을 만들었다지.

cm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줄을 긋고 계산적이고 체계적으로.

 

도둑과 경찰: 서윤 수범 세미

서윤 수범이 주도하지만 굳건하게 의견을 내는 세미였다.

목소리 큰 아이 둘도 죽이 맞으니 또 잘 되는구나고들 웃었다.

한명이 아이디어를 내면 좋다며 바로 수용하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게임이 되었다.

 

복권뽑기: 동우 윤수

윤수의 주도 아래

게임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친구랑 하는 즐거움으로 끝까지 신난 동우.

이거 끝나면 내가 먼저 치울게 하며 해맑게 마무리까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아주 높은 집중도를 보인 둘이라.

 

 

안 보드는 다시 교실이 갈렸다, 마늘과 바느질로.

가마솥방 일손 거들기와 헌 양말을 써서 바느질하기.

정인이는 빵 모양 인형을 만들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하트로 수정,

물꼬에 선물할 하트 벽걸이를 만들어 가마솥방에 걸었고,

태양이는 어몽어스 캐릭터를, 형원이는 칼을 만들고,

서윤이는 옷을 만든다는데...

세영이는 오던 날부터, 이전 계자에서도 그러더니 마늘을 끼고 앉아 아주 까기 장인이 될 판.

드나드는 사람들이 손 보태라고 한 대야 꺼내놓은 걸,

지윤이와 지율이도 마늘을 깠다.

 

동쪽개울’.

드디어 때가 왔다!

이 시간을 위해서 지난 6월부터 틈틈이 개울을 치고

거기 이르는 길을 닦고 풀을 매고.

6월 연어의 날엔 샘들이, 지난 주 청소년 계자에서는 형님들이 길을 쳤다.

엊그제 학교 안 식구들이 또 갈퀴로 길을 긁고,

나무들 덤불 사이 벌이라도 있을까 벌레 퇴치기를 뿌리며 점검도 하고.

아이들이 들어가기 직전 제욱샘 윤호샘 채성이며들이 다시 길을 치우러 다녀오고.

물꼬의 원래 수영장인 거인폭포는

규모로 보나 물 양으로 보나 여느 놀이공원 부럽잖다고들 하나

코로나19로 학교 밖을 나가 마을을 통과하는 것도, 뙤약볕에 꽤 걷는 것도,

또 새로 집이 하나 들어서며 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있었던 차.

마침 학교 동쪽으로 작은 개울이 흐른단 말이지.

 

수영복을 입고들 나섰다.

나름 초급 중급 고급 단계로 좇아가 개울이 떠나가라 신명이 났다.

아이들이란 얼마나 소박한 기쁨의 존재들인지를 보여주는.

작지만 깊은 고급 구간에서 바로 물싸움을 시작하더라.

보는 순간 그게 바로 신호였던 거라. 1시간을 넘게 지치지 않고 놀았다.

휘령샘이 전체는 보는 지킴꾼.

현준이가 추동하여 모두가 수범이를 향해 물쏘기를 하다 딱 걸려 혼나기도.

우리는 작고 여린, 힘없는 이들에게 폭력이 가해지질 않길,

혹은 하나를 놓고 모두가 잔인하게 괴롭히는(잠깐 오가는 농이라면 모를까) 현상을 절대 용서치 않고

모두가 즐거울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

깊고 넓은 곳도 아닌데 그렇게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에너지가 대단했다.’(휘령샘)

수범이는 입이 보라색이 되어 덜덜 떨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물을 두고 패싸움을 신명을 놓칠 수 없지.

윤수 동우 세준 수범 대 현준 도윤 형원 세영이의 대전이라.

세미는 큰 아이들에 치일 것 같지만 웬걸, 굴하지 않고 단단한 그 아이라.

계곡이 아니라 개울이나 냇가 정도가 어울리는 작고도 얕은 곳이었지만 무슨 상환이냐는 듯 모두가 웃고 신을 내며 물장구 치고 노는 모습이 활기 넘쳐 보기 좋으면서도 고마웠다.’(제욱샘)

아이들이 빠져나올 무렵 준한샘과 학교아저씨가 비닐을 가지고 동쪽개울로 들어갔다.

