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16.달날. 갬

조회 수 369 추천 수 0 2021.08.27 21:44:19


 

달골이 비로소 조용하다.

산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없었고,

우리 마당을 지나야 갈 수 있는 건너 아로니아 밭에도.

달골 대문께 농막이 있는 도시인도 이른 아침 여름날을 보내고 떠나고,

기락샘도 대체휴일을 보내고 저녁을 먹은 뒤 나서고.

틈틈이 168계자 기록을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도 이른 저녁에도 아침뜨락을 걷다.

능소화와 땅 장미 몇과 낮달맞이, 그리고 꽃범의 꼬리(피소스테기아)가 환했다.

! 수선화 지대 동그라미 안에 발자국이 살짝. 멧돼지다!

그냥 지나만 갔다. 멀리까지 둘러봐도 별 피해가 없다.

먹을 게 많은 철이라 그런가.

밭마다 고구마가 실하게 크고 있을 것이다.

백로가 가까우면 모든 열매들이 튼실하다.

호두만 해도 마을에서 백로께 턴다.

고추도 따서 말리고 나락도 거두고.

그러니 아침뜨락의 뿌리들이 무에 그리 맛이 있으려나.

하지만 물화분 둘의 수련은 고라니에게 계속 먹히고 있다.

도대체 동전만한 수련 잎도 보지 못할 판.

어쩌나...

 

복숭아잼을 만들다.

엊저녁 잘라 푹 끓였다가 늦도록 졸이고 있을 건 아니지 싶어 불을 껐던.

과일이 풍요롭지 못한 봄학기였고,

그러니 쨈을 만들 여지도 없었다.

여름계자에 사온 잼을 내밀며 아이들에게 못내 미안했다.

그 정도는 여기서 만든 걸 줘야지 싶은.

윤지샘이 사들여줬던 복숭아를 계자 밥상에서 쓰고도 남았고,

엊그제 이웃에서도, 또 마침 어제 이웃에서도 한 상자 들어온.

생과로 잘 먹을 양만 남기고 모두 잼으로.

씨를 발려내고 설탕을 넣고 다시 졸이다.

한동안의 일정에 잘 쓰이겠다.

 

전주에 들렀다가 별건 아니지만 삼촌이랑 옥쌤 생각이 나서 선물을 샀어요 :)

오늘 택배로 보냈습니다.

옥쌤께는 손가방과 다도세트 위에 덮을 수 있는 천을 보냈는데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삼촌께는 모자랑 선크림을 보냅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고 학기 잘 마무리하고 또 뵈러 가겠습니다^^’

품앗이샘이 벗과 여행을 갔다가 이곳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저들 필요한 것 사는 것도, 챙길 곳도 여럿일 걸

이 멧골을 떠올렸다니 고맙다.

그의 벗은 그를 통해 얼마 전 물꼬랑 만났다.

좋은 인연들이 넓혀지는 일이 더욱 고맙다.

부디 강건들 하시라.

서로 열심히 또 나아가봅시다려.

 

신간 못 낸지 오래되었어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나온 <다시 학교를 읽다>를 몇에게 문자로 소식 전한 뒤에 온.

그 역시 출판인이었다.

이십 년도 넘었나 보다, 얼굴 본지.

그 분은 잘 지내시고?”

출판 일을 막 시작했을 때 한 여자 분을 데리고 찾아왔더랬다.

시집을 내는데 발문을 써달라는.

초등생 아들을 둔, 고교 국어교사라고 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썼고, 더러 시보다 발문이 더 좋다는 농을 듣기도 했더랬네.

두어 해 지나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독특했고 착했던 후배는 주변의 우려를 뒤로 하고

그때 초등이던 아들이 서른이 넘어 되는 지금까지 재미나게 잘 살고 있는 중.

누나, 약속 안 하고 8월 말 전에 찾아갑니다!”

그런 거 이제 피곤해. 그렇게 오면 못 만남!”

이 여름에는 우리 만나게 될까,

이 여름이 가기 전 우리 여전히 살아있을까...

살아 있어야 만나지, 살아 있어야 웃지, 살아 있어야, 있어야...

그러니 우리 살자, 살아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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