흙을 좀 더 긁고

비닐을 써서 댐을 만들었다.

! 정말 수,,장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오후 긴 볕 자락에 잠시 구들을 질 때

놀자고 모였다가 시체놀이 하자며 쉬기로 했다지.

시간을 묻던 샘을 위해 시계를 벽에서 내려 보여주던 채성,

그만 떨어뜨려 유리가 깨졌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네!

괜찮아, 네가 안 깨져서 다행이야!”

스무 살 되면 이자 쳐서 갚는다는 채성.

수범이가 유일하게 자신의 배드민턴 채를 맡길 수 있는 이도 바로 채성이 형아.

채성이는 샘들 바쁜 틈을, 비는 틈을 메우는 새끼일꾼 노릇을 하는 중.

소리나지 않게 아이들 속에서 조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밥바라지까지 하고 있느라 교무실을 닦을 시간을 내기 어렵더니

밥상을 물리고 닦았는데, 마침 채성이가 왔길래 걸레를 부탁했네.

내년이면 드디어 새끼일꾼으로 입성하는, 7학년 아이라.

휘령샘이 보니 걸레의 어느 곳 하나 비누칠이 안 돼 있는 곳이 없더라는.

성실의 대명사라.

어릴 때부터 새끼일꾼을 보며 새끼일꾼이 되겠다던 그다.

그 역시 동생들이 보고 배우게 할 것이라, 선함을 퍼뜨리며.

 

설거지를 아이들이 한다.

아이들이 적고 모둠이 적으니 그만큼 또 빨리 돌아오는 설거지 차례.

사는 일이 그렇다. 지리멸렬한 일상이 반복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

결국 앞에 놓인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

아이들은 놀다가도 설거지 차례를 부르면 그걸 놓고 또 들어온다.

당연히 자신들의 일인 줄 알지.

이곳에서 끊임없이 놓는 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설거지를 하고 또 밥을 먹을 테다.

지난계자에서 낱개로 100개를 했던 수범, 120개로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설거지 거의 마지막까지 행주를 손에 놓지 않으며 신기록 120개까지 채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기특하면서도 칭찬과 관심(?)이 주는 힘을 느끼기도 하였다.’(근영샘)

형원과 서윤이 초벌 거품칠을 서로 하겠다 다투다.

열 개씩 돌아가며 하라고 제안하는 샘의 의견도 있었지만 원활하지 않았다.

화가 난 서윤,

씽크대 손잡이를 닫으며 나가려 했다.

휘령샘이 앞을 막자 눈을 노려보며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이렇게 물건을 다루면 안 되지 않아?

네 옷도 젖고 샘도 얼굴에 물을 맞았잖아.”

설거지 마무리하고 다시 말하자고 보냈다 한다.

서윤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마다 이곳에 오면 자기 숙제를 쥔다.

현준이는 지난 계자부터 형님의 마음을 익히고 있다.

이번에는 오직 자기 즐거움만 생각하는 마음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 하나 하기.

손풀기 뒤 모둠방 상 치우고 쓸기 같은.

수범이는 소리치지 않고 말하기’.

서윤이는 화날 때마다 삐치고 뛰쳐나가는 대신 다른 방법 찾기.

 

속틀에 쓰여진 시간만이 시간이 아니다.

온 하루를 같이 하는 이곳,

그러니 시간과 시간이 건너가는 전이시간에 더 많은 역사가 이루어지기도.

열린교실 때 못다 한 바느질을 저녁 밥상을 물리고 하는 정인 지율 지윤 세미 세영.

 

한데모임’.

비는 오지 않았다!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 긴 의자며 평상이며 놓고 둥글게 앉았다.

어제는 시간이 늦기도 했거니와 하늘이 흐려 일찍 어둑해져

바깥에 준비를 해놓고도 안으로 들어갔다.

노래가 넘친다. 아이들은 노래를 좋아한다. 아니, 우리 모두 그러하다. 악기가 있든 없든.

하루를 돌아보고,

서로에게 알릴 일을 말하고,

같이 논의해야 할 일을 다룬다.

하지만 일러주기 고자질하기 류가 주류를 이루는데,

정말 이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문제가 맞나요?”

묻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네.

태양이는 동생 서윤이로 자주 속상하다. 오래비한테 모진 서윤.

집안싸움은 집에서 가서 하시는 걸로!”

마치는 마지막까지 손을 든다.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윤수야, 그럼, 그건 개인적으로!”

이미 공적인 질문이냐 사적인 것이냐를 구분할 줄 아는 그였더라.

그렇게 자리는 끝났다.

이 지난한 과정 뒤 이야기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개인이 감당할 건 개인이, 둘만 해결할 문제라면 둘이서,

그리고 모두가 함께 논의할 문제는 모두가 함께 다루게 될 것이다.

 

밤마실’.

계곡이 좋은 곳이라 여름이면 드나드는 이들이 제법 있는 골짝,

낮에는 사람들이 적잖으니.

때가 때라 사람 만나는 게 조심스러운.

, !

우리 마을과 골짝 끝마을 돌고개 사이

집도 사람도 없는 길 한가운데 우리는 드러누웠다.

(차가 없는 곳이지만 혹시나 하고 샘들이 양쪽을 지키는 가운데)

하늘을 들이고 멧골을 채운 소리에 귀 기울이고.

도윤이는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아를 처음 봤다고 했다.

반딧불이가 태양이의 어깨에 앉았다.

, 별똥별이 떨어졌다.

코로나가 빨리 없어지면 좋겠다고들 소원을 빌었다지.

밤길을 걸으며 학교에서 가까워보지 못했던 이와 어깨를 겯는다.

혹은 친했지만 또 다른 면을 만나기도 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걸음이라.

학교로 돌아오던 맨 끝은 윤수와 마지막에 걸었다.

북쪽 별자리를 정확하게 확인하느라 늦어졌다.

제욱샘은 양 편에 동우와 서윤이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동우의 장난기 많은 그 모습은 아마도 호기심 많은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제욱샘)

밤산책은 여태 물꼬 산책 중 1등이었다.(아침뜰가 제외)

하늘에 펼쳐진 벌판... 북주칠성, 카시오페아자리, 별똥별, 반딧불이를 한 번에 볼 날이 얼마나 많을까. 아이들도 다 너무 신기해하고 흥분하는 게 느껴졌다.’(윤지샘)

꽃이 피는 줄은 아는가, 별이 빛나는 줄은 아는가,

그런 것도 못 보는 삶이라니.

우리 그런 거 하려고 모였단 생각.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을 머리 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나온 샘들이 가마솥방에 모였다.

고마운 일이다.

야삼경 우리가 둘러앉아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

샘들이 애쓴다, 잘한다, 예뿌다.

남자샘 손이 많이 모자라 윤호샘을 바삐 사흘이라도 다녀가라 했고,

저녁버스로 나가다. 그 자리로 낼 낮버스로 태희샘이 들어오는.

그 와중에 윤호가 가서 너무 너무 너무 아쉬웠다. 잘 커 같이 품앗이가 된 것이 신기하고 또 잘해서 동생이지만 아주 든든하게 며칠 보낼 수 있었다.’(윤지샘)

그땐 아이와 샘이었는데, 이제 같은 동료로 일정을 함께 꾸린다.

(물꼬의 세월이 그렇다.

대학생 때 자원봉사로 와서 누군가를 만나 혼례를 올리고 그 주례를 내가 서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물꼬 계자에 온다.

계자 아이가 자라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고 논두렁이 되어 물꼬 살림을 보태고.)

저녁 밥상을 서둘러 준비해서 멕여 보낼 수 있어 다행했고,

마지막 가기 전까지

토마토에 칼집 넣고 데치고 껍질 벗기고 갈아서 주스 만드는 걸 도우고 갔네.

 

세미가 간밤에는 잠을 뒤척였다.

선생님, 잠이 안 와요...”

휘령샘이 곁에 꼭 붙어 잤다지.

새벽에 뒷간을 다녀오기도.

오늘은 공간이 좀 익어졌으니 푹 잤으면.

저 어린 걸 (부모님이) 덜컥 맡길 생각을 다 하셨다 싶으면

허리가 곧추세워진다.

“고맙습니다.





관리자

2021.08.18 21: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